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복치남편 Mar 18. 2019

자유민주주의를 찾아서,
이징이징베이징

태극기부대 아님, 자한당 아님

단지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누군가는 햇빛, 자유 그리고 꽃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해
- 동화작가 안데르센


뺏기기 전에는 잘 몰랐다. 그게 얼마나 내 인생에 깊숙히 들어가 있었는 지. 뭔가 독립투쟁을 할 것 만 같은 비장한 문장이지만 사실 뺏긴 것은 카카오톡과 네이버 블로그, 구글과 페이스북이었다. 중국여행을 가려면 보통의 해외 여행 준비할때 알아보는 것외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 바로 공산당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간을 피하는 것. 보통 3월에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여행기간은 3.1절 연휴를 낀 3월1일부터 3월4일까지였다. 더하여 가장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 이었다. 안데르센의 말처럼 단지 여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북경은 황사와 검열 그리고 불친절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금번 여행에는 12월에 북경에서 귀국한 동료 '첸'이 만들어준 '첸슐랭 가이드'와 함께했다.


Day1. 나지아샤오관(나가소관)* - 전문대가 - 천안문 - 왕푸징 거리

 

*첸슐랭가이드 1 : 나지아샤오관(나가소관)만의 시그니쳐 메뉴인 달콤한 새우튀김(껍질채 먹음)


군대를 다녀오기 전에는 해외여행을 가기위해서는 병무청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꼭 돌아와서 군대를 가겠다는 서약, 안 오면 대신 책임을 질 보증인을 내세우는 등 우리나라가 내게 참 집착하는 구나 정도의 생각과 귀찮을 뿐이었다. 전역 후, 대한민국 여권만 있으면 어느나라던 가는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 왔고 그것을 당연시 했다. 

"중국은 비자가 있어야 해" 그런데 그 비자가 한두푼이 아니라 1인당 5만원돈이 넘는 금액이다. 중국은 외국인 관광유치가 필요가 없는 국가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 하이라이트라는 구베이수이전(고북수진·W-Town)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건설 했다고 자랑하더니, 정작 중국의 출입국 관리소는 관광장벽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것 같다.

'별지비자'(추후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를 아내와 함께 받았다. 이쯤에서 여행의 목적을 밝히자면, 중국 북경대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아내가 북경대 학식이 맛있다는 말이 시작이었다. 북경대하면 요즘 같이 SKY 캐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시기에 세계 몇위의 명문이니 어쩌니 하는 곳이지 않는가? 그곳의 학식을 먹는다? 그리고 아내가 중국어를 하니 나는 가이드에서 은퇴하고 짐꾼만 하면 되겠는데? 등등의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바로 비행기부터 예매했다. 연휴인지라 조금 비싼듯하지만, 30대 이후로 '시간을 돈으로 사겠다'는 여행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언제나 설레는 인천공항을 떠나 딱딱한 입국심사를 거쳐, 공항철도 타고 지하철역을 나오니 갑자기 중국이 펼쳐졌다. 지하철 역 입구마다 초록색 정복을 차려입은 어린 군인들이 정자세 차렷을 유지하고 있었고, 강한 향신료 향이 가득했다. 그리고 회색, 회색, 온통 회색이다. 회색 벽돌의 건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배경인 하늘도 회색이다. 아! 나는 미세먼지의 기원을 찾아 온 것일까? 

첸슐랭 가이드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화려한 전문대가를 거쳐 천안문에 가던 길에 검문검색으로 반시간 가까이를 기다렸다. 검문검색을 하던 젊은 공안에게 뒤의 고참이 소리쳤다. "외국인 이잖아, 보내"

그래, 나는 돈 쓰러온 외국인인데 제발 대우 좀 해줬으면 좋겠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Day2. 자금성(실패)-시단(마라유혹)-북경대(실패)-이화원-천단공원-전취덕(베이징덕)


   

* 첸슐랭가이드 2 : 마라유혹의 마라롱샤(보기보다 맵지 않다. 대신 뒤에 마파두부는 불 맛)


중국 여행의 또다른 팁을 알려드리자면,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는 여행을 하면 자금성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숙소가 통유리라서 느즈막히 일어나는 늦잠은 너무나 행복한 것이었다. 10시쯤 일어나 택시를 타고 자금성으로 가기위해 천안문을 갔을때, 눈 앞에 월드워Z가 펼쳐져있었다. 수만명의 관광객들을 한줄로 세워 검문검색을 하고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기다림이 당연한듯 우두커니 서있었다. 줄이 빠지는 속도는 자본주의 국가의 테마파크에 줄 서는 속도에 1%도 미치지 못했고, 눈대중으로 봐도 세시간은 걸릴듯 했다.

여행에서는 포기하는 것도 기술이다. 선택을 해야 했고 우리는 자금성을 안보기로 했다. 뭐 내일도 있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 와서도 안되면 정말 안보고 가지 뭐. 자금성 안본 북경여행이라니, 나중에 안주거리라도 되겠네. 어차피 여행은 추억거리이니까.

그래서 먹으러 갔다. 북경대 가는 길에 첸슐랭 가이드 두번째 집인 '마라유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라소스의 위용을 알리듯 로고부터 화염과 고추로 뒤덮어 있는 마라유혹. 추천메뉴인 마라롱샤와 닭튀김을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 마파두부를 시켰다. 그리고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라는 말을 몸으로 느꼈다. 평소에도 매운것을 잘 못먹던 걸 망각하고는 용기있게 도전했건만 남은 것은 혀끝과 입술에 남은 강력한 통증이었다. 하지만 물으신다면, 강력 추천.

퉁퉁불은 입술을 내밀며 도착한 곳은 북경대였다. 이 여행의 끝과 시작! 이었던 그곳에서는 어이없게도 경비아저씨에게 출입을 제지 당한다. 이유를 밝히지 않고 관계자외 출입금지란다. 어이 없어서 화가난 아내를 위해 밑에 쪽문에 다시한번 시도 하려 했지만 거기도 지키는 경비아저씨가 있다. 참 사람 많아서 좋겠네 중국! 

이화원에 도착해서 우리는 또다시 출입금지 당할까봐 걱정했지만, 이화원은 출입이 허용 된 것을 넘어서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었다. 험한 산위에 별장을 넘어서니 산안자락으로 멋진 호수와 산책로 그리고 으리으리한 궁전을 숨어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좋은 것을 나누지 못했나 보다. 이 좋은 거 다 같이 보면 얼마나 좋을텐데, 높으신 핏줄들만 보시려 그리 숨겨두셨나.

천단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꼽으라면 천단공원인데, 황제가 하늘에 기도를 드렸다는 곳은 들어가면 묘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 같다. 공원에 들어와서 추가로 40위안을 더내는 입장료 값을 하는 가보다. 400년전 이곳을 들어가려면 피가 좋아야 했고 지금은 돈이 있어야 한다. 피든 돈이든 결국 모두가 다 같이 보면 안되는 것일까.

황제가 거닐던 길을 아내와 손을 잡고 걸어서 공원을 나왔다. 불과 백년전 한명을 위한 길이었고 만인지상에 있던 그 황제보다. 단언컨데 내가 더 풍족할 것이다. 넷플릿스도 볼 수 있고.


Day3. 자금성(드디어 성공)-경산공원-고북수진-사마대장성(무서움)

 

*가장 중국적인 군것질, 탕후루(feat. 참깨)

여행이지만 출근보다 일찍 일어나 부리나케 천안문으로 갔다. 이미 사람은 인산인해지만 그래도 일찍왔더니 검문검색은 사람이 밀리지 않아서 바로 통과. 매표소 앞으로 왔는데, 그 어디에서도 표를 팔고 있지 않다. 알고보니 커다란 QR코드 하나 붙여두고 거기서 온라인으로 사란다. 우리는 중국계좌가 없어서 위챗이고 알리고 온라인 페이가 없는데?! 여러명의 사람에게 물어봐도 다들 QR로 하라는 대답뿐이다. 오히려 중국 계좌가 없다는 것에 놀란다. 자기들이 보기에는 중국이 세상의 전부인것 같나보지!. 어떤 여행가이드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페이로 해주겠다며 친절을 베풀어줄 때쯤(북경에 이런 분도 있다니 역시 어딘가 희망은 늘 있다......) 08:30 정각이 되자 자금성의 문이 열리고 마치 좀비떼가 뒤에서 달려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정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센터에서 티켓을 구매한 우리도 그 무리에 껴보았다. 좀비떼 앞을 막고 있는 보안요원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지고 우리는 간신히 자금성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제부터 자금성에 대한 감상을 말씀드리겠다. 


넓어요


그것외에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 직선으로 관통하는데만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처음 드넓은 광장이 펼쳐졌을때의 그 장관, 그게 끝이다. 그리고 계속 똑같은 말이 나온다. "우와 넓다......" 그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니 그려려니 이해가 된다. 마지막황제에서 푸이가 몇십년을 갇혀 살았다고 했지만 모든 곳을 가보지는 못했을 것 같은 넓이다. 경산공원 동산에 올라 보는 자금성의 모습도 같은 감탄사가 나온다. 진짜 넓구나, 그리고 동산 뒤로 넘어가자 진짜 인민의 모습이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 하모니카 반주에 합창을 하거나, 줄4개(를 돌리며 단체줄넘기(기예단 아님)등을 하며 일요일 오전을 보내는 모습들. 나는 그 장면에서 더 감탄사가 나왔다. 카라얀 부럽지 않은 합창지휘자(누가 시키거나 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의 열정과 30개의 줄넘기에 성공하고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표정의 아줌마까지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게 북경이 가진 진짜 모습이리라, 저런 으리으리한 몇백년의 한이 서린 자금성과는 다른 진짜 모습. 


그리고 우리는 고북수진으로 떠났다. 버스를 타고 2시간. 방송국놈들의 농간에 속아서(배틀트립-북경편) 가는것은 아닐까 고민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좋게 말하면 민속촌이요 나쁘게 말하면 망한 드라마셋트장이었다. 그래도 만리장성의 야경을 거닐수 있다고 하니 일단 밤까지 기다려보자고 하는데 들리는 단발마의 비명소리

별지비자 호텔에 놓고 왔어!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공산국가의 무서움을, 그리고 우리는 곧 그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간신히 연결된 호텔에서는 3번을 찾아봤지만 없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톡(나는 안되고 아내는 되었다... 무슨 기준인지..)은 막혀서 대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구글이나 유튜브로 알아보면 안되냐고? 반도의 포털도 막는 나라인데 구글이 될리가 있겠는가... 아이티 업계는 아니지만 나름 디지털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하루에 12시간은 핸드폰과 사는 소시민으로서 예언한다. 앞으로 세계의 디지털컨텐츠는 중국과 비중국으로 나뉠 것이다. 구글과 유튜브, 페북, 인스타, 아마존 등등 세계 유수의 사람들이 쓰는 디지털컨텐츠와 그 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 중국어로 쓰며 중국정부가 허락해준 바이두, 위챗, 알리바바 등이 또다른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논리에 의해 두 세계는 공유되지 않을 것이나. 13억이 넘는 중국은 전혀 불편함 없이 자기만의 디지털 세상을 구축할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서 추앙 받는 중국의 모바일 인프라 발전을 하나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산국가이기에 가능한 발전이었고, 공산 국가이기에 한계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도, 필요도 없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 갔지만, 별지비자를 잃어버린 우리는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내일 아침에 부리나케 이곳을 탈출하여 이전 호텔을 샅샅이 뒤지는 수밖에. 할 수 있는게 없으니 지금을 즐겨보려 했건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이럴때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멘탈이 약한 개복치 남편이 죽으려 하자 끌고 나가 먹을 것을 주고 추스르며 나의 멘탈이 죽지 않게 해주었다. 고복수진의 화려한 야경과 만리장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곁에 평생 믿고 살아갈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이었다.

하나 더 중요한 정보를 드리자면 만리장성 매우 무섭다. 예전에 만리장성 사람 많다는 뉴스를 보면 궁금했던 질문이 바로 '저러다 밀려서 떨어지면 죽는거 아냐?' 였는데 진짜 그럴 것 같았다. 만리장성 중 가장 아름답다는 사마대장성의 야간개장(야간이래 봤자 저녁 7시)을 이번 여행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고 왔건만, 실제 만리장성 올라가서는 한 걸음 옮기는 것 조차 너무나 무서웠다. 매섭게 부는 바람, 옆에는 어두운 천길낭떠러지, 그리고 그위에 안전장치랍시고 해놓은 허름한 줄 하나. 많이 쳐 줘야 만리장성 위에 10분 있었고 바로 산과 케이블을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산세가 너무 험해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굳이 왜 장성까지 쌓았을까? 명령을 내린 황제가 한번만 와보았어도 그러지 않았을 텐데.

*진짜 바로 옆이 완전 암흑의 낭떠러지 였다..... 야밤의 만리장성(예전에 여기서 불침번은 어떻게 섰을까?)



Day4. 메이조우동포(미주동파 / Mei zhou dong po restaurant / 첸슐랭3) - 귀국

베이징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날 호텔에서 별지비자를 찾을때 였다. 마치 강백호가 결승골을 넣고 서태웅과 하이파이브를 하듯, 아내와 나는 부둥켜 안고 세상을 얻은듯이 기뻐했다.


                                                        요렇게^^


사실 나에게 비자사본도 있고 일어버린건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원본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가 벌어진다. 설마 출국을 금지당하고 불법체류가 되어 공안에게 잡혀가기야 하겠냐마는, 공산국가에서 그 모든 행정처리를 완료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늦어진 일정으로 인한 직장인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피해 그리고 짜증. 아내가 말하길 '그것만 찾으면 난 베이징 여행에서 더이상 바랄게 없어.' 나 역시 동감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첸슐랭의 마지막 식당을 가보았다. 마음이 편하니 무슨 요리인듯 맛이 없으랴! 확풀린 긴장에 맥주 몇 잔이 들어 갔더니 맛이 기억이 안난다. 나쁘지는 않았던 듯하다.


*요게 맛있다고 합니다. 차돌박이 간장 볶음


한국에 도착하니 밤이다. 크게 숨을 들이켜 자유의 공기를 마셔본다. 미안하지만 다를바가 없다. 그러나 자유여, 너를 잠시 잃었던 4일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리웠고 이제는 그 소중함을 안다. 이병때 100일 휴가 나와서 조심스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을 때의 그 쾌감처럼, 편안하지만 곧 익숙해 지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가는 일본, 사카사카오사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