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무모한 도전인가 무한도전인가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에 왔을 때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1도 없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바로 가졌고 5년간 열심히 육아를 했다.
재택근무라는 핑계로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 몸속에는 장사의 피가 흐르지 않나 보다. 아이템은 기가 막히게 찾았지만 계산이 약했다.
고객들에게는 호구나 다름없는 인심 좋은 사장님 소리를 들었고, 내 스토어의 리뷰는 평점이 5.0 만점에 5.0이었다. 심지어 남편 지인들은 그 사장님이 자기 와이프였어?라는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장사하면 안 되는데 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한다.
호주에서 월급쟁이로 다시 돌아가볼까? 올해 초부터 생각했던 건데 쉽지 않았다.
영어가 아직 무서웠고, 한국에서의 경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가장 두려웠던 건 5년간의 경력단절. 레쥬메를 쓰는 순간부터 막혔다.
화려했던 경력은 모두 5년 전 이야기.
나이를 보지 않는 호주이지만, 대학졸업 날짜가 2005년. 월드컵 때 태어난 아이들이 레쥬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영문레쥬메를 작성하고 커버레터를 썼다.
나에겐 챗GPT가 있으니까!
SEEK에서 (호주 구인사이트) 키워드를 넣고 몇 군데를 검색하니 절망적이다. 썬브리즈번에 들어갔다.
한인들의 취업사이트라 한인식당이나 공장들의 구인정보가 많았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친구들이 많이 일자리를 찾는 곳이라 거기에서 영주권 비자를 찾는 일들을 추려봤다. 한인마트 본사에서 일하고 가격측정 및 엑셀과 간단한 회계를 하는 업무였다.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았다.
"경력이 화려하시네요? 여기 일은 단순한 일인데"
"80년생이면 나이가 어떻게 되는거예요?"
"일을 시작하면 방학 때 아이는 어떻게 맡기시나요?"
업무에 대해 필수적인 엑셀능력이나 어드민관리 능력을 어필했고, 중국어 원어민의 수준까지 얘기해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속상해하는 나에게 지인이 해준 말
"언니 일단 레쥬메를 100개를 돌리고, 그래도 연락이 안오면 그때 포기해요
100개 보내니까 정말 2-3군데는 연락이 오고 일할 기회가 생기더라구요"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다시 레쥬메를 찬찬히 본다.
과연 호주에서 다시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