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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Sep 05. 2018

액션의 신세계, 폭발은 그다지?

영화 [업그레이드] 리뷰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부터 [겟아웃]까지 독특한 이야기 소재의 공포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블룸하우스가 첫 액션 영화를 들고 나왔다. 슈퍼컴퓨터 칩이 전신마비된 사람에게 전보다 훨씬 더 월등한 능력을 제공한다는 평범한 SF장르를 블룸하우스에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블룸하우스가 선택한 사이버펑크

저예산 공포영화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주가를 달리고 있는 블룸하우스


이 영화, 막상 극장에서 까놓고 보니 실상은 완벽한 사이버펑크였다. 나오는 캐릭터들의 디자인부터 가까운 근 미래 배경, 무기화를 염두에 둔 생체공학적인 인간 개조, 게다가 네온사인 조명까지, 더할 나위 없는 사이버펑크 장르다. 여기까지만 보면 SF영화 제작비를 감당했을 블룸하우스에 의문을 표할 테지만, 이 영화는 제작사 고유의 색을 잃지 않았다. [업그레이드]에서 나오는 모든 액션 장면들은 특이한 촬영기법으로 제한된 상상력을 가감해주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블룸하우스의 색을 보여주었던 장면으로 하나를 꼽자면, 처음 영화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그레이가 자동차를 정비하는 모습이다. 배경은 흔하디 흔한 미국의 차고며, 라디오에서는 예스러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정비를 끝마친 그레이가 퇴근하고 오는 아내를 맞이하는 데, 아내의 자동차는 자율주행과 더불어 탑승자와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아내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색이 급 반전되는 데, 특히 이 영화에서는 보컬이 있는 음악이 이 장면 뒤로는 전무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고도로 발전된 미래사회임을 알지 못했던 관객에게 가벼운 충격을 주는 초반 시퀀스는 발전된 과학기술에 거부감을 느끼는 그레이의 캐릭터성 역시 극명하게 보여준다. 

초반부 자동차 정비장면 - 예고편 발췌



폭발하는 액션의 신세계

움직임의 축을 둔 횡스크롤 액션

앞서 언급했듯이, [업그레드]에 나오는 액션 장면들은 모두 특이한 촬영 기법으로 다뤄진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 그레이의 액션 장면들은 모두 횡스크롤 액션을 택했다. 슈퍼컴퓨터 '스템'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 적들을 물리치는 그레이의 액션은 공간을 xyz축으로 잡은 3차원에서 축을 기점으로 한 직선의 움직임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유일한 곡선의 움직임은 원운동으로 한정되게 표현된다. 실제로 기계들의 움직임이 어색한 것도 컴퓨터 프로그램 상 동물의 자연적인 움직임을 방정식으로 표현했을 때, 기계에 들어가는 컴퓨터의 고차 방정식 연산 능력 제한에 따른 것이다. 영화 [업그레이드]는 슈퍼컴퓨터에 몸을 맡긴 주인공의 움직임을 이러한 촬영 기법으로 액션에 녹여냈다. 이는 분명히 영화의 예고편에서 선전하는 액션의 신세계라는 지점과는 부합한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움직임이 동물과 상당부 흡사한 로봇도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


영화 [업그레이드]가 완벽한 사이버펑크라고 했던 것은 다시 말하자면, 전형적인 서사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영화의 사건이 발발하는 부분까지의 구조는 사실상 교과서적이며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초반 부분이 더욱 지루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레이가 슈퍼컴퓨터 ‘스템’을 장착한 이후부터 나오는 액션들은 확실히 이전까지의 영화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액션 장면에서 오는 실제적인 재미라는 것은 리얼함 혹은 타격감 같은 것들이 부여되어 리듬감이 형성되거나 아니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폭발력을 지녀야 한다. 

영화 [업그레이드]의 xyz공간에서 축을 기점으로 이동하는 액션 방식은 처음에는 새롭게 느껴지지만 이내 제한된 동선 탓에 리듬감이 결여되게 되고 관객에게 어지러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군인들의 몸에 내재된 생체 삽입 총기의 경우 처음에는 색다르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sf장르에서 기대되는 생체 병기의 모습에는 못 미치는 양상이다. 

영화 속 팔에 장착된 생체 삽입 총기


영화 [업그레이드]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실제적인 체감으로는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온 진짜배기 사이버펑크 장르와 블룸하우스의 기발한 상상력은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게다가 앞으로 나올 블룸하우스의 다양한 장르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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