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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Jun 18. 2018

현실을 잠식하는 SNS의 파급력, 영화 [너브] 리뷰

  요즘은 이력서에 조차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바로 sns이다. 실제로 주위에 sns를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이나 여타의 참여 이벤트를 위해 딱히 원하지 않았지만 계정을 만든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현시대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지니는 의미는 굳이 풀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녹아있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에 명암이 있는 법, sns 역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우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sns가 역으로 우리의 생활까지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 우리의 행동 양식을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영화 [너브]를 가져왔다.

SNS는 이미 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스펙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1. SNS 팔로워 수가 곧 권력

     

영화 [너브]의 배경은 sns 미션 수행 사이트 ‘너브’가 10대들 사이에서 광적인 유행으로 번진 상황이다. ‘너브’는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에게 미션을 주고, 미션의 성공 여부를 베팅하는 왓쳐, 두 그룹으로 나뉜다. 미션을 성공하면 매 단계별로 상승하는 거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최종 상위 두 명이 결승전에 진출하여 상금을 독점하는 단순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플레이어의 모든 사생활과 정보는 실시간으로 왓처들에게 노출되지만 이와 반대로 관객이자 도박꾼, 그리고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왓처들은 철저히 익명성이 보장된다. 


주인공인 비(엠마 로버츠)는 학교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릴 사람이 두, 세 명이 전부일 정도로 평범한 학생이다. 그러나 우연히 가입한 ‘너브’에서 짜릿한 일탈을 맛본 비는 점점 대담해지고, 미션을 통해 만나게 된 이안(데이브 프랭코)과 함께 하며 하룻밤 사이 동네에서 유명인사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보다 많은 팔로워를 갖기 위해(팔로워 수가 곧 랭킹인 너브) 점점 더 위험해지는 미션을 보다 못한 비는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너브’의 숨겨진 그룹 ‘밀고자’에 속해지며 위험한 미션을 거부할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영화 속 ‘너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과거 미션 장면 속에서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유명했던 실제 영상들도 포함되어 있다. 조회수나 팔로워 혹은 구독자,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인터넷 세상 속 관심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그것들을 위한 위험 행동은 단순히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보이는 황당무계한 설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2. 적절한 서스펜스의 완급조절


 처음 보는 남성과 5초 동안 키스하기부터 백화점에 가서 500만 원 상당의 드레스 입기 등 가벼운 미션들부터 눈 가리고 시속 100km로 운전하기, 건물과 건물 사이를 사다리를 통해 건너가기 등 수위 높아지는 미션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진짜 실제 왓처라도 된 듯 긴장감이 형성된다. 중간중간 실제 실황 중계화면을 보는 듯 휴대전화 카메라 화질의 화면과 일부러 노린 노이즈는 영화 속 리얼함을 더해준다. 

[곤지암] 역시 일부로 화면 노이즈를 이용한다.


초반부, 백화점에서 속옷만 입은 채 비와 이안이 빠져나오는 장면과 이안의 두 눈을 가린 채로 함께 오토바이로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장면, 모두 상황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전체 화면을 감돌면서 긴박함을 배가 시킨다. 반면 후반부, 비가 사다리로 건물을 건너는 장면과 이안이 높은 공사장 건설 탑에 매달리는 장면에서는 배경음악이 최소한으로 축소되어 흘러나온다. 전자에서는 박진감과 서스펜스를 강조한 것이고 후자에는 최대한 리얼함과 위기감을 강조해주는 것으로 적절한 완급조절이다.

사다리로 건물 사이를 지나는 미션을 수행 중인 비의 모습


#3. 조명을 통한 메타포 표현


처음 비가 ‘너브’ 안내 화면을 보는 장면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유명한 장면이 삽입된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파란 알약과 빨강 알약, 두 개 중에 선택을 권한다. [매트릭스]에서 빨강 알약은 거짓된 세상에서 벗어나서 진실을 마주하는 선택이고 파란 알약은 지금의 기억을 잊고 다시 매트릭스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위 장면은 영화 [너브]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관통한다.

영화 [매트릭스] 속 알약


비는 ‘너브’에 가입하며 첫 미션(처음 보는 남자와 5초간 키스하기)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친구 토미의 도움을 받는다. 비가 이안을 상대로 첫 미션을 수행한 이후 ‘너브’는 비와 이안, 두 명이 함께 해야만 하는 미션을 주며 둘은 자동적으로 파트너로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처음 만난 이안과 함께 하는 미션에 망설이던 비는 자신을 기다리겠다는 이안에게로 간다. 토미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전자에서는 빨간색 조명으로, 처음 만난 이안과 함께하기로 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배경이 파란색 조명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는 비가 실제 세상 속 관계에서 벗어나 가상에서 맺어준 관계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이런 노골적인 파란 조명은 타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입구와 배신자로 낙인찍혀 잡혀온 비가 깨어난 컨테이너 박스 속, 그리고 마지막 대결을 위해 모인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의 조명으로 쓰인다. 이와 대조 되게 ‘너브’ 때문에 절친인 시드니와 관계가 틀어지는 파티 장면과 결승에서 이안과 비를 둘러싼 무대 중앙부는 빨간색 조명이 쓰인다. 이렇게 빨간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을 이용해 영화는 전반적인 메타포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것도 세상 힙한 네온 불빛으로.     

토미의 도움을 받아 처음 미션을 수행하는 비
비가 이안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는 장면
지속적으로 채용되는 파란 조명
결승에서 파란 조명의 왓처들에게 둘러싸인 비는 빨간색 후드를 입었다.


영화 [너브] 중간 지점인 한 시간 지점, 절친인 시드니와 비는 ‘너브’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상공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제 하는 무언가를 위협하는 것이 단지 영화 속 일이 아닌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효과로 내몰리는 해방촌 사람들
국가적 문화유산에 낙서한 사진을 자랑스럽게 SNS에 올린 사례
SNS 속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가짜뉴스 확산


우리는 현재 두 가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나와 sns 속 자신을 분리하기 시작한 것이 비단 요즈음 일이겠는가? sns의 과용이 그저 자기 파괴로 끝날 것이라는 것은 sns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sns은 이미 당신에 대해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처음 드렸던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로 대신했다. 이제 영화 속 마지막 대사를 이용한 질문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Are you an accessory to mu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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