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마디로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버리면 성공합니다. 다시 말해 버리는 법을 배우고 익혀, 성공을 위해 역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오로지 얻으려고만 하면, 얻는 데만 온 정신을 다 집중하면 반짝 성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힘듭니다. ‘백만돌이’도 충전이 필요한 법이지요.
주변을 둘러봐야 합니다. 시야를 넓히고 안 될 것처럼 보이는 것들, 남들 눈에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당하게 ‘제껴버릴’ 수 있는 과감함과 유연성을 갖춰야 합니다. 되는 것조차도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어 있지요. 되는 쪽, 안 되는 쪽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섭취해야 ‘영양실조’에 걸릴 확률이 낮아집니다. 당장은 불안하고 불확실해 보여도 안 되는 쪽도 열심히 보고 배워야 안 되는 쪽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피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모순이긴 합니다만, 사실입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번트 슈미트 석좌교수의 모토인 ‘크게 생각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혹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상자 안에서 튀어나와야 합니다. 작은 생각을 하면 눈과 마음과 행동의 반경이 거기에 맞춰져 딱 그 정도 수준의 성공만 얻게 되고, 큰 생각을 하면 그것이 확장돼 그만큼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 ‘쪼잔하게’ 한 방향으로만 머리 굴리지 마세요. 위험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안전한 길만 걸어가려 하는 대신,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경험에 끊임없이 자신을 풀어놓아야 합니다.
그동안 제가 여러 회사에서 겪은 좌충우돌을 떠올려보면 ‘내가 그때 살짝 돌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피식 코웃음이 쳐질 때도 있지요. 누군가가 저에게 그것들을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시도 자체를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회사를 오래, 제대로 다니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재입사를 한다면 당시에 무모하게, 무대뽀적으로 ‘저질렀던’ 행동들을 좀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전략적으로 가다듬어 다시 시도해볼 것 같습니다. 슈미트 교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적어도 그때 당시처럼 지금도 큰 생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여전히 다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 자신하니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사고를 칠 수 있는 배짱(guts)’과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찬 열정(passion)’, 그리고 ‘좌절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perseverance)’입니다. 이번 편에서 말씀드린 ‘제일기획 사건’을 염두에 두시면 어느 정도는 와 닿는 얘기일 거라 봅니다.
성공을 하고 싶고, 반드시 해야 한다면 ‘또라이’가 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는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써 또라이를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또라이란 ‘무엇인가에 푹 빠져 있는 열정적인 전문가로서, 일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진짜 좋아서 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저는 이 정의를 다음과 같이 재정의해보고 싶습니다.
또라이는 위기와 위험, 실패에 푹 빠져 있는 열정적인 실패 전문가(failure specialist)로서, 실패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의 확실하고 완벽한 성공을 위해 그것을 진짜 즐겨서 하는 사람이다.
‘미친 놈’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봐 지레 겁먹고 쫄아서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면 절대로 남보다 앞서나갈 수 없습니다. “따라 하기를 벤치마킹으로 착각하고 답습하고, 수동적이고 변화에 공포를 느끼며 안전한 길만을 찾는 것이 바로 도태 0순위 기업들의 공통점”이라는 슈미트 교수의 주장을 우리의 현 상황에 적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기업들에게 도태되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의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① 외부업계 벤치마킹
② 성우(聖牛: 신성한 소) 죽이기
내용인즉슨,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갖춰 성공에 이르고자 한다면 완전히 다른, 심지어는 남들이 예상치 못한 엉뚱한 분야의 기업을 벤치마킹해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그 틀과 과정을 전복시켜보라는 거지요. 그리고 기업 내에서 구성원들이 절대로 반대할 수 없고 또한 실제로 반대하려 하지 않는, 누구나 신성하게 받드는 경영신조나 관행․통념, 고정관념 등을 부정해보고 거기에 딴지를 걸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러한 굳어있는 생각들을 파괴하기 위해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보라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세제는 꼭 가루나 액체로만 이루어져 있어야 하는가’와 같이 기존의 당연시되어온 절대불변의 진리에 대해 당당하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식을 뒤집어보라는 얘기이지요. 저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저는 삼성의 광고모델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 광고모델은 꼭 연예계나 정․재계 인사여야만 하는가? 반드시 유명해야만 하는가? 꼭 삼성의 색깔이 묻어나야만 하는가?’ 등의, 당시로서는 해서도 안 되고 굳이 할 필요도 없었던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냈던 겁니다.
결국 슈미트 교수가 내세우는 이 두 개의 시각을 정리해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해집니다. 남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좀 더 눈과 귀와 두뇌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위험천만’해 보이는 것들을 직접 실천해봐야 한다는 것. 물론 욕이야 많이 얻어먹겠습니다만, 이것이 우리의 성공을 위한 사고의 폭과 실행력, 잠재적인 가능성을 강화시켜줄 거란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엉뚱한 것에 정답이 있다’라는 말이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엉뚱함은 완전히 걷어차 버린 채 오직 지금껏 해오던 대로, 바른대로, 진리대로 행동하면 할수록 정답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거란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버리고 미치고 실패하는 등의, 남이 추구하는 방식과는 상반된 방식의 도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멀리 내다봤을 때 그것이 결코 밑져야 본전인 장사가 아니라, 꽤 남는 장사로 보이니 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