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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May 28. 2018

[영화 독전 리뷰] 허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그리고 그에 대한 고찰

 이 글은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한참 미투 운동이 불거졌을 때, 동성애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감독이 있었다. 바로 이해영 감독이다. 물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혐의였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커밍아웃을 했다. 실상은 아웃팅이었고 그것은 성소수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 상처가 아직 아물기도 전에 작업 중이던 작품 [독전]이 개봉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마약'을 둘러싼 범죄극, 이해영 감독 이전 작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주는 [독전]이 궁금해졌다.   


    

#1.  캐릭터의 다양성 그리고 불균형                                                  

                                        

농아 남매를 연기한 김동영, 이주영 배우

                                                                                                                                                                                           

독전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 관련 기사에는 농아 남매를 연기한 김동영과 이주영에 대한 칭찬들로 일색이고, 많은 관객들은 중국 마약계 대부인 진하림을 연기한 김주혁과 그의 부인인 진서연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진하림(김주혁)과 진서연, 이 중국 마약상은 영화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스펜스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 속 가짜 연기를 하며 진하림과 박선창, 둘 사이에 교묘한 줄타기를 하는 원호(조진웅)의 모습은 미장센, 음향, 연기 모든 요소가 완벽할 정도의 호흡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끝나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상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브라이언(차승원)의 등장은 이 끊어진 줄을 다시 잇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도 아니다. 브라이언과의 대립은 애초부터 이러한 약점을 의식한 탓인지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실제적인 액션 시퀀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맥락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선생’을 쫓는 서사임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추가로 농아 남매는 영화에서 주요 액션 시퀀스를 담당하기도 하는 데, 농아라는 설정이 초반 마약 제조 장면 속 큰 우퍼 스피커에서 객석 가득 울리는 비트를 담아낼 때까지 만해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후 액션 장면에서는 전혀 그런 설정이 녹아있지 않다. 이렇듯 영화 [독전]은 영화 속 각각의 설정들이 주는 매력치가 최고에 오르기 직전에 멈추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준다.(이 느낌은 해당 장면 말고도 몇몇 장면들이 더 있다.)
영화 독전은 다양한 캐릭터는 구축하였지만 그것이 큰 맥락과는 연결되진 않아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국 마약상 진하림을 연기한 故김주혁 배우
브라이언은 클라이맥스를 담당하기에는 캐릭터성이 약하다.

                                                                          

#2. 설경을 담은 미장센그리고 엔딩 해석           

                                       

마약공장으로 나오는 염전,  하얀 알갱이의 그것이 마치 마약을 연상 시킨다.                                              

                                                                                     

영화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은 모두 영화 속에서 현재를 그리고 있다. 원호가 정처 없이 운전해 나가는 이 장면은 광활하게 펼쳐진 설경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리고 결국 도달한 목적지에는 서영락이 있다. 둘의 대화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한 번 더 전달해준다. 이후 화면은 집 외곽이 보이고 집안에서 총성 한 발이 울린다. 농아 남매는 총성을 듣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감독은 락과 원호, 둘 중 누가 쏜 것인지 혹은 누구에게 쏜 것인지 보여주지 않은 채 끝맺는다. 많은 이들은 무채색 포스터 속 조진웅 배우만이 컬러인 것을 보아 유일하게 살아남는 자가 원호임을 감독이 은연중에 암시해주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영화 속 마약공장이 위치한 곳은 총 세 곳 등장한다. 처음 폭발사고가 일어난 공장, 농아 남매가 운영하는 염전 공장, 그리고 마지막 눈에 뒤덮인 공장이다. 염전과 눈은 아마 ‘마약’을 상징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 속 원호가 홀로 운전해 찾아가는 눈으로 뒤덮인 배경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락은 마약에 취한 원호를 살려내며 그에게 마약에 취한 것을 단순히 ‘꿈’이라고 말한다. 영락은 어린 시절, 밀입국하던 중에 컨테이너에 갇혀 마약에 손을 대 죽은 친부모님을 지켜본 트라우마를 간직했고 원호 역시 자신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고등학생이 죽은 뒤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원호와 영락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각자의 기억을 간직한 채 영원히 악몽 속에서 깨어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설경을 배경으로 한 것은 아직도 약에 취한 채 마약을 갈구하는, 즉 아직도 ‘이선생’의 실체를 놓지 못하고 집착하는 원호의 모습을 나타낸다. 끈질기게 누군가를 쫓다 보면 알 수 없는 신념 비슷한 것이 생긴다는 원호의 대사처럼 원호에겐 ‘이선생’을 밝히고 잡는 것만이 그의 신념이자 믿음이다.
원호는 과연 그 신념과 믿음의 대상이 허상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갔을까? 아니면 그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을까?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 이뤄낸 락은 과연 행복했을까? 아니면 죄의 대가를 받았을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지막 둘 중 누가 쏜 총이며 누구에게 겨냥되어있다고 보는가, 그것은 곧 실체를 알 수 없는 믿음, 그 본질에 대한 여러분의 견해를 가리키는 지표이지 않을까 한다.                                                  

                                                                                 

아마 이해영 감독은 원호가 락을 죽였다는 가정하에 엔딩 장면을 촬영하지 않았을까?  성소수자로서 이해영 감독은 종교적 믿음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폭력들을 견뎠을 것이다. 거대한 마약 조직의 별, 허상의 '이선생' 락에게 책임을 묻는 원호의 모습은 어쩌면 이해영 감독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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