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면 제다이 중 최고의 기사인‘마스터 요다’가 나온다. 키는 작고, 볼품없는 어눌한 표정의 요정할아버지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극중 최고의 제다이 기사로서 전지전능한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주인공 루크를 조련시켜서 우주를 구하는 영웅으로 만들어 내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최고의 제다이인’마스터 요다’가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 한 번의 치명적 실수를 한다.
바로 ‘다스시디어스’(극중 제국의 황제이며, 우주의 적)가 사실은 은하계 의회의 의장인 ‘팰퍼틴’으로 분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피소드 1편의 제목도‘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마스터 요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를 놓쳤고, 결국 우주 공화국은 무너졌고, 그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루크를 제다이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져서 조련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영화에서뿐 아니고 모든 곳에 존재할 것이고, 우리나라 디자인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 산업의 안정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긍정적 방향성 제시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러한‘보이지 않는 위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위험(risk)관리’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위험관리라는 말은 어떠한 일에 있어서 손실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일련의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도 이와 같은 위험관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재 눈에 보이는 경계요소들 이외의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자인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비전의 관리차원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각 단계에서 예상되는 위험을 분석, 평가하여 이에 최적의 대응을 함으로써 성공적인 디자인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관리과정이다. 그런 차원에서 위험요인을 세분화해 본다면 크게‘가시적 위험요인’과 ‘잠재적 위험요인’이라는 것이 있다.
먼저‘가시적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눈 앞에 당장 그 위험요인들이 보이고, 위험요인들이 예측되는 것이기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반면‘잠재적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눈앞에 보이지도 않으며, 그 위험요인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라 사고가 터지게 되면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마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에서의 가시적인 위험요인은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디자인의 열악한 산업적인 구조와 디자이너의 취업과 불안정한 고용 관계 그리고 디자인의 보호 정책의 미흡과 국가적 차원의 디자인의 경쟁력 약화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고, 그 위험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에 정책적 대안과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잠재적 위험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각하는 잠재적 위험은 한마디로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경영’이다. 디자인을 하는 행위가 아닌, 정책이나 전략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경영을 기반으로 정책이 세워지고, 디자인경영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잠재적 위험요소이다.
영국,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정부가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진흥을 추진하고 기업의 디자인경영을 지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디자인진흥 정책의 방향성은 눈에 띄는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하는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출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은 그 정점에 있는 대기업의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디자인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제시하는 디자인경영의 방향성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중심이 디자인경영은 디자인기업이나 중소기업과는 바라보는 시각과 산업적 규모와 접근에서 차이가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경영 시스템이 그대로 중소기업이나 디자인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의 디자인경영은 경쟁사와의 차별요소라는 측면에서 다른 경영포인트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할 뿐이지, 디자인이 절대 가치가 될 수 없다. 대기업의 디자인경영 시스템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세분화 하고, 규모의 경제기반 하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중소기업이나 디자인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수가 많다.
대기업을 다녔던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인 디자인경영을 배워서 디자인기업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대다수 대기업 기반의 지원시스템이 없으면, 적응을 못하거나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만다.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경영은 규모나 구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디자인경영을 이야기할 때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가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논하는 것인지, 기업과 국가적 입장에서 디자인경영을 논하는 것인지의 구분이 필요하다. 그 뿌리가 되는 디자이너를 위하는 디자인경영과 이미 모든 시스템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은 너무 틀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 모델과 흡사하게 디자인경영도 발전해오고 있다. 대기업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은‘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의 산업모델은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이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넓은 초원에 사자만 몇 마리 남아있다면, 살 수 있겠는가? 그 초원의 생태계에는 다양한 초식동물이 있어야 하고, 그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식물들이 존재해야 그들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현재 같은 구조에서 디자인기업의 붕괴된다면 대기업의 디자인 경쟁력도 강해질 수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보이지는 위험’을 미리 대비하고 디자인을 자생적인 산업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대비는 미흡하다. 현재의 디자인산업 구조와 시스템으로 최소 10년이상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운영할 수 있는 디자인기업이 몇 곳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디자인기업의 유능한 인력들은 언제든지 대기업에 신입사원이라도 가고 싶어 하고, 아티스트적인 마인드로만 키워진 대다수의 디자이너와 그들이 운영하는 전문회사들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디자인회사를 중심으로 디자인경영을 바라봐야 할 때다. 디자인경영의 장기적 비전을 스타워즈의 ‘마스터 요다’같은 국가요인과 디자인업계의 원로와 리더들이 지켜봐 주고 관리해 줘야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