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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20. 2016

서울디자인재단이 대마불사[大馬不死] 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경영과 디자인거버넌스

어떠한 회사나 조직, 단체 등이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며, 이어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외적 성장만 한다고 영속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 경제, 사회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러한 것을 ‘지속가능 경영’이다. 보편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감을 인지하고 이를 실천하면서 상생의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돈을 벌겠다는 직접적인 목적만을 추구하게 되면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92년 유엔 지구정상회의에서 인류 차원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선언한 ‘지속가능개발’을 경영에 도입한 것이 지속가능 경영이다.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디자인관련 기관의 지속가능 경영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서울디자인재단 이 두 곳을 가지고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선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저자의 판단으로는 무조건 가능할 것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그 성격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결코 무너지거나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디자인재단이라는 곳은 어떨 것인가? 서울디자인재단도 과연 대마(大馬)일까? 저자의 생각으로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디자인 관련 사이트나 블로그 그리고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관련한 다양한 서울디자인재단의 홍보물을 접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서울디자인재단도 대마라는 것을 어필하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차별화 요소는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이지만, 서울디자인재단은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의 추진 주체로서 오세훈시장 시절 추진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다. 관련된 언론자료들을 요약하여 저자가 평가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오세훈 전(全) 서울시장은 시장 재임시절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까지 만들어 줄 전략 아이템을 고민했고, 디자인을 그 핵심전략으로 판단했다. 그 전략 추진 방향의 결정체이자 랜드마크로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가 들어섰다. 이러한 전략은 이명박 대통령을 벤치마킹 해서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명박 전(全) 대통령이 일 잘하는 서울시장 정도에서 그 당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막강한 박근혜 후보를 물리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것은 청계천이라는 랜드마크가 발단이 되었다. 결국 MB정권을 만든 출발이 건설공사 하나 잘해서 인데, 그것이 청계천이다. 이렇듯 청계천 하나 잘 만들어 놓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본 오세훈 전(全)시장이 청계천 같은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 아이템인 디자인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실체도 없고,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줄 만한 것이 애매했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든 것이 디자인올림픽과 새빗둥둥섬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다. 동대문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했다는 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실체도 있고, 이거다라고 보여 줄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어 세우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건축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고, 익숙한 국내 정서보다는 해외의 유명 건축가가 낫지 않을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건축가 선정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지만, 내로라하는 국내 건축가를 제외하고, ‘자하하디드 (ZahaHadid)’라는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를 거의 내정해 놓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전(全) 시장은‘자하하디드’가 초기 2,300억이라는 건축비를 5,000억대로 올려도 ‘제2의 청계천만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오세훈 전(全)시장, ‘자하하디드’ 모두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DDP괴물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상처부위를 후비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서울디자인재단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디자인재단도 대마불사[大馬不死]했으면 해서 이런 아픈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서울디자인재단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겠는가? DDP를 철거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운영주체가 서울디자인재단인데, 디자인계에서 그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심스럽다. 디자인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꼭 디자인 관련기관에서 운영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작금의 현실을 봤을 때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 흡수되거나, DDP의 운영 건을 다른 기관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의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디자인계의 고질적 문제가 모든 부분을 전략이 아닌 컨셉으로 접근한다는 부분이다.

디자인진흥원과 서울디자인재단이 근본적인 차별화가 없다면 언젠가 중복투자의 논란 속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들 입장에서야 차별화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생각을 바꿔서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우선 출발하는 방향은 철저한 경제적 논리로 접근했으면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디자인 정책의 기조가 이제는 ‘디자인진흥’이 아니라, ‘디자인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이 맞다. 디자인을 진흥하는 정책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몫으로 맡기고, 서울디자인재단은 다른 것을 찾는 것이 맞다. 커다란 기조가 차별화되고 역할이 확실하다면 대마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전반적인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수출이 잘 되게 하는 디자인을 진흥한 다는 정책을 가져갈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역할을 서울디자인재단도 똑같이 하려면 절대 안 된다.

새로운 전략으로 시작하는 일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5년 10년은 준비하고 지속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현 상황(박근혜 정부, 박원순 서울시장)에서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지가 흔들릴 것은 없다. 서울디자인재단이 한 번 배포 있게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것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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