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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Jun 29. 2018

같은 듯 다른 속편의 교묘한 변주

영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 리뷰

이 글은 전작인 [시카리오]의 결말 스포일러와 [데이오브솔다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드뇌 빌뇌브 감독과 테일러 쉐리던 작가의 결합으로 엄청난 시너지를 냈던 영화 [시카리오]가 햇수로 3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명성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불식을 잠재우듯 미국 내 언론시사회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시카리오]의 속편, 영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를 변화라는 키워드에 맞춰 해부해보자.


#1. 감독의 변화     


전작에서는 FBI 출신 케이트가 CIA의 카르텔 소탕 작전에 참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전적으로 케이트의 시선으로 풀어지며, 정확한 임무조차 알려주지 않는 상황 속 외부인의 불안한 시선이 이 범죄극을 미스테리하고 공포감 있게 몰고 간다. 그러나 속편의 경우는 이러한 장치가 없는 상황(이미 전작에서 알레한드로의 정체와 맷의 목적이 밝혀진 배경) 속 서스펜스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가에 대한 핸디캡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타개해 나간다.     

속편의 감독을 맡은 스테파노 솔리마, 이름은 커녕 필모그래피조차 생소한 이 이탈리아 감독은 전편의 팬들을 위안하듯 많은 속편들이 저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흔히 많은 시네필에게 강한 인상을 준 작품의 속편을 맡는 경우, 감독이라는 예술적 자존심에서 인지 오히려 전작의 색채를 지우고 자신의 스타일을 맘껏 뽐내는 예들을 많이 봐오지 않았는가.


올해 초 타계한 음악 감독 요한 요한슨
요한 요한슨의 동료이자 이번 시카리오2의 음악감독 힐두르 구드나도티르


그러나 솔리마 감독은 오히려 다분히 드뇌 빌뇌브 감독의 색깔을 그대로 차용했다. 전작인 [시카리오]의 경우 드뇌 빌뇌브 감독 특유의 배경음악 사용을 [블레이드러너 2049], [컨택트] 등 본인 필모그래피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격히 자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시카리오]의 결정적이었던 땅굴 장면에 사용된 것을 제외한다면 전무할 정도로 배경음악 사용을 철저히 자제한 반면 [데이 오브 솔다도]의 경우 오히려 더 요한 요한슨( [시카리오]를 비롯한 드뇌 빌뇌브 감독의 작품 다수를 맡은 음악감독, 올해 초 타계했다.)식의 음악 활용을 보여준다.



#2. 시선의 변화     

전작의 주인공 케이트 메이서

[데이 오브 솔다도]의 경우, 케이트 시선처럼 극 안에 녹아져 있는 시선에서 벗어나 제 3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예를 들면 처음 자폭테러 장면의 경우, 마트를 보여주는 장면이 무척이나 어색하다. 이유는 렌즈에 무언가를 담을 때, 우리는 특정한 포커스를 맞추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일부러 보여주려는 영화에서는 더 더욱이 포커스가 중요하다. 그러나 마트를 비추는 카메라는 비율도, 초점도 어느 하나 뚜렷한 목표지점이 없다. 그냥 멀뚱히 마트를 보여줄 뿐이다. 이내 갑작스러운 폭발이 시작되고 카메라는 그제야 수업 중 졸다 일어난 학생 마냥 시선을 둘 목표지점을 찾아낸다.

특히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줄 때의 카메라 무빙은 더욱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사벨라가 처음 납치되는 장면 속 달리는 차 안의 모습이나, 이사벨라를 후송하던 맷 일행이 습격받는 장면, 작전 중지를 명령받고 맷과 신시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 카메라는 모두 배경 속 인물들의 중심점에서 유유히 회전하며 인물들을 비출 뿐이다. 이는 마치 예능 속 관찰카메라나 CCTV 카메라가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찍는 것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이 외에도 유독 활강하는 장면을 노출하거나 배경을 위에서 내려다보이게 담아낸다. 케이트(개인)의 시선에서 3자의 시선으로의 변경, 시점의 확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 [시카리오]는 케이트가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납치범들의 은거지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데이 오브 솔다도]의 경우는 마약을 운반하는 밀입국자의 자살 폭발과 평범한 마트 속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폭탄테러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는 더 이상 마약 카르텔의 범죄 피해가 특정한 세력이나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적인 피해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맷과 알레한드로의 변화

카르텔 소탕 작전의 현장 책임자 CIA 맷 그레이버
카르텔에게 피의 복수를 하려는 전직 검사 알레한드로

전작에서의 가장 큰 분규는 케이트와 맷과 알레한드로, 세 사람 사이에 카르텔을 처단하기 위한 입장 차이였다. 질서와 규칙을 중요시하는 케이트와 폭력과 불법조차 묵인하면서도 카르텔을 처단하려는 맷과 알레한드로, 두 입장의 충돌과 케이트의 패배에서 작가인 테일러 쉐리던의 [시카리오]가 가지고 있는 주제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 오브 솔다도]에서는 그런 역할을 해주던 케이트가 빠졌다. 같은 방식으로 전진하던 동맹 관계가 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카르텔 조직의 딸 이사벨라 레예스를 등장시킨다.      


두 개의 거대 카르텔 조직, 레예스와 마타모로스를 서로 맞붙이려는 계획을 가진 맷은 마타모로스 카르텔의 소행인 듯 레예스 카르텔 조직 두목의 딸 이사벨라를 납치한다. 그러나 이사벨라를 호송하던 도중, 적 카르텔과 연합한 지역 경찰의 습격을 받게 되고 맷은 불가피하게 경찰들을 사살하게 된다. 자국의 경찰이 미국에 의해 사살된 멕시코는 미국을 압박한다. 이에 미국의 수뇌부는 당장 작전을 중지할 것을 명하고 자신들의 사냥개인 알레한드로와 불필요해진 이사벨라를 제거할 것을 명한다.

레예스 카르텔 두목의 딸, 이사벨라


‘더티’한 임무에는 제격인 맷 역시도 키워내기 어려운 사냥개라는 이유로 알레한드로 제거 철회를 요청하지만 이를 거부당한다. 이사벨라를 죽이라는 명령에도 알레한드로는 소녀를 안전 지역까지 데려다 주려 함께 길을 떠난다. 전편과 달리 작전이 중지당한 맷과 목줄을 풀어준 주인을 버리는 사냥개 알레한드로, 둘의 더티한 카르텔 사냥은 끝난 것이다. 더는 그러한 방식으로는 억제가 되지 않을 만큼 썩은 사회에서 이사벨라를 살리는 맷과 알레한드로의 변화된 태도는 카르텔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혹은 촉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시카리오)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의 확대(솔다도)


작가의 전작과 비슷한 서브플롯 운영방식 속 미구엘은 실비오(시카리오 속 서브플롯 주인이자 카르텔과 결탁한 부패한 경찰)와는 비슷한 듯 다른 결을 가진다. 이번 작에서 서브플롯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청소년과 마약 운반책이라는 양면성, 일상에 녹아있는 부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비슷하나 전작에서는 멕시코인이지만 [데이 오브 솔다도]에서는 엄연히 미국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는 시선의 변화에서 던진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더 이상의 마약 카르텔이 단순히 멕시코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제의식을 내포한 서브플롯이 알레한드로와 이사벨라에게 위기를 초래하는 결정적 서스펜스로 작용하는 지점은 테일러 쉐리던이 현재 왜 미국에서 잘 나가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성공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역 배우로 시작해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최근 영화 감독까지 해낸 테일러 쉐리던


어떤 사람들은 [데이 오브 솔다도]를 두고 속편이라기보다는 전작의 두 인물을 채용한 별개의 영화라고 표현한다. 비슷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디테일한 장르 변주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무척이나 인상 깊다. 부디 전작 [시카리오]라는 신을 추종하며 [데이 오브 솔다도]를 이단이라고 배척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같은 어머니(테일러 쉐이던)를 두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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