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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나 Apr 26. 2023

나의 해방일지(곧, 퇴사 일기)

다신 직장인은 되지 않겠다고 찍는 마침표


provide A with B를 provide B to A로 바꾸는 빨간펜 팀장님에게 어떻게 쓰임이 다른지 묻지 못하고,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대신 선택한 첫 퇴사와 캐나다 어학연수는 나의 직장생활에 잠시 쉬어가는 '쉼표'였다.


두 번째 퇴사는 다신 직장인은 되지 않겠다고 찍는 직장생활 '마침표'다. 


캐나다에서 돌아와 두 번째 회사의 입사까지 약 두 달의 백수기간 동안, 나는 대낮에 카페를 가지 않았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한창 일할 시간에 카페에 있다는 것은 곧 "저 백수입니다"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것 같았고, 누군가의 시선에서 놀고 있다는 건 견디기 힘들었다. 백수라는 시선이 무서웠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영원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결심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나 돈 없이는 사랑도 힘들다는데, 사랑은 고사하고 어떻게 여생을 살아내야 할지 모르겠는 막연함에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 나에게 퇴사는 역시나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마음이 힘들면 몸이 아프다는데 나는 여전히 입맛이 돌고 팔팔한 걸 보니 꾀병 같았다. 그래서 나의 나약함을 꾸짖었고, 언젠가 퇴사를 후회할 날이 올 것만 같아 또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에도 문득 결심이 서는 날은 온다.

내 마음을 자각하는데도 하세월이었는데, 퇴사라는 답을 내렸음에도 나는 그날 바로 사직서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퇴사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답을 내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 더더욱 사직서를 감행하기보다는 퇴사일기가 옳은 선택이었다. 생각이 요동치는 순간을 옮기고, 매 순간의 파도를 넘어내고 나면 길이 정해지리라는 마음으로, 딱 100일 간만 퇴사 일기를 쓰자고 다짐했다. 그 100일의 끝에는 가슴속에 품고 있는 사직서를 부장님 책상 위에 올려두겠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퇴사한 후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직 잔여 연차를 소진 중인, 퇴사 예정자이다. 퇴사까지 100일 꼬박 일기를 쓰지도 못했고, 실제 퇴사까지는 100일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간 써 내려간 퇴사의 이유와 퇴사를 준비하면서 겪은 마음의 변화, 그리고 진짜 어려웠던 퇴사의 마지막 관문인 퇴사면담까지 소상히 담긴 나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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