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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병민 Nov 14. 2023

마음가짐이 곧, 습관의 시작이다

하나를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 프롤로그 저자 원문

우리의 몸은 정원이고 

마음은 정원사다.

게을러서 불모지가 되든

부지런히 거름을 주어 가꾸든,

그것에 대한 권한은

모두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셰익스피어, 「오델로」에서     


아직도 날짜와 요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집 앞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독서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었을 때라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저희 동 앞에 작은 계단이 하나 있었지요. 한 쌍의 커플이 지나가기에 딱 좋은, 사랑을 속삭이기에 적당한 크기였습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데, 보통 때와는 달리 뭔가 느낌이 이상한 겁니다. 주변은 한없이 어두컴컴한데, 갑자기 눈이 부시더군요. 어디에서 오는 빛일까. 고개를 들어봤습니다.     


크리스마스 때에나 볼 법한 알록달록한 장식들이 반짝반짝,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더군요. ‘겨울이 지난지도 한참 지났는데, 웬 크리스마스 장식물이람? 완전 에너지 낭비네.


여기서 잠깐.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저도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보기에는 조금 차갑고 냉철해 보여도, 실제의 모습은 나름 감수성이 풍부한 로맨티스트에 가깝습니다. 이런 장식물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둘만의 감미로운 키스를, 서로 사이좋게 이어폰 끼고 들었던 ‘꿈에 들어와’(서울전자음악단, 「1집 서울전자음악단」(2005년) 中)를 떠올리는, 그런 사람입니다.     

 

단지 그런 감정을 누리기엔 하필 그때가 저에겐 너무 힘든 시기였습니다. 제가 누릴 수 없고, 또 누려서는 안 되는 사치인 그런 시기. 더 이상 메마를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은 메말라 있었고, 일에 대한 열정도 사람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있었던 시기. 때로는 담담하고 덤덤했고, 때로는 불쾌하고 우울했지요. 천국과 지옥이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없었던 그런 시기. 그날, 아무 죄도 없는 그 크리스마스 장식물은 재수 없게도 그냥 저에게 잘못 걸린 것뿐입니다.   

  

울컥, 따지고 싶어졌습니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지요. ‘왜 내 앞에서 빤짝이고 난리야. 누구 마음대로? 행복한가 보지, 넌 지금? 이런 걸 본다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누가 그래?’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제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놓았으니까요. 바로 경비아저씨에게 찾아가 따져 물었습니다.    

 

“누구예요? 누가 저기에, 저걸 달아놨나요?” 

“제가 달아놨어요.” 

“아저씨가요? 왜요? 지금이 겨울인가요. 크리스마스예요?” 

“허허. 아니죠.”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꼭 겨울에만 있어야 한다는 법 있나요. 

허허. 그거 알아요? 크리스마스는, 내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흠칫. 갑자기 그 순간, 시간이 멈춰버렸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한 서른 살 정도는 위인, 할아버지뻘의 이분이 던진 아주 단순한, 살짝 낯간지럽기까지 한 말 한마디에 저는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연륜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식어버린 일에 대한 열정. 줄어든 사람에 대한 관심.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메말라간 감정. 그 이유를, 저는 그 동안 왜 몰랐던 걸까요.  

   

“크리스마스는, 내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일에 대한 열정이 다름 아닌 내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바로 내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저는 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걸까요.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이 그 일 때문이 아니라는 것. 관계가 잘 안 풀리는 것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는 것. 다, 내 안의 내 마음 때문이라는 것.    

 

열정의 복원, 감정의 귀환, 관심의 회복이란 게 별 거 아니었구나. 다, 내 마음속에 있었던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모든 걸 의미했었던 거구나.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12월 25일을 위해 트리를 아껴둘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릴 필요가 없는 건지도요. "트리를 왜 벌써 달아?"라고 하는 사람들은 때를 기다리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놓쳐버린 안타까운 사람들인지도요. 


원래 때라는 건 없습니다. 내 마음이 결정해주는 것이, 바로 그 때이므로.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금부터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여행지는 총 서른세 군데. 서른 세 분의 석학·리더들이 자신의 삶을 지켜오고 지탱해온, 나아가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습관을 여러분에게 소개할 겁니다. 그것이 어떤 습관이냐에 따라, 또 여러분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느낌은 제각각, 다 다를 겁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여러분의 마음, 다시 말해 여러분의 ‘마음가짐’입니다. 다들 여행을 해보셔서 잘 아실 겁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 어떤 눈으로 여행지를 둘러보느냐에 따라 해당 여행지의 경관이, 그 여행지의 가치가, 나아가 여행 자체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경치가 아름다운지, 썩 시원치 않은지, 아무 느낌도 없는지는 많은 부분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부디 이 여행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내 마음속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간으로 남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건 내 마음이 편안할 때, 내 마음이 열려 있을 때, 결국 내 마음이 준비가 돼 있을 때 뜻깊은 결실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떠날 나만의 습관 여행에 바로 이 ‘습관 이전에 마음’이라는 준비물만 잊지 않고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잘 챙겨가셨으면 합니다. 여행의 재미가 꽤 쏠쏠할 겁니다.     


굿 럭.     


2023년 9월 

Talent Lab 서재에서

허병민


『하나를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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