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빅데이터가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제언
이 글은 디지털타임스 2021년 6월 23일 [포럼] 빅데이터 틈새전략, 초개인화 로 실려있습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1062402102369073001
스타벅스는 멤버십 회원들의 기본적인 주문정보와 함께 시간, 장소, 날씨 같은 부가정보들도 모두데이터화 한다. 이것으로 40만 가지가 넘는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장르만 7만6천개로 세분화하고, 고객 선호도를 2천개 유형으로 분류하여 맞춤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들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개인화 서비스란 고객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한 뒤, 고객의 욕구를 예측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방식을 통칭한다.
이 2가지 예시는 ‘트랜드코리아 2020’에서 제시하는 ‘멀티 페르소나’와 ‘초개인화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명의 개인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멀티 페르소나’를 기업 입장에서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이전, 구매, 구매 후의 모든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여 좋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초개인화 기술’이다. 여기의 핵심은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의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분석하고 대응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초개인화’를 중소기업에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의 정답은 ‘현재는 적용이 불가능하고,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면 가능하다’ 이다. 결국, 빅데이터기반 마케팅 키워드는 고객 데이터가 없는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디지털뉴딜’에서 제시하는 것도 중소기업에게 대형 공공서비스나 대기업 등에서 만들어 놓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보라고 하는 것이다. 벤처나 창업기업, 일반적인 중소기업들의 실질적 생존과 직결되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고객에 관한 빅데이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럼 고객 데이터가 없는 중소기업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고객데이터를 양(quantity)이 아닌, 질(quality)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초개인화’의 핵심은 고객의 상황과 맥락에 대한 파악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였고, 만족하였는가에 대한 전통적인 고객관리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왜, 우리 제품을 구매하려 하는 지, 어떻게 구매하였는지, 구매한 후의 행동과 감정은 어떠하였는지를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이해하라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고객의 구매 이전과 구매 이후의 데이터들은 개인정보보호와 기술적 적용 문제들로 확보하고, 분석하기 어렵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식은 인류학자들이 다른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연구방법을 의미하는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에 기반하여 고객경험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스어 '사람들(ethnos)'과 '기록(grapho)'을 조합한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법은 사회과학 연구방법에서 사람의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행태를 파악하는 기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에어비앤비, 배달의 민족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의 성공 원인으로 ‘고객경험’ 전략을 꼽는다. 이와 같은 신생기업들이 고객의 빅데이터가 없었는데 어떻게 정확한 고객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는가? 그들이 사용한 고객데이터는 일반적인 빅데이터처럼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는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한 질적으로 우수한 소수 고객의 경험데이터라는 것이다. 고가의 장비나 오랜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수의 고객을 깊이있게 관찰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량은 작지만 양질의 데이터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어 가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막연한 빅데이터에 대한 환상으로 고객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직접 고객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 안에서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