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기고글
아래의 원고는 디자인대가기준의 중요성에 대하여 디지털타임즈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의 비중이 25%, 24%, 51%로 개발 분야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미국은 반대로 기초연구가 48%, 응용연구가 28%, 개발의 비중이 24% 수준이다. 선진국들은 연구개발(R&D)에 있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보다 2배 정도의 비중을 기초연구에 두고,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를 보더라도, 개발 분야인 진단키트는 우리가 강점이 있지만, 원천기술인 백신 부분은 미국이나 영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원천기술이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핵심 경쟁력은 상품화를 목적으로 하는 개발 분야에 있다.
연구개발(R&D) 관점에서 디자인 투자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비교하여 경쟁력이 있는 개발 단계에 대한 투자다. 디자인은 무형적 기반의 지식서비스 분야다. 그래서 기술적 표준화나 빅데이터 관점의 유의미한 패턴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 디자인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이 같은 사람(디자이너)에 대한 투자의 핵심이 '디자인의 대가 기준'이다.
디자인 대가 기준이란, 디자인하고 그 행위의 주체인 디자이너가 일에 대한 값으로 받는 보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12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서 산업디자인 표준품셈과 디자이너 등급별 노임단가를 통해서 디자인 대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디자인 대가 기준'은 3가지 차원에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초석이 될 것이다.
첫째, 디자인산업의 핵심인 디자인기업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추격자전략이 아닌, 시장 선도적 관점에서 우리 디자인기업 문제로 창의성 기반의 기획역량을 꼽는다. 스타일링만 잘하지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유는 무형의 창의적 시간과 과정을 인정해 주지 않는 현실에 있다. 디자인기업들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최고 수준의 디자인 역량을 갖추려면 디자이너들의 생각하는 시간을 용역의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대가 기준에서는 디자인 기획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둘째, 디자인은 사용자중심의 시장혁신형 제품개발의 경쟁력이 된다. 2010년 4월 북미지역에서 태블릿 PC 제품인 애플의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되었다. 28일 만에 100만대를 팔았을 정도로 성공하였다. 하지만, 아이패드 출시 전에 언론과 산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미 10여 년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고사양의 태블릿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오히려 고사양은 아니지만, 사용자 요구 중심의 혁신적 제품으로 성공하였다. 태블릿은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디자인적 사고가 중요했다. 디자인 대가 기준은 이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산업적 역할과 혁신에 대한 밑거름이 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발주의 공정성 확보가 가능하다. 제품, 시각, 환경, 포장, 서비스, 디지털, UX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존재한다. 디자인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19년 공공기관들은 디자인산업 규모는 2300억 원이고, 대부분은 디자인 용역을 발주하였다. 이와 같은 발주과정에 있어서 항상 잡음이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당한 대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디자인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시각화 기능으로만 한정되고 가치와 역량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 대가 기준은 아직 시행 초기라서 그 역할이 미비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정착된다면 '디자인기업의 질적 향상', '사용자 중심 시장혁신형 제품개발', '디자인 발주의 공정성 확보'를 통한 디자인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 핵심 경쟁력은 원천기술보다 디자인의 역할, 개발 분야가 중요하다. 디자인경쟁력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과 기업을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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