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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Feb 07. 2022

좋은 지도

의지박약자에게 크로스핏이 좋은 이유

지난날 헬스장에 등록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부천사가 된 건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아서였다. 헬스장을 메우는 커다란 기구들은 안 그래도 운동해 본 적 없는 나를 주눅 들게 했고 익숙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하기가 부끄러웠다. 그때는 기구를 이용해 몸의 부분 부분을 자극하는 운동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매우 정적인 운동법이었고 친구가 없으면 더욱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만만한 트레드밀을 타다가 운동을 마치곤 했다. 내가 크로스핏을 해보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헬스와 반대로 그룹수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크로스핏을 하는 동안, 그러니까 코치님의 지도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이긴 해도 학창 시절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그런 수업이 아니다. 내 의지와 내 두 발로 들을 결심을 한 것이니 자연히 집중도는 높아지고 잡생각은 사라진다. 수업 방식과 스타일은 코치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로스핏이라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박스(크로스핏을 하는 공간)마다 정해진 수업 시간은 정해져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코치님은 회원들에게 칠판에 적혀 있는 오늘의 운동(와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운동하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몸풀기(웜업)를 시키고, 그날의 와드를 위한 동작을 가르쳐주고, 연습하는 동안 자세가 맞는지 피드백을 하고, 본격적인 와드가 시작되면 옆에서 지치지 않게 응원도 해주고, 와드가 끝나면 마무리 스트레칭(쿨다운)까지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 모든 걸 다, 전부 다 시켜준다. 회원인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1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이건 누가 뭐래도 의지박약인 나에게 완벽한 운동법이다. 솔직히 말해 비용 부담만 없으면 퍼스널 트레이너를 고용해 나에게만 집중한 지도를 받고 싶다. 운동뿐만 아니다. 옷 입는 센스가 부족한 나에게는 퍼스널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간절히 필요하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식단을 짜주는 영양전문가도 있으면 좋겠고, 건강한 마음 챙김을 위한 명상지도자,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독서지도자, 조리 있게 말하기 위한 스피킹지도자, 목소리를 예쁘게 낼 수 있게 해주는 내레이션지도자, 노래지도자, 연기지도자,  춤지도자, 연애지도자….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각각의 영역에 특화된 전문 지도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현실에선 학원을 다니거나 그룹 스터디를 열고 각종 취미공동체 모임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동안 좋은 코치님들이 있어 크로스핏을 제대로, 그리고 재밌게 배웠다. 좋은 코칭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운동능력이 먼저 떠오른다. 코치 중에는 체육 전공자도 있고 그저 오랫동안 운동을 하다가 코치가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분명히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운동을 잘하고 신체조건도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몸이란 가시적으로 보이는 영역이라 운동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을 가르치는 지도자에게 운동능력이 필요조건이라면 지도능력은 충분조건이다. 자기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잘 가르친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자기 분야에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두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본인이 가진 걸 잘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나누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운동은 잘해도 남을 지도하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았다. 반대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가르칠 때 나는 충성도가 매우 높은 회원이 되었다.


나는 피드백이 확실한 코칭을 선호한다. 내가 잘하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잘하는 건지, 못하고 있다면 어디서 잘못한 건지 콕 짚어주는 것. 잘했다면 내 동작에 확신을 갖게 되고, 못했다면 그 이유를 인지해서 다음번엔 잘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실수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걸 예리하게 봐주고 더 나아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게 점점 나의 충성도는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이왕이면 쉬운 용어로 설명해 주는 것도 멋진 코칭이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전문 혹은 학술용어가 들리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걸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지식의 저주’는 시작된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쉽게 설명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매우’ 잘 안다. 분야는 달라도 가르치는 일을 해봤으니까. 한편 좋은 글쓰기의 조건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도 쉽게 쓰는 것인데 그거, ‘매우’ 어렵다. (바라건대 글쓰기도 가르치기도 지적 게으름을 물리칠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SNS에서 코칭에 대한 글을 봤는데 너무 와닿아서 캡처해 두었다. 출처는 찾을 수 없었지만 이 글의 마지막에 꼭 덧붙이고 싶다.


“코칭이란, 지도하여 가르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개인이나 그룹이 가진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그들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시키며, 발전 프로세스를 통해 현재 있는 지점에서 그들이 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인 행동을 통해 결과의 성취를 이루도록 인도해 주는 기술이자 강력하면서도 협력적인 관계를 말한다.

코칭은 1)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며, 2)학습자가 능력이나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성과가 떨어질 때 이를 다시 상승시킬 수 있게 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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