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D Apr 24. 2024

대체되지 않는 배우가 될래요 (上)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권성일(이하 권): 안녕하세요. 권성일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자기소개에 대해 고민했어요. ‘가장 나답게 설명할 수 있는 게 무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어떤 배우입니다. 혹은 어떤 사람입니다.’라고 하기에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매번 하는 생각도 달라져서 뭐라 정의할 수 없겠더라고요.





직업이 배우잖아요.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권: 영화 <괴물>을 보고 난 후예요. 영화를 볼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엔딩 크레디트 속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보면서 ‘내가 죽을 때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영화를 통해 세상에 내 이름을 알리겠다는 생각이 계기였죠.


그 생각을 혼자서만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요. 이유 없는 반대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시기에 예고 진학 준비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떨어졌어요. 진학 실패 후 연기를 포기해야겠는 마음으로 다시 책상에 앉았는데, 그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입시 준비를 했죠.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잖아요. 어떻게 뮤지컬을 전공하게 됐나요?

권: 대학 입시를 위해서 연기를 바탕으로 특기로 노래나 무용을 준비해요. 제 특기가 뮤지컬가 잘 맞겠다는 권유로 전공을 뮤지컬로 택했죠. 당시에는 뮤지컬 장르에 흥미보다는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노래 잘한다는 애기도 많이 들었고요.


뮤지컬 <벤허> 앙상블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오디션 직후에는 탈락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종 합격을 하게 됐죠. 이후 공연을 위해 매일 열 두 시간씩, 세 달 가까이 연습이 진행됐어요. 춤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집과 연습장을 오가는 시간마저 아깝게 생각됐어요. 그 시간이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연습실 근처에 고시원에서 두 달 생활하기도 했으니까요.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에 참여하니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응원도 받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작품을 경험하니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향과는 달랐어요. 뮤지컬 작품을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연기적인 성장을 이루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권: 대학에서 처음으로 연극 공연을 했을 때가 생각나요. 공연이 종료된 후 2주 간 공허한 마음이 듣더라고요. 요. 이때가 힘들었어요. 이 이후로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은 없고요. 아마 배역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사고와 감정의 간격이 있던 것 같아요. 이 감정이 당시에는 저를 힘들게 했지만, 누군가를 어떤 인물을 이해하는 매력적인 과정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다 보면 내면에 고요함이 한 번씩 찾아올 때가 있어요.













어떤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그렇다면 '배우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산다는 것.'에는 어떤 의견인가요?

권: 이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다른 생각이에요. 사실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산다는 일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배우로서 지향하고 있지만 나의 경험과 상상력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사는 것처럼 보이게끔 노력하는 게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사는 건 아니지만, 대신 사는 것처럼 보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권: 연기라는 게 기술이거든요. 그중 좋은 방법이 사람을 관찰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과 관찰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말투와 행동 등을 파악하고 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니까요. 





본인도 사람을 관찰하는 편인가요?

권: 자주해요. 특별한 방법은 아니고요. 한 사람을 계속 관찰하면서 그 사람의 행동을 사족 없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적는 거예요. 나중에 노트를 보면서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생각해 보는 거죠. 상황을 이해하면서 인물을 공부하게 되는 거예요.


관찰을 꾸준히 하면 평균적인 데이터가 쌓이는데요. 그러면 비슷한 유형을 지닌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돼요. 물론 다른 점이 더 많지만요. 그래서 반대로 선입견이 깨지는 경우도 있고요.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했지’라면서요. 배우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관찰이 무척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가 많을수록 내가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한 것이니까요.


지금 인터뷰하는 카페 근처 공터에 막걸리 아저씨라고 밤에 취해서 고성방가 하는 분이 계세요. 처음에는 소리 빽빽 지르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심히 보니까 아저씨도 본인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죽하면 저렇게 맨날 술 마시고 소리를 지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감정이 이입되면서 이해도 되는 거죠.





좋은 배우란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걸까요? 아니면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따로 있나요?

권: 관객에게 내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요. 





관객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과는 다른 건가요? 

권: 어떤 영향을 주면 물론 생각도 하겠죠. 비슷한 맥락일 수 있는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을 통해서 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게 좋은 배우인 거죠. 


인물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배우와 더불어 좋은 연기가 함께 있어야 하죠. 관객이 연기를 보고 동화되어서, 함께 걱정하고 안타까워함을 느끼는 거죠.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가 따로 있나요?

권: 킬리언 머피요. 그의 연기가 선이 굵고 강렬한 연기는 아니지만, 잔잔함 속에 날카로움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무표정을 연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무표정 속에서 인물이 느낀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더라고요. 마치 저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네가 스스로 느끼고 상상해 봐라’라면서요. 저는 상상할 여지는 남기는 작품과 연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한 편으로 그의 연기가 무섭기도 해요.







연기를 할 때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연출진이 원하는 스타일이 다를 때가 있을 것 같아요. 

권: 물론이죠. 그럴 때는 조율하는 방법뿐인데요. 일단 사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눠요. 왜냐하면 촬영이라는 게 아무래도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있다 보니까요. 저도 제 연기에 욕심이 있어서 최대한 저의 방식을 어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감독님의 의견을 따르거나, 현장에서 두 가지 스타일 모두를 연기하기도 해요. 







이런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A라는 연기를 했는데, 남들은 B나 C로 느끼는 경우요.

권: 그런 경우에는 피드백을 바로 반영해서 연기를 수정해요. 









좀 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한다는 답변이 있었는데요. 소통에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권: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했는데 컨펌을 받지 못한다면 속상하죠. 그래래 제 생각을 어필할 때는 최대한 논리 있게 준비해 가요. 그럼에도 설득당하면 그쪽으로 따라가는 편이에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네요.

권: 네 그렇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장르가 다른 만큼 배우로서 숙지해야 할 부분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듯해요.

권: 공연은 관객과 소통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는 카메라와 호흡을 주고받는다는 게 차이점이죠. 일단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사와 동선 숙지라고 생각해요. 모든 공연이 라이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거든요.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에 어떻게 촬영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카메라의 앵글이나 화각에 따라서 연기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미리 생각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카메라 무빙에 따라 동선이나 행동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주변에 오브제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보이는 느낌이 다르고요. 이런 것들을 미리 계산하고 연기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본인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권: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책, 음악, 미술, 사진 그리고 사람들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요. 그중에서 특히 영화를 제일 많이 보기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긴 시간 연기를 하면서 생긴 직업적 철학이 있을까요?

권: 모두에게 친절하려고 해요. 작품을 함께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요. 대단한 철학 같은 건 아니죠(웃음). 사실 제가 현장에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거든요. '이건 정말 별로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나는 저러지 말자'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낀 게 학생일 때라, 그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은 다를 것 같아요. 

권: 학생 때는 배우라는 직업을 깊게 보지 못했어요. 그냥 멋있어 보였죠. 지금은 시간도 많이 흘렀고 직접 연기하며 경험도 쌓였잖아요. 그때랑은 많이 다르죠(웃음). 멋있어지고 싶다는 마음보다 대체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저의 제일 큰 목표예요. 대체되지 않는다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연기를 정말 최고로 잘하는 게 아니라 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거죠. 베스트가 아니라 온리원. 국내 배우 중에서는 이병헌 선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제가 나중에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정도의 배우가 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슷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에 참여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기도 싫고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거든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권: 일단 관찰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고요. 책을 많이 읽어요. 특히 저는 고전 문학을 자주 읽는 편인데요. 읽다 보면 작품을 할 때 느끼는 것처럼 뭔가 되게 차분해지고 겸손해지는 느낌을 얻곤 해요. 현대문학에서는 찾아보기 조금 힘든 단어들이 있잖아요. 고전문학의 매력이 그런 것 같아요. 단어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하고 작년에 읽으며 느낀 점과 올해 읽은 때의 느낌을 비교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저만의 방법이기도 한데, 곡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로 그림을 그려보는 거예요. 인물이나 상황, 장소를 떠올려 보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상상력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같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악기별로 느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설명해 준 방법이 연기적인 성장에도 도움을 주겠지만 스스로의 만족감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권: 맞아요. 우선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우리가 생각을 하잖아요.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시도해 봤던 거거든요. 그림이나 사진은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여 새롭게 풀어서 생각하는 게 저에게 아직 어려운데 반해, 클래식 음악은 가사가 없고, 이미지 없이 직관적으로 듣는 행위이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음악을 들으면서 단어를 적고 상황을 만들고 현재의 날씨와 위치, 인물에 대한 걸 쭉 적어보는 거예요.


































이러한 시도가 스스로를 계속 성장시키는 과정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배우의 직업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권: 단순하죠. 어떤 직업이든 그 일을 잘 해내야겠죠. 배우라는 직업에서 바라보면 단순히 연기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해야 해요. 다른 말로 연기를 잘하는 것이죠. 안타깝지만 많은 배우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요. 책도 거의 읽지 않다 보니 대본 해석 능력도 많이 떨어지고요. ‘슬프다니까 울면 되겠지, 기쁘다니까 웃으면 되겠지’처럼 단순하게 해석하는 거죠. 본인이 곱씹어 다시 생각해 보고 환경과 인물에 본인을 던져봐야 하는데 글자 그대로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시나리오나 대본만 보고 하는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 속에 들어가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과는 깊이의 차이가 있죠. 배우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가치도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인물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떻게 그 인물을 더 잘 표현할지',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되는데 말이죠. 아무리 잘 쓰인 글이라도 연기가 부족하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배우가 요즘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의 직업적 가치를 대중이 판단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판단하더라도 옳은 판단이 아닐 수 있겠고요. 

권: 그렇죠. 그런데 분명히 알아주실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연기에 다 묻어 나오기 때문이죠.







같은 상황과 역할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을 하잖아요. 본인의 처지나 상황일 수도 있고 해석 또는 상상력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권성일이라는 배우의 표현 방식, 색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권: 저만의 무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연기하는 데 무슨 디자인이야 하실 수 있겠지만요(웃음). 예를 들자면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작가나 감독이 의도하는 장면들이 있고요. 그러한 장면을 살리기 위해서 나머지 장면에 의도적으로 힘을 빼는 편이에요. 기승전결이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 걸 추구하기 때문에, 낮은 지점과 높은 지점을 연결해 주는 논리성을 찾으면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요. 이게 저의 장점이면서 연기 색인 것 같아요.







디자인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본을 이해해야겠네요.

권: 사실은 조금 부끄러운 얘기인데 대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책을 거의 안 읽었어요. 교수님이 저한테 ‘책 좀 읽어라’라고 할 정도로요(웃음).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쉬는 동안 1년에 50권 정도씩 책을 읽었어요. 누구에게는 많은 양이 아닐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을 읽으면서 이해력이 성장했고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대화나 대본을 텍스트로만 받아들였거든요. 쉽게 얘기하면 눈치가 없었다고나 할까요(웃음)?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 대본을 볼 때 깊이가 달라졌어요. 표면적인 텍스트뿐만 아니라 내면의 의미와 의도하는 바까지도 빠르게 캐치할 수 있게 된 거죠. 


대본 해석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고요. 지금의 제 연기 철학과 방식이 그때를 기준으로 생겨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했다면, 지금은 공식을 세워서 효율적으로 하고 있어요. 공식이 없으면 연기할 때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시간이 낭비되더라고요.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해야겠다고 확신하게 된 지점도 그때일까요?
권: 그 지점은 더 오래전이에요. 청소년기 때부터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시작해서 점점 확신을 가져갔죠. 청소년기 때는 확신보다는 자만이었겠네요(웃음). 근거 없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연습과 경험을 쌓으면서 가능성을 늘리면서 확신에 가까워진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책을 읽고 사람을 관찰하는 저만의 노력이 확신에 가까워지게 해 줬어요. 그리고 이런 노력들도 연기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테고요. 제가 운동을 하는 이유도 배우라는 직업이 아무래도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외형적으로 다부진 모습이 대중에게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하고 있어요. 아마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살이 엄청 쪘을 것 같아요. 먹는 것 엄청 좋아하거든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더불어 대중의 검증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데요. 대중이나 산업의 검증을 받기 위한 시도가 있었나요?

권: 지금 당장 관객들에게 검증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까지 제가 많은 모습을 비추지 못했으니까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오디션이 검증의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하는 노력일 수 있겠지만 빠른 검증을 받고 싶은 게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욕심인 것 같아요. 속으로 ‘괜찮아,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며 다급해하면 안 되는데 본심이 자꾸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웃음)







앞에서 관찰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이러한 것들이 저는 연기공부라고 생각되는데요.
권: 맞아요 저도 공부한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영화나 드라마, 사람들을 관찰하며 학습하기도 하고 스터디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하기도 해요.


현재는 두 개의 스터디를 나가고 있어요. 각각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평일 저녁에 서로의 연기를 보여주고 의견을 나누고 있죠. 이전에는 혼자서 하기도 했는데, 억지로 연기를 더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고 스터디에 나가고 있어요. 







스터디에는 어떤 분들이 계세요? 연령대는 다양한 편인가요?
권: 연령대는 거의 비슷해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장소는 고정돼 있어요. 보통 공간을 대여해서 진행하지만, 혼자 자취하는 스터디원 집에서 하기도 해요. 오디션 정보를 나누거나, 오디션 준비를 하는 배우를 함께 돕기도 하고요.













https://youtu.be/ug7t2T1_qYQ?si=ugeJClM7OzDGo5bk

ENA 행복배틀, tvN 청춘월담, 탓, 개는 구덩이를 판다, 몸의 일기, 담.


1. 인터뷰이 권성일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_kwonsungil/

2. 인터뷰어 배대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fyouknowbd/


작가의 이전글 여운이 남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