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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26. 2016

경제적 가치에서의 디자인정체성

농경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곡물을 맷돌에 갈아 시루에 쪄서 먹었다. 즉 주식으로 밥보다 떡을 먼저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 시대에 사용된 토기 시루가 발견되었다. 솥이 발명되기 전에도 시루로 떡을 쪄 주식으로 먹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떡은 우리만의 전통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그 중심으로 쌀을 주식으로 먹는 지역에서는 다 같이 발달하였다. 특히, 일본의 찹쌀떡 ‘모찌’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상품의 하나로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전통떡을 대표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일본의‘모찌’에 비하여는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극중 천송이(전지현)가 밤에 맛있게 치킨에 맥주를 먹는 모습이 중국에서도 한류를 타고 ‘치맥’열풍이 됐다고 한다. 한국의 맥주도 덩달아 수출이 많이 늘고 있다. 중국에도 튀긴 닭요리가 있지만, 우리만의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치킨에 맥주가 궁합에 잘 맞아서 인기라고 한다. 중국에서의 인지도와 대중성을 확보한 ‘치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었다.

일본의 ‘모찌’와 우리나라의 ‘치맥’을 보면 정체성(Indendtity)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디자이너가 진출하려면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 가수 ‘싸이’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일가?  그것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함과 신선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싸이’의 유머스러운 모습은 대중의 공감을 샀고, ‘싸이’가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흥을 이끌어 내는 저력이 다가갔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치가 자랐고, 한류의 정체성이 생겼다. 일본의 ‘모찌’와 같이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으로 ‘치맥’과 ‘한류’를 인식하고 있다.

전통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물질, 문화 등을 지속적으로 고수하여 보수해 온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전통(tradition)이 정체성(Identity)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만 오는 것인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면 이것은 정체성이 아니다.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현재의 우리가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서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 그 전통에는 정체성이 담기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이 보더라도 우리의 것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서양처럼 산업화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기존의 공예가 산업디자인으로 발전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전통적 공예가 반영되고, 녹여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급속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과연 우리의 디자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애매해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디자인의 역사는 존재하지만, 정체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정체성이 없는 이유는 역사적 특수성에도 기인하고 있다. 식민지 상황에서 비롯된 전통조형문화의 단절과 미군정을 통한 서양문화의 이식이 이었다. 또한 한국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디자인 육성정책에 따른 부작용, 즉 수출 제품의 포장 수단으로서의 디자인을 육성하였다.

저자가 바라보는 것은 서구 문화의 유입이니 왜색이니 라는 전통 중심의 관점보다는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디자인에 대한 정체성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즉, 산업적 관점에서 디자인의 글로벌 경쟁력 차원을 고민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금 더 전통과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이란 것은 전통의 ‘지속가능성’과 ‘대중성’이 확보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만약 전통 중에서 특정한 소재, 특히 우리의 옛 문화를 중심으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려는 것은 ‘지속가능성’과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는데, 이러한 전통을 정체성이라고 전략적인 판단을 한다면 엄청난 투자비용에 비하여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역사는 현재의 시각에서 어제와 오늘을 평가한다. 그리고 내일의 세계를 바라본다. 급속한 사회 변화와 문화적 소용돌이에서 우리나라 디자인계는 정체성을 찾기 위하여 전통문화를 뒤질 것이 아니라, 열린 세계에서 보편적 특성과 현대의 대중적 문화에서 그 정체성의 방향을 만들어서,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야 한다.

우리의 디자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독창적 해석을 정의’하고, ‘산업자원 가치의 증대’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디자인산업을 통한 지속적 발전과 영향력 증대를 위해서는 전통에 대한 발굴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순간의 문화와 가치가 무엇인지, 세계가 무엇을 다르게 느끼고 흥미로워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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