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이게 SKY 캐슬이다! 허무하지만 간단한 진리
SKY이하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겠다.
나름 한따까리 한다는 고등학교에 입학할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내게 강렬하게 남아있다. 사실 저 말을 들을때만하더라도 시험때 벼락치기하면 성적이 어느정도 나왔던 터라 '뭐 가겠지' 라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모의고사를 보다가 점수가 안 나올때도 '나는 실전에 강하니까'등의 정신승리법을 시전하며 애써 현실을 무시했고, 결국 고3에 가서야 저 말을 지켜드릴수 없겠다라는 엄중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난 SKY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내 자식 만큼은 SKY를 보내고 싶었다. 얼마전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SKY캐슬을 보면서도 제목부터 거슬려서 오히려 드라마의 훈훈한 결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미안하지만 내 자식이 나의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수밖에, 수많은 무협지의 클리셰처럼 너도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떠나주렴 대치동으로.
현실세계에는 김주영이 없던데?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드라마에는 있던 김주영 선생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길이 없는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중학교 입학인데, 드라마에서 보니 이미 늦은 거라고 나오던데 마음만 조급해졌다. '아니 대체 어디 있는거야, 드라마처럼 내가 억만금을 준비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 월급의 반이상은 투자할 수 있어!' 나의 한탄에 오히려 친구가 비웃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학원계의 스타가 되어 나타난 나의 옛 동지는 오히려 자본주의의 첨병이 되어 내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월급쟁이로는 그런거 못해.
그냥 정신이나 제대로 박힌 애로 키울 생각이나 해
그러면서 슬쩍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하나를 내민다. "여기 한번 연락해봐, 이 사람은 학원 하나 안보내고 애 셋을 모두 서울대로 보냈다는 사람이래,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어" 돈 못번다는 핀잔이나 주던 녀석이 마지막으로 이런 동아줄을 내려주다니!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받는 번호로 간곡한 문자를 보냈으나 읽씹. 전화는 받지도 않고 모두 사서함으로 넘어가 버린다. 아니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만나주지도 않는걸까, 이쯤 되니 오히려 더 믿음이 생긴다. '그래, 이쯤 되야 진짜 고수지' 그리고 구구절절 나의 이야기를 문자로 보냈다. 아버지이야기부터 삼수해서 간신히 대학을 가고, 내 자식만큼은 어쩌구하며 거의 문자로만 소설 한 권을 썻겠다고 생각할 때 쯤 답장이 왔다.
"저도 삼수 했습니다. 절박함은 잘 알겠으니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 굳이 만날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서울대 보낸 비법이 궁금하시다구요? 자식 잘키우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그리고 이어서 온 문자 메세지를 보고 나는 말을 잃었다.
옆집 애라고 생각하고 키우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