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 비평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딸이 사라졌다. 그런데 나는 딸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조차 모른다. 아니, 내가 마고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지? SNS 속 딸의 흔적을 쫓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딸을 알 것 같다.......
영화 [서치]는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가 실종된 인물을 찾는 흔하디 흔한 스릴러 영화라고 생각된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이 영화는 시종일관 컴퓨터 화면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컴퓨터를 끄는 그 순간까지.
이런 류의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는 사라진 딸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알던 딸과는 다른 실체를 직면하게 되고 아버지는 더욱더 큰 혼란에 빠진다. 영화 [갈증]이나 [미씽 : 사라진 여자], [파수꾼]처럼, 이 정도만 들어도 벌써 네댓 편의 영화들이 떠오른다. 워낙에 이야기 구조 자체에 강한 흡입력이 있는 추적 스릴러지만 그만큼 전형화된 클리셰들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치]의 포인트는 사라진 딸에 대한 힌트를 오프라인에서 찾지 않고 온라인에 한정하여 조사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프레임은 컴퓨터 화면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두 차례 뉴스와 유튜브를 통한 역동적인 영상 빼고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전무할 정도로 인물들의 등장은 정적이다. 인물들의 등장과 대화는 9할이 페이스톡(화상채팅)을 통해 연출되기 때문에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고정된 채 방향성이 배제된다. 그러나 [서치]는 배제된 방향성을 이야기의 급격한 전환점들과 타자기 소리, 컴퓨터 알림 소리 등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해 가감해준다.
딸인 마고를 찾는 과정에서 외박, 단순 가출, 실종 순으로 확대되는 사건들은 인터넷 속 그녀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의 순간들 마다 새하얀 검색 엔진 속 커서가 움직이며, 노출되는 검색 키워드와 결과 페이지들은 현실 속 방향성 못지않은 역동성을 표출한다.
“히치콕에 견줄만하다(The Playlist)”라는 문구처럼, [서치]는 히치콕이 정의한 스릴러의 구조를 정석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surprise(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와 suspense(관객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요소)의 교차 운영과 그 적절한 비율은 더 플레이리스트의 히치콕과 견줄만하다는 단평(短評)과 부합하는 부분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 현대의 다양한 SNS를 추적해 실종된 딸에 대한 힌트를 얻는 과정은 앞선 장면들에서 지나쳤던 요소들을 확대하며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서치]의 서스펜스는 어떨까.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는 이미 모든 사실이 밝혀진 상황 속 인물들의 대치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극에 도달한다. 영상에서는 두드러진 액션도, 음향도 없다. 그러나 갑자기 인물들을 비추던 영상은 멈추고 이내 방송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뜬다. 한껏 몰입해있던 관객에게 그 상황이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중임을 다시금 자각시켜주는 것을 통해 서스펜스와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이다.
영화 [서치]는 페이스톡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이용한다. 컴퓨터 화면 속 애타는 데이빗과 무관심한 대화 상대방의 대조되는 표정들을 통해 데이빗의 긴박하지만 무력한 상황을 극대화해주고, 특히 페이스톡의 자신의 화면은 작게 노출되는 특성을 살려 데이빗이 받는 압박감을 관객에게 체감시키는 일 역시 도와준다. 딸을 찾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과감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데이빗의 모습을 화면에 크게 담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이스톡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자신을 비추는 특성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대화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통해 상대가 지닌 감정과 반응을 시각적으로 취합하여 그에 따른 대답과 질문을 던지며 상호 간의 대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페이스톡은 일반적인 대화에는 없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바로 대화의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상대방과 동시에 화면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대화를 하는 중에 상대방의 얼굴뿐만 아니라 자신을 거울처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타의 다른 SNS와는 다르게 페이스톡은 대화자 이외의 다른 이들에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제한성과 거울의 특성은 SNS와 구별되게 위선과 가식을 벗은 자신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
초반부 마고는 데이빗에게 거짓말을 해서인지 급하게 페이스톡을 끝내고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며, 수사관인 로즈마리 빅은 수사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데이빗에게 더 이상 통화 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로즈마리와 데이빗은 작 중 주로 페이스톡으로 통화한다.) 딸의 생물학 스터디 그룹 반장과의 페이스톡에서 학생은 딸을 애타게 찾고 있는 데이빗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무심하다. 이렇듯 영화상의 페이스톡은 이용자가 자신의 속내를 거짓으로 속이기 어렵거나 자연스럽게 본성을 드러내는 연결 매체로써 표현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모습을 거짓으로 포장하는 SNS의 일반적인 특성과 대비되는 페이스톡 사용 양상은 인터넷이 지니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의도적으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는 아버지로부터 마음을 닫아버린 마고가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의 익명의 시청자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부분이나, 채팅창에 마고에게 할 말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데이빗의 모습은 이러한 역설적인 부분을 통해서 둘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묘사해준다.
영화 [서치]는 인터넷이 지니는 양면성을 화두로 스릴러에 녹여냈다. 인터넷이 지닌 익명성 속에서 피해를 입지만 결국 인터넷이 지닌 광범위한 연결망과 누구에게나 열린 접근성을 통해 딸을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딸을 알아간다. 컴퓨터 화면에 갇힌 프레임처럼 마고는 SNS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가둬두지만 데이빗은 그 빗장을 풀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시스템 종료는 이제 두 사람이 자신들의 감정을 더 이상 숨겨두지 않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