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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녜 Apr 07. 2020

나는 나를 믿고, 나를 구원한다.

Oh my God - (여자) 아이들 뮤비 해석 2편


*본 내용은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재미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비판과 다른 의견은 환영하나, 비난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장 첫 장면.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리를 가진 민니가 두 남자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말 그대로 "prisoner"의 형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양, 검정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 민니의 머리는 어딘가 잘못된 느낌을 준다. 


장면이 전환되고, 손에 있던 투명한 액체는 민니가 눈을 감자 빨간 액체로 변해 얼굴을 뒤덮는다. 

 역시 뒤에서도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이다. '손을 씻다'와 같은 관용어구처럼, 손은 깨끗해야 하며 발과 반대로 손은 이성, 의식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눈을 감은 모습무의식, 이성 너머의 것 등을 상징한다. 깨끗한 액체는 이성 너머의 곳에서 빨간 액체로 변한다.


그리고 빨간 액체에 잠식되는 민니의 모습. 짤막하게 소연(빨강)이 나와 춤을 추고 장면이 전환된다.

장막으로 다가가 장막 너머를 엿보는 민니. 

민니의 이러한 행동의 계기는 소연(빨강)이었다. 어떤 감정적 요동침, 날것의 감정, 화 등등 폭발적 이미지가 트리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장막 너머에는


초록색 궁전에서 우기가 등장한다. 앞서, 우기는 '파랑'을 상징한다고 했는데 왜 초록색 궁전일까?(뒤에서 살펴보자...)


그전에, 민니(보라)는 우기(파랑)와 빨강(소연)의 조합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기와 소연이 완전히 다른 존재라기보다는, 민니 안에 있는 어떤 감정이나 자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빨강=화, 파랑=신성함, 차분함 등등의 느낌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기는 붉은 형상을 하고, 아비규환을 만들어내는 듯한 신의 형상을 두려워하며 걷는다. 

하지만 이내 그 신이 우기의 안으로 들어온 듯한 모습을 보인다. 


# 빨간 액체의 정체


완전무결한 흰색. 우기가 두려워했고, 우기가 있던 공간의 주인. 

성녀처럼 보이는 흰색 드레스에 금발. 그리고 높은 제단 위에 앉아있다. 하지만 붉은색 액체를 떨어뜨린다. 


 

이 액체를 통해 소연(빨강)이 피어난다.

이 액체는 앞서 민니의 얼굴에 부어져, 정신을 잠식했던 그것이다. 이제는 소연에 닿아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된다. 


정리하자면 빨간 액체는, 

1) 흰색의 공간에 있던 민니를 자신의 무의식, 감정, 나의 깊은 곳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됨.

2) 계기를 통해 우기(파랑)가 더 깊은 공간인 미연(흰색)을 열게 함

3) 미연은 액체를 떨어뜨려 불을 지핌

4) 격정적 감정을 상징하는 소연(빨강)을 더 활기차게 만듦.


액체가 완전히 쏟아지면서, 민니 역시 이전과 달리 적극적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캡처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민니의 손이 이전과 달리 검게 변했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알게 되면서 (누군가가 보기에는) 악녀, 스스로는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되어가는 것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순간을 '합일의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감정이 극도로 고조되었을 때를 떠올려보자. 콘서트, 오르가즘, 기도 중 응답을 받았을 때 등.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그 순간을 느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연을 중심으로 안쪽 원은 시계방향으로, 바깥 원은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숭고나 사랑의 감정이 극대화된 그 순간은 시간의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내 안의 뱀 등장

생각보다 뱀의 등장이 늦었다. 

스스로의 욕망을 드러내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늘 뱀이었다. 때문에 영상 초반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Oh my god에서는 앞서 '나의 감정이 변화된 계기들'을 충분히 보여준 다음, 뱀을 등장시킨다. 


'뱀'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내가 변화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를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한 가지 더 있는데,


뒤에 등장하는 하얀 사과.

보통 사과는 빨간색으로 유혹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사과는 무색에 이를 잡고 있는 수진의 손톱만이 붉다. 


사과라는 외부적 대상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나의 자아인 소연(빨강)과 우기(파랑)가 합쳐진 수진(보라)에 의해, 즉 나 스스로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구속과 해방


수진(보라)과 소연(빨강)은 여자, 혹은 모두가 가두고자 하는 자아이다.

유혹, 격정적 감정 등. 이들은 원래 구속되어있었으나, 해방된다. 


뱀의 키스

단상에 서 있던 미연(흰색)은


스스로를 밀어 땅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금발이 흑발로 변하고, 슈화(초록)로 변한다. 수진(노랑 혹은 주황)과 우기(파랑)를 통해 무색이 '초록'으로 거듭난 것이다. 1편에서 언급했듯, 뱀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던 수진-우기-미연의 관계가 밝혀졌다. 


우기 역시 붉은 화장과 도발적인 표정으로 각성한 것을 보여준다. 이전에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나'들이 해방되었다. 


# 진짜 '나'의 해방

민니는 검게 변한 손으로 자신에게 총을 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흘러넘치고, 검게 변한다. 


마지막 장면에 민니의 뺨에 써진 "가장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문자 그대로 민니는 자신의 가장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믿고, 자유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 빠뜨린 컷들

(왼쪽부터) 미연, 우기, 소연, 수진, 슈화, 민니

뮤비 중간에 삽입된 전체 풀샷. 

Trigger가 된 소연과 수진은 단상 위에 앉아있고, 우기는 절반, 슈화는 바닥에, 미연과 민니는 서 있다. 

앞서 설명한 멤버들의 역할을 한 컷으로 압축한 구도임을 알 수 있다. 






# 정리하며

Oh my God에서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멤버가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진은 뱀으로 묘사되면서도 주황이라는 색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소연(빨강)과 미연(흰색)이라는 '나의 깊숙한 것들의 합'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I trust"라는 앨범 제목과 걸맞게 스스로의 모든 면을 인정하고, 믿고 자유로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바뀔 수 있다고.


누군가를 찬양하는 듯한, 사랑에 대한 찬가처럼 보이는 가사 속에 담겨 있는 아이러니.

결국,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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