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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Jan 15. 2022

운동에는 취미 없(었)습니다

운동은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하니 어릴 적부터 내가 내 몸에 새겨온 운동과의 추억을 전부 읊어야 할 것만 같다. 한 번은 그래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 이왕이면 생각난 김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금 당장 내 지난한 역사를 들추어보기로 하자. 지금부터 쓸 이야기에 무엇이 있을지 나도 궁금해진다.


지금의 나를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깡마른 몸의 소유자였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고 키가 컸고 단거리 달리기를 잘했다. 체육대회 때 반 대표 릴레이 주자도 했다. 달리기 능력과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은 딱 초등학생 때까지만 유효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하교 후에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던 활동량이 대폭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까지 주야장천 의자에 앉아있다 학원 봉고차를 타고 귀가했다. 학교 체육시간은 피구할 때만 재미있었고 내 운동신경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잘 모르겠다. 그 누구도 좋다, 나쁘다 말해준 적 없는 걸로 보아 그냥 평범했던 것 같다. 


체력이나 건강면을 보자면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했다. 어려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하는 택시와 부딪혀 발등을 다쳤다. 큰 접촉사고가 아니어서 하루 입원하고 나왔는데 마침 일요일이어서 개근상을 놓칠 일은 없었다. 반드시 살을 빼야 하는 고도비만도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감기도 거의 안 걸렸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월경통에 시달리긴 했지만 배 잡고 데구루루 구른 적은 지금까지 살면서 두어 번뿐이었다.


운동이 내 인생에 들어올 기미는 스무 살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 따라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때도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겼기에 단번에 3개월을 끊었다. 첫날 트레이너가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간단한 수업도 들으면서 몸을 움직이니 3개월은 거뜬히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더 빠지리라 상상했다. 


그 헬스장은 나름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서 가끔 저녁 운동을 마치고 함께 회식을 하기도 했다. 미용실을 하던 언니에게 가서 머리도 하고, 한 언니는 결혼을 한다기에 결혼식에 참석하러 다른 지역에도 갔었는데.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어영부영 3개월이 지났다. 3개월을 더 등록한 걸 보면 그래도 나름 운동을 다닌 것은 같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살은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허벅지와 엉덩이가 더 커지면서 운동복을 입은 내 모습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살이 찐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튼 이런저런 핑계가 늘고 헬스장으로 가는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재등록한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기부 천사를 자처하며 그렇게 헬스장과의 인연이 끝났다.


헬스를 오래 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는 집과 거리가 먼 탓도 있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집까지 버스로 40분 정도 걸렸고, 헬스장은 그 중간 부근. 그래서 버스를 타고 헬스장에 들렀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 했다. 몇 년 후 다시 운동을 할 마음이 생겼는데, 그때는 무조건 집과 가까운 곳에서 하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집 근처 대학교 안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등록했다. 수영과 요가 중 나는 요가를 택했고 한 달 정도는 꾸준히 다녔다. 근데 이번에도 한 달 더 연장을 한 후에 기부 천사의 길을 걸어버렸다. 


그 후 나와 운동은 더 이상 인연이 사라졌다. 나도 일부러 운동하려는 노력을 그만뒀다. 운동하지 않아도 몸 건강히 잘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내 인생에 운동쯤 안 해도 별 탈 없다. 모두가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운동은 독서나 영화 감상처럼 하나의 취미일 뿐이니 나는 운동을 취미로 택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래도 괜찮은 건강체질이(라고 믿었으)니까. 


해를 넘을수록 전보다 몸은 불어나긴 했지만 살 빼려고 다이어트하고 운동하는 대신 많이 먹고 게으른 채로 생활했다. 그러다가 내가 운동하는 사람이 되기로 한 건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나서였다.



#운동에세이 #습작 #글쓰기 #에세이 #운동글 #기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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