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 너였다...

초등맘을 졸업했습니다.

by 사라샘클라스
초등맘을 졸업했습니다.


'아들이 졸업을 했습니다.'라고 쓰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졸업의 의미가 ''보다 ''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정작 본인은 아무 생각 없이 이제 온라인 학습을 안 해도 된다는 들뜸 뿐이다.


봄 언저리 어느새 더워지면 여름을 눈치채듯, 아들이 사춘기가 다가오는 건지 이미 한참 진행 중인지, 나는 안테나를 쭉 세워두고 매일을 보낸다.


6학년, 1년간 팬데믹 상황으로 365일 둘이 동고동락하며 지지고 볶았다. 학교교육과정은 팝송 흘려듣듯 쓱~ 날려버렸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았지만 받고 싶지 않은 자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아쉽지만 우리 둘이 살아있으니 됐다. 하고 나는 쿨하게 신경을 꺼버린다.


요즘은 아들 덕에 나의 10대는 어땠을까? 자주 회상한다. 아니 잘 기억이 안 나 상상한다. 그를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춘기 아이들은 감정을 통제하는 편도체의 미성숙으로 이성적이지 못하고 쉽게 충동하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십 배 증가로 공격성이 증가한단다. 쉬운 말로 파충류의 두뇌이니 그냥 건들지 말고 우회하기!


어린이와 사춘기의 구별법


욕조에 장난감을 뛰워놓으면 옷을 벗지도 않고 물로 뛰어들었다. vs

머리가 기름기로 떡이 지고 '비'로 시작하는 그분이 하얗게 내려 앉아도 씻을 생각이 없다.


호기심 천국, 끝없는 질문에 답하느라 지쳐갔다. 책도 많이 읽어줬던 시간 vs

책이 뭐야, 종이가 뭐야...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드라마 보고 영화 보고. 폰 사용시간 기네스 세울 듯.


예의 바른 어린이였다. 인사하기, 놀던 자리 치우기 등 vs

자고 먹고 싼 뒤처리도 제대로 안 한다. 손님이 오면 쑥스럽다며 자기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어른이 되면'이런 거 저런 거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던 아름다운 어린이 vs

꿈이 없다. 이건 돈을 못 벌고 저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 싫고 두려움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다.


간장에 계란을 풀어 비벼줘도 먹었던 단순함이 vs

자신만의 먹방 법칙이 생겼다. 그래 봤자 인스턴트... 국룰이라나 뭐라나. 건강한 음식 좀 먹으라고 하면 나보고 옛날 사람이란다.


엄마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은 vs

왜 그러고 사나... 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나라고 이러고 살고 싶겠니. 너도 살아봐라 삶이 얼마나 힘들고 치열한지.


큐브, 바둑, 체스, 태권도, 수영, 마라톤, 자전거타기 등 건전한 취미가 많았다. 아니 즐겼다. vs

기승전 게임!


라면 반 개, 물에 헹궈서, 후후 불어서 vs

O라면 매운맛 세 개, 계란 세 개, 밥 말아 마무리.



나도 한 때 너였다.


아들의 행동이 외계인처럼 느껴질 때마다 나는 열세 살의 나를 찾는다.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무엇을 좋아했을까? 뭐가 힘들었을까? 뭐가 되고 싶었을까? 그때 기분은 어땠을까?


그가 줌 졸업식 후 학교에서 받아온 졸업앨범을 보고 빵 터졌다.


집에선 볼 수 없는 세상 공손함 그리고 늠름함. 오글거리는 미소. 푸하핫! 그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 아마 내가 보는 너의 모습이 최악일 수도. 그렇게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아들 입학식 8세/엄마 입학식 8세
아들 졸업식 13세 /엄마 졸업식 13세

내 앨범에서 초등학교 입학-졸업 사진을 찾았다. 그와 나의 깜찍한 1학년, 끔찍한 6학년을 목격하고 웃음이 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다. 나 조울증인가?


내가 13살의 나를 다시 보듬는 마음으로 이제 너를 보듬어 줄게. 외롭고 불안했던 10대. 내가 옆에 있어줄게. 그렇게 나와 그는 평행선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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