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더경기, 안진호의 디자인씽킹
본 내용은 '프레스 더경기'에 기고중인 안진호의 디자인씽킹 칼럼 내용입니다.
출처 : Press THE경기 (프레스 더경기)
http://www.theg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9
대략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6천개 정도의 웹(web)사이트와 800개 정도의 앱(app)이 운영되고 있다. 이 6,800개의 정보화 서비스들은 모두 국민 눈높이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경우에 제안요청서에 항상 사용자 중심의 UI/UX(User Interface/User eXperience)를 만들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오늘은 이 의미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한 중년 남성이 퇴근하고 집으로 간다. 그는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바쁜 아내는 요리실력이 형편없다. 어느 날, 이 남성의 집에 장모님이 오셨다. 장모님은 아내를 대신해서 집에 있는 것만으로 저녁을 차려주셨다. 똑같은 식자재와 부엌을 이용하였지만, 아내가 한 음식보다 확실히 맛있다. 장모님이 비법 소스를 가져오신 것도 아니고, 값비싼 식재료를 사오신 것도 아니다. 왜 똑같은 재료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까?
나물 반찬 2개, 된장국, 쌀밥, 계말이가 전부인 평범한 밥상인데도 너무 다르다. 남성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고, 중학교 다니는 아들도 같은 생각이다. 같은 재료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서 평범한 음식이 천하일미가 되는 것이다.
이제 UI/UX 를 말해보고자 한다.
UI는 ‘사용자화면(User Interface)’ 의 의미로써,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정보서비스의 화면을 의미한다. 앞에서 말하고 있는 식재료와 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제공되는 요소이다. UX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로써, UI(사용자화면)를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좀 더 편리하게 느끼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에 해당한다.
장모님이 아내와 같은 식재료(정보서비스에서의 UI)를 사용했지만, 어떻게 요리해야지만 먹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지(정보서비스에서의 UX 전략)를 알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정보화사업의 ISP(정보화전략계획)과 RFP(제안요청서)에 나오는 UI/UX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있다.
필자가 이런 비유로 공공기관 정보화사업에서의 UI/UX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것은,다년간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에 관한 정보화전략계획(ISP)과 UI/UX 컨설팅과 감리에서 UI/UX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움 때문이다.
과기부에서 발표하는 공공부문의 SW, ICT장비, 정보보호 수요예보 자료에 따르면 한해에 대략 8천건의 소프트웨어 구축건이 있고, 그 비용은 4조원에 육박한다. 이 사업들 중에서 앞에서 제시한 6천 8백개의 서비스들의 신규 제작 및 개편시의 제안요청서에서 대국민 중심의 UI/UX 구축이나 사용자 중심의 UI/UX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UI/UX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하고, 적용하여 효과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5가지 오해라고 정리할 수 있다.
1. 웹접근성을 준수하는 것이 UI/UX라고 오해
저자가 UI/UX 감리에 참여하면 많이 물어보는 것이 "전문가님이 웹접근성도 봐주시는 거죠?"라는 것이다.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은 장애인이나 고령자분들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법적의무사항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웹접근성이 필요한 사용자는 전체 이용자에서 지속적 장애를 가진 분들과 일시적이거나 노화로 인한 분들의 이용은 20%가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편하고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비장애인들이라는 것이다.
단지, 웹 접근성준수라는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해당 기관의 정보서비스가 대국민 관점의 UI/UX가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2. 화면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UI/UX라고 오해
가장 많은 UI/UX에 대한 오해가 디자인을 최신 트랜드에 맞게 바꿔주는 것이 UI/UX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 부분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UI/UX라는 분야가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기인한다. 시스템 개발 부분은 기능이 된다, 안된다는 정량적(quantitative)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UI/UX는 정성적(qualitative)인 분야이기에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화면의 디자인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다.
3. UI/UX를 UI를 그리는 툴이나 SW개념으로 오해
앞에서 제시했지만, UI/UX는 정성적 영역으로 정보화전략계획, 프로젝트 수행, 감리 시에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X-internet, HTML5 등의 기술적(technical) 관점에서 UI를 그리는 소프트웨어적인 툴로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결국, 사용자 관점의 UX전략은 무시되고 무슨 UI제작 솔루션을 도입하였다가 UI/UX라고 말한다. 저자의 경우, 모 프로젝트에서 'UI/UX전문가인데 UI툴을 뭐를 쓰고 있냐?'고 물어보길래 그런거 안쓴다고 하니, 담당자한테 그런것도 모르는 사람이 전문가냐고 핀잔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4. 발주기관 담당자의 의견이 사용자의 니즈와 같을 것이라는 오해
UI/UX는 공공기관의 정보서비를 대국민 중심, 사용자 중심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발주기관의 담당자도 수주한 SI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사용자 의견을 직접적으로 조사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자기들도 사용자이기에 본인들의 생각과 비슷할 것이다라는 오해에 기반하여 주관적 판단을 하고 있다.
5. UI/UX 관련 예산을 사업비 절감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오해
위의 1~4번의 사례를 보면 결국 대국민 중심, 사용자 중심의 UI/UX에 관하여 구축.운영 사업비를 거의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전문가 확보와 시간투자를 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제안요청서에는 분명한 항목으로 대국민 중심 또는 사용자 중심의 UI/UX 구현이 있다. 하지만, 웹접근성을 준수한 것으로 대체하고, UI 디자인 새롭게 하거나 UI 솔루션 도입한 것이 UI/UX에 관한 요구사항을 충족한 것이라고 제시하고 나서 그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②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