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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문 Mar 29. 2018

짱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리뷰

Ready Player One, 2018

  이 영화 개봉 전부터 각종 언론들에서 고평가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게다가 스필버그가 온갖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을 총 출연 시키는 영화를 기획 중이라는 소문까지 더해져 [레디 플레이어 원]은 나의 기대감을 풀 충전시켰다. 


원작 소설부터 8090의 대중문화의 추억팔이 작품답게 이 영화는 몇몇 작품들에 대한 노골적인 사인들로 가득하다. 웨이드의 게임 속 자동차 [백투더퓨처]의 드로리안, 시작부터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올드팝, 다양한 대중문화 아이콘 그리고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사들까지, 미국 덕후들이 환장할 만한 요소는 다 쑤셔 넣은 것 같았다.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이야기의 서사구조나 디테일하지 못한 설정 구멍, 그리고 몇몇의 어설픈 위기 극복 방법들을 뒤로하더라도, 이 영화 굉장히 재미가 없다. 나처럼 어설프게나마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도 재미가 없는데, 요즘 사람들 특히나 단 몇 초 가량의 등장뿐 무수히 지나쳐버리는 캐릭터들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만약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나와 같은 감상평을 느낀다면 과연 무엇이 평론가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했을까?          

                                                                                          

평식이 형이 6점 준 거면 많이 준거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는 영화에서 웨이드와 동료들이 개발자 할리데이의 두 번째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해 영화 [샤이닝]에 들어가는 장면을 통해 연출된다. [샤이닝]은 큐브릭의 영화에서 귀신이나 건물 혹은 사람 같은 모든 물체 및 생명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게임 세계로 들어가 다른 이들과 가상의 공간에서 교류하는 모습이 닮아있다. 게다가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 저변에 깔린 문명의 발전 속 인류를 통한 현대 문명 비판의식이 [레디 플레이어 원]의 실생활 대신 가상현실인 ‘오아시스’에 목매는 인물들의 행태에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큐브릭의 미래 3부작(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의 경우 스필버그의 sf 장르에 대한 주제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니( a.i., 마이너리티 리포트, 쥬라기 공원), 그에 대한 오마주는 이 영화 특성상 가장 적절한,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역시나 이러한 주제의식은 영화 중반부에 드러난다.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웨이드에게 아르테미스는 불같이 화를 낸다. 가상공간에서의 만남을 진짜라고 믿는 웨이드가 한심할 뿐이며 이는 단순히 가상일 뿐이고 자신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접근한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가상공간에서만 살아가는 웨이드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샤이닝] 속 반복되는 문구 -  샤이닝에서 중요하게 쓰였던 소재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제한 시간을 알리는 카운팅 역할을 한다. 그 마저도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해주지는 못한다


이 밖에도 큐브릭이 가졌던 아이러니함과 영화 [샤이닝] 속 잭의 반복적인 문구의 모순점들 역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상황과 관련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부분들을 높이 평가하기에는 [샤이닝]의 활용 방식이 뛰어났는지가 나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샤이닝]의 영화적인 연출 방식에서 새로웠던 테크닉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스펜스를 그대로 차용한 것도 아니다. [샤이닝] 속 미로 정원에서 거대해진 도끼질을 피하는 것은 앞선 레이싱 장면에서 장애물과 킹콩의 공격과 매한가지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영화를 관통하는 ‘게임’이라는 키워드에는 맞닿는다. 그러나 서스펜스의 ‘새로운’ 시도 역시 없었을뿐더러 재탕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레디 플레이어 원]에 1초라도 등장한 캐릭터들의 리스트들이 가득하다.


영화 속 할리데이의 첫 번째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한 해결 방한은 터무니없다. 클리어 한 게이머가 없을 정도의 극악의 난이도 치고는 설정의 격이 너무 떨어진다. 이 영화는 영화 속 등장하는 대중문화 속 아이콘들을 찾아내는 일종의 게임이다. 위의 사진처럼 요즘 사람들은 게임을 너무 잘한다. 쉬운 게임은 절대 재미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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