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혁 Sep 29. 2015

유리

둘 사이에 얇은 유리가 있는

연인이 있다.


유리를 경계로

반사되는 자신이 보이기도 하고

통과해서 상대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 자신과 연인

둘을 함께 보게 된다.




정말 서로만 바라볼 수도 있을 텐데,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그 유리를 깨트리기가 쉽지가 않다.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불안하니까.


너를 가질 것을 생각하면 모두 가져올까 기대하게 되고

나를 줄 것을 생각하면 모두 가져갈까 불안하게 되니까.


나 자신이 보이지 않는, 앞 뒤 가리지 않는 사랑이

한 순간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아픈지 알고 나면

누구도 결코 쉽게 깨트릴 수 없다.












유리



나르시즘의, 나와 나 관계의 대표적인 산물이 거울이라면

타인과의 관계는 유리 같다는 생각을 한다.


투과하기도, 반사하기도 하며

타인을 보면서 자기 자신 또한

볼 수 있게 하는 것.



어느 관계에서든,

타인만 바라 보고 이타적이기만 할 수는 없으니,

모두 조금의 유리가 있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 마저

두꺼운 유리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경계하고, 시험하려 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염두해 두는 사람.


유리에 가로 막혀서

더는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있다.




사랑 인 척 했던 자신 있는 말들에 속아서,

무심코 유리를 깨고
자신을 내 던졌다가
상처 입어 본 사람이라면

두꺼운 유리를 둘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나는,


그렇게 되어 버린,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들이 안타깝다.










사랑은 함께 마주하는 것 만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두꺼운 유리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상처받을까 불안해서 다가가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상처받기 전에 상처 주고,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 주기를 주저하고,

끝내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경우가 없었으면 한다.






왜, 그런 시 구절도 있지 않은가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너의 눈물은

나의 것이다'




'나의 미소는

너의 것이다'










그런 이상적인 사랑을 하려면,

일방적이지 않은 절대적인 믿음이 있어야겠지.


나를 줄 것을 생각하면 모두 가져갈까 불안하게 되고

너를 가질 것을 생각하면 모두 가져올까 기대하게 되니까


슬픔은 내가 갖고 기쁨은 너에게 줄 수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관계.


서로를 가로막는 유리 막 따윈 없는, 그런 관계.











Painted and Written by

Lee Jin-Hyuk


매거진의 이전글 꽃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