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부치 Jun 07. 2021

Sign보다 De가 중요한 디자인의 미래

국민대 신문 977호, 오피니언의 '교수시평'

'KT&G'와 'POSCO' 의 원래 이름은 '한국담배인삼공사'와 '포항제철주식회사'였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KT&G'는 담배와 인삼을 팔았고, 'POSCO'는 제철을 팔았다. 우리나라에는 디자인을 대표하는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있다. 이전 이름은 '한국디자인포장센터'였다. 앞의 사례처럼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출용 포장지를 파는 곳이었다. '포장센터'라는 이름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디자인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왔는지 알 수 있다. 디자인은 한국전쟁 이후 수출 제품 포장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디자인은 많은 진보를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디자인은 포장수단처럼 인식된다.


Design은 De와 Sign으로 이루어진다. De는 '~을 분리하다'의 의미로 떨어져서 본다는 '사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Sign은 기호, 상징의 뜻으로 시각적 결과물을 뜻한다. Design의 의미는 무언가 먼저 생각하고, 그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디자인은 sign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애플의 디자인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도 애플의 de로서 디자인 역량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같은 de중심 디자인을 '인문학'으로 풀었던 것이다. 우리 디자인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1996년도 신년사를 계기로 '디자인경영'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이는 경영 전략으로 디자인을 다루기에 de가 강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마케팅적 포장도구로서 철저히 sign이 중심이 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지속 가능하려면 생각하는 힘과 그리는 기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디자인의 인문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적 문제와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예술적 가치보다는 좀 더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인문학적 접근이 강조돼야 한다. 디자인은 경영학으로 바라보면 '그리는 기술', 인문학으로 바라보면 '창조적 사고'가 된다. 4차산업혁명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도'라는 것은 없는 것을 먼저 생각해내고, 공감가도록 그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생각하는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미래성장동력 발굴에서도 '과학기술'보다는 '사람'에 주목하고, 직관적 통찰에 기반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중심 R&D가 중요하다. 이는 과학기술기반보다 시간, 비용의 절약과 산업적 파급력이 훨씬 크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서 '애플', '다이슨'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 등이 있다. 최근의 코로나사태에서 진단 키트는 우리가 먼저 만들었지만, 원천기술인 '백신'은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이 앞서고 있다. 장기적 차원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first mover'가 가능하다. 


저자는 국민대에서 공업디자인 학사, 경영학으로 석,박사를 공부했다. 현재는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을 운영중이며, 행정학과 겸임교수로서 후배들에게 디자인적 사고 중심의 연구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기회가 있는 것 같다. 국민대학교는 디자인이 강하다. 그러나 현재 그 경쟁력의 원천이 그리는 기술을 중심으로 sign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글로벌 무대를 선도하는 국민대의 디자인파워가 커지기를 바란다.



출처 : 국민대학교 신문방송사(http://press.kookmin.ac.kr)

http://press.kookmi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1992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인 대가 지불의 놀라운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