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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Jul 05. 2018

단조로워진 인물들의 방향성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리뷰

  [어벤져스3 : 인피니티워]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엄청난 관객몰이로 오랜만에 외화 관객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확실히 10주년이 된 마블 스튜디오가 영화시장에서 나타내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예시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인피니티워에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앤트맨이 특별한 파트너와 함께 돌아왔다. 특히 인피니티워와의 연계성과 어벤져스4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앤트맨이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것도 있다. 그러나 까놓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앤트맨과 와스프]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1. 한층 복잡해진 관계 그러나 단조로워진 인물들의 방향성

전편의 호프가 새롭게 슈트를 입고 와스프로 나타났다.
2편의 새로운 빌런 '고스트'
행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빌 포스터
행크의 아내이자 호프의 엄마, 자넷

일단 이야기가 너무나 산만하고 지루하다. 전편과는 다르게 스콧 랭(앤트맨)이 이야기의 중심점으로 잡혀있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편보다 많은 등장인물과 그 인물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더욱 풍부해진 관계가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앤트맨과 파트너로서 새롭게 2대 와스프가 된 호프가 사이드킥(보조)이 아닌 한 명의 히어로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대척점에 있는 새로운 빌런 고스트와 빌 포스터가 전편의 악당 옐로우자켓을 대신해 투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영화는 행크와 호프가 양자역학을 이용해 원자 단위보다 작아진 세계로 빠진 아내이자 엄마를 찾기 위한 터널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고스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터널이 필요하다. 스콧은 행크와 호프에게 마음에 빚이 있고 그들을 도와야 하지만 자택 감금 해제가 얼마 안 남은 상황 속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되는 제약 있다. 그리고 소코비야조약을 어긴 행크와 호프를 잡으려는 FBI, 행크의 기술력을 빼앗아 떼돈을 벌려는 장물아비, 소니 버치 일당까지 합세하여 연구소를 되찾기 위한 한바탕 소동극이 벌어지는 것이 [앤트맨과 와스프]의 주요 골격이다.

영화 속 양자 세계로 가는 터널 


영화 속 핵심은 양 쪽 진영이 하나의 목표(약자역학터널과 연구소)를 추구하며 각기 다른 제약된 상황 속 액션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양상에 있다. 이런 이야기 골격은 보통 범죄극에서 효과적으로 쓰인다. 이런 골격이 굉장히 멋지게 표현된 작품들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영화 [저수지의개들]의 경우, 모두의 목표는 배신자 색출에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미스터 오렌지는 경찰 쪽 스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무리는 그가 경찰이라는 쪽과 아니라는 진영, 양쪽으로 나눠지게 된다. 이윽고 미스터 오렌지를 두둔하던 미스터 화이트는 그를 위해 두목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오렌지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듣고 그를 죽인다. 영화 [도둑들]에서는 거물급 장물아비 웨이홍의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모였지만, 그 속에서는 자신들이 돈을 전부 차지하기 위한 서로 간의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윽고 마카오박이 웨이홍의 물건을 훔친 이유가 밝혀지며 서로를 오해했던 두 사람이 화해하거나 뜻밖의 인물이 배신을 한다.


이렇듯 잘 짜인 이야기 골격이라 함은, 같은 목표지점이라는 통일된 그릇 안에 각기 다른 맛을 내거나 관계 속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인물들의 변화 양상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가택 감금이 이틀 뒤면 풀리는 스콧은 제약된 상황 속에서 주춤하지만 이내 결심한다. 이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지 인물의 방향성이 틀어지진 않는다. 하물며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호프(와스프)와 행크는 줄곧 목표지점이 하나다. 바로 자신의 엄마이자 아내인 자넷을 양자 세계 속에서 구해내는 일, 결국 주요 진영의 인물들 모두가 시종일관 같은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 안에서 서로 간의 있었던 약간의 오해와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전작의 갈등보다 약하다.(전작에서는 행크가 자신의 딸인 호프를 대신해 일면식도 없는 좀도둑 스콧을 앤트맨 자리에 앉히자 아버지-딸, 후계자-친족, 스승-제자라는 갈등 양상을 보여주었다.) 물론 [앤트맨과 와스프]는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할 기회와 능력이 얼마든지 있었다.

전작에서 행크와 대런크로스, 역시 스승과 제자로서 갈등 관계를 보여준다.



#2. 앤트맨만의 유머 코드

유머와 액션의 결합

전작에서 옐로우자켓과 캐시의 방에서 대적하는 장면은 마블 스튜디오 어느 영화를 뒤져봐도 나오지 않을 독특함을 가졌다. 크기가 줄어드는 능력을 지닌 두 명의 적수가 캐시 방에 있는 아기자기한 유아용 장난감들 속에서 생사를 넘는 결투를 하는 것은 [앤트맨]이 지녔던 유머 코드와 액션의 결합이었다. 물론 이번 작품도 전작 못지않은 장면이 있다. 후반부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이러한 앤트맨 만이 지닌 유머 코드와 액션의 합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냥 후반부만을 기다리기에 관객은 너무 힘들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단조로운 인물들의 방향성이라는 핸디캡을 유머라는 코드를 앞세워 타개하려 한다. 전작에서 떠벌이 루이스와 그 일당 활용은 굉장히 훌륭했고 그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음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또 한 명의 유머를 담당하는 메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바로 스콧을 감시하는 FBI의 지미 우다. 

전작과 이번 작품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루이스와 일당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투입된 FBI 지미 우

그러나 초반부뿐만 아니라 결말까지, 이 영화의 유머 축을 루이스에게서 뺏은 그의 웃음에 대한 접근법이 딱 소니 버치의 진실의 약을 만든 부하 역할 수준이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식의 개그는 루이스의 독백 설명 장면에 비하면 너무 약하다.



#3. 각본에 대한 아쉬움


영화는 이내 이러한 아쉬운 지점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영화의 몰입감을 저해한다. 특히나 시나리오적 측면에서 아쉬웠던 지점 몇 가지를 말하자면, 첫째로 스콧의 자택 감금된 2년 동안 혼자 놀기의 진수가 된 설정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지미 우와 주고받는 카드 마술에 대한 유머가 마지막에 스콧이 고스트를 따돌리는 데 언급되며 ‘눈속임’이라는 것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적 액션과 밀접하게 결합이 되어 있느냐 한다면 글쎄다. 그렇게 혼자 놀기의 진수는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다시금 나오며 ‘유머’라는 부분에서는 충실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액션과 맞닿아져 있거나 인물들 간의 관계에 더 녹아져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는 커트가 이야기하는 ‘바바야가’ 이야기이다. 이것 역시 영화에서 유머 섹션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 커트는 어린애들은 바바야가 이야기만 들어도 무서워서 혼쭐났다고 이야기한다.(한국의 망태 할아범 같은 이야기) 그리고 물체를 통과해 다니는 고스트를 보고 바바야가라며 무서워한다. 만약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바야가 설정이 고스트가 추구했던 대로 캐시를 납치하는 이야기로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초반부 스콧과 캐시가 집안에서 미로를 탈출하는 장면까지 어우러져 캐시가 혼자 힘으로 고스트에게서 탈출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시나리오라면 캐시가 영화 내내 떠들던 앤트맨 파트너 자리를 탐내던 것과도 맞닿아있다.

바바야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커트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 변주는 어디까지나 옆에서 쉽게 거들 수 있는 충고일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을 모두 넣었다면 영화는 훨씬 산만해지거나 정작 중요한 행크와 호프의 자넷(엄마)을 찾는 과정이 약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본인들의 독자적인 솔로 영화이기 이전에 이미 거대해진 마블 시네마틱의 한 세계관이지 않는가? 다음 어벤져스 영화를 위해 이번 앤트맨에서는 분명히 양자역학을 이용한 터널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거대하고 독자적인 이러한 세계관을 만들어낸 마블이 지닌 단점 역시 드러난다. 어쩌면 [앤트맨과 와스프]를 관객들이 어벤져스4로 가는 간이역쯤으로 생각하는 게 마블 스튜디오가 지닌 한계와 단점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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