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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남편 Apr 22. 2019

나는 왜 너를 질투하는가

자존감에 대한 짧은 상담기록

'나는 너한테 질투를 느껴' 

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는가? 돌아보건데 나의 그간 인생에서 단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말로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 그것을 생각하는 것 조차 어렵다. 질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게, 왠지 내가 지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은 표현이기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남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것은 요즘 유행 하는 말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과 동일한 것일까? 얼추 맞는 말인 것 같지만 나의 멘토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내가 멘토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는 제 후배직원을 질투하는 것 같아요"


멘토의 답했다.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남이 거슬리는 것에 대한 감정을 인지하고 그 원인을 남에 대한 비난으로 풀지않고 내안의 솔직한 감정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내가 어떻게 그녀석을 대하건 간에 일단 1단계 통과다. 당신은 점점 솔직해 지고 있다."


사실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를 질투한다는 것은 이미 내가 화가 났기에 내편을 들어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멘토의 말을 들으니 그 적개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칭찬을 들었기 때문인것 같다. 

질투가 왜 났을까?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웃기고 분위기 띄워서 사람 비위맞추고 중심이 되려던 나의 모습을 따라하는 후배. 실은 이제 나는 그 역할에서 벋어나려 노력중인데도 난 그가 거슬린다. 아 이건 내가 그녀석을 질투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 질문을 떠올리기 까지난 그냥 그 녀석을 미워하고 꼴뵈기 싫어할 뿐이었다.


'질투'라는 단어가 가진 묘한 뉘양스 이기도 하겠지만, 마냥 꼴보기 싫던 녀석이 나와 친해지려 노력하는 것이 보이고 내 마음이 누그러지자 문득 '그간 내가 이녀석을 질투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 것이 생각났을때 내가 느낌 감정은 창피함 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질투하다니, 유치원생도 아니고! 라는 생각이었지만 어쩌랴. 진짜 나는 그녀석을 질투하고 있었던 것을.


      (마치 이렇게....?)


멘토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 내가 질투를 했다는 사실이 창피한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오히려 질투를 하고 있지만 그것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남탓을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 창피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일상의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 했다.


특히나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이기적인 직장동료가 남의 험담을 할때는 100%다. 그들은 늘 자신의 분노 이유를 타인(험담 대상자)에게서 찾는다. 흔히 말하는 싸가지부터 패션, 심지어 자기에게 잘해줘도 위선이란다! 대상자의 모든 것이 이유고, 자신은 늘 무죄다. 그러나 그 험담을 듣는 주변 사람들은 늘 알고 있다. 투덜이의 배알이 뒤틀려서 그러는 것임을...


내가 질투했던 그 녀석은 이제 내가 아끼는 후배가 되었다. 물론 면전에서 말할 수는 없다(술이 아무리 취해도) "내가 말야... 널 질투했었어......" 

보기에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 뻔하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인정해야 한다. 나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짜증이 난 상황인데 그게 아마도 저 자식을 질투하기 때문이다!' 라고 한번에 할수 있다면,

이 것이 정말 가능하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카운셀링할 수 있는 만렙의 상담가가 된 것이다.(물론 불가능 하다)

그러니 욕심 내지 말고 첫걸음은 아래와 같이 시도해보자

1) 내가 짜증이 났네? 라는 것의 인정

2) 짜증이 난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의 시도

3)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솔직한 답변 내리기


위의 절차에 따라 스스로가 질투한다는 결론이 난다고 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은 어떤 위치에서도 자신을 믿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껴서 누가 더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나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말고 외쳐도 된다.(마음속으로)


"나는 너를 질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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