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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Sep 17. 2018

팻핑거와 UX(사용자경험)전략의 상관관계

UX전략 부재는 프로젝트 지연과 의사결정 번복의 잦은 변경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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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13년 3월 20일 주식 옵션거래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해 17분 동안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갔다. 2016년 매출은 7천66억원이었으나, 전산오류로 인해 중국의 ‘하이량교육(2015년 나스닥상장)’ 주가는 8분간 시가총액이 세계 1위였던 애플보다 6배나 많은 5천800조원에 달했다. 그리고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은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과정에서 주당 1천원의 배당금이 아닌, 1천주의 주식을 지급하여 112조원이라는 위조 주식이 발행되는 실수를 범했다.

위의 3가지 사건을 모두 팻 핑거(fat finger)라고 부른다. 트레이더들이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 탓에 실수를 한다는 비유에서 나온 용어지만, 이는 트레이더들의 주문용 어플리케이션의 인터페이스에서 사용자들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예견된 실수였다. UX(User experience)에 대한 전략 부재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핀테크가 이슈가 되면서, SI(System Integration) 등 정보화사업에서도 UX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보화 전략계획, 프로젝트 진행, 프로젝트 감리 등 전 분야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관련 사업들의 제안요청서를 검토해 보면,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것이 UX에 대한 전략적 적용이다. 하지만 아직은 ‘팻핑거’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없고, 시한폭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 저자가 관련한 프로젝트들에서 UX 전문가로서 참여해 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다음과 UX전략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몇가지 제시해보려 한다.

먼저,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 준수와 UX전략 적용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프로젝트 수행시 필자에게 UX분야에 대한 감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웹접근성을 준수했다고 제안요청서에서 제시하는 UX전략을 적용했다고 하는 경우를 접한다. 웹접근성이란 모두가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준다는 것으로서, 장애인 입장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 정보화사업은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비장애인들이다. 적합한 UX전략이란 이러한 대다수의 일반적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례로서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좋은 UX전략이라는 착각이다. 메트로 디자인이라는 것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과도한 그래픽을 제외하고, 실제 콘텐츠를 주요한 인터페이스에 배치함으로서 가독성과 정보전달의 선명함을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다. 킹 카운티 메트로 공항과 실제 지하철(metro)의 깨끗한 표지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윈도우8에 최초로 도입됐다. 지금도 가장 핫한 디자인 트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윈도우8은 총 개발비를 10조원 이상 쏟아 부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사용자들이 익숙해져 있던 좌측 하단의 ‘시작’버튼을 없애버린 것이 결정적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UX전략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손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UX전략의 부재는 프로젝트의 지연과 주요한 의사결정 번복의 잦은 변경을 일으킨다. UX관련 논문과 기사 등을 참고해 보면, UX전략은 수치화, 정형화가 어렵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UX 전문가의 의견보다는 프로젝트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쉽다. 이러한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은 프로젝트 종료시까지 빈번하게 변경된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소수 책임자의 사견으로 결정하고, 번복하는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한 기간 및 추가 인력 투입이 발생하고, 프로젝트 품질 저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팻핑거 같은 UX전략 부재의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은 막대한 금전적 손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UX전략을 웹접근성으로 착각하고, 최신 디자인적용이 UX전략이라고 오해하고, UX에 대한 의사결정권자들의 임의적 결정 등이 지속된다면, 언젠가 터지게 될 팻핑거 같은 대형사고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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