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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14. 2016

디자인은 명확한 목적과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인류의 예술적 기원은 1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40년 프랑스의 소년들에 의해 발견된 라스코 동굴벽화를 보면 처음에는 너무 정교한 그림의 형태로 인하여 이것이 과연 원시인들이 그린 것인지를 의심했다. 하지만 비슷한 벽화들이 유럽의 70여 곳 이상에서 발견되면서 이것이 원시인들의 예술이라고 인정받게 되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들소, 야생마, 사슴, 염소 등과 고양이나 주술사와 같은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구석기시대의 원시인들이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하나는 단순하게 놀이의 수단으로 그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에 대한 기원의 수단으로 농사가 잘 되거나 사냥이 잘 되기를 기원하면서 그렸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그 시기는 항상 춥고, 배고프고, 사냥을 해야 하고, 때로는 사냥감이 되기도 하던 때였는데, 한가하게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즐거움을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면 예술의 시작은 유희라기보다 어떠한 목적을 추구하려 했다는 것이 맞는 가정이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보더라도 다산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지, 단순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원시 예술은 주술적이면서  실생활의 염원 등 구체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예술이라는 것은 어떠한 성취나 목적성보다는 미학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예술로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인류가 삶의 여유가 생기고, 감성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시작하면서 인류에게 철학적 관점이 정립되었고, 이성적으로 합리성을 따지면서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서 추구하는 예술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중요한 특성은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극도의 경계심을 가진다. 예술가의 상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로 화가 ‘고흐’를 말한다.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그림을 한 작품도 제대로 팔지 못하고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만을 그리다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우리에게는 예술을 하는 정석처럼 비치고 있다. 이런 현대 예술의 흐름이 우리나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단지 자신의 미적 만족을 추구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디자인도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디자인이란 미학적 관점에서의 정성적 가치가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근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숭배하고, 상업적 목적을 좇는 것을 상대적으로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의 대부분 디자인의 마지막 결정은 주관적인 판단이 되고, 예술적이며 감성적인 평가체계로만 접근이 된다. 결국 그럴듯한 과정과 방법론만 존재할 뿐이지, 최종 결정은 두리뭉실하게 진행된다.

디자인의 근본적 가치는 정성적 가치의 심미성(審美性)에서 출발하기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디자인은 작업과 업무의 기준이 모호하다. 생각만 하는 시간을 어떻게 업무로 판단할 거냐, 작업과 업무의 모호성은 근무시간의 기준을 없애버리고, 디자인 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디자이너의 야근은 당연한 것이라는 공식을 낳고 말았다. 업무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어렵다면, 최소한 어떠한 업무를 해야 할 지에 대한 시스템이라도 제공해야 한다.

두리뭉실한 디자인 관련 용어들에서도 명확한 의미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관련한 다양한 용어들에 대해서 그 의미를 고정시켜서 누구나 하나로써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최소한의 판단 기준은 있어야 한다. 흔히 ‘시크하다’, 이런 말들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저자도 그 부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어떠한 단어를 사용하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 최소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디자인의 명확한 목적의식과 객관성 확보는 디자인산업의 발전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술가는 느낌(feel)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객관적인 판단과 목적성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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