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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Jul 24. 2020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스콜라 철학

보편자 논쟁

시간이 흘러 12세기가 됐죠. 12세기엔 크게 4가지 양상을 가지고 보아요. 첫 번째는 황제와 교황의 갈등이에요. 지난번에 카노사의 굴욕을 일으켰던 성직 임명권이 또 화두로 올라왔다가 결국 교황만 성직 임명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교회는 덜 세속적이게 됐죠. 두 번째는 롬바르디아 도시들의 발흥이에요. 프리드리히 대제 시절 1100년대에 교황은 롬바르디아 도시의 노르만족과 화친을 맺었어요. 프리드리히 대제는 교회나 신앙을 신경 안 쓰기로 유명했거든요. 롬바르디아 도시들은 황제가 사사건건 도시 운영에 간섭하며 불만이 차올라 있었어요. 그들은 교황의 편에 서서 황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싸웠죠. 황제는 대립 교황을 새우는 등 버텨 보았으나 결국 항복하고 여러 롬바르디아 도시들은 간섭 없는 자유 도시가 돼요. 자유 도시가 된 롬바르디아 도시는 세속 문화를 발달시켰고, 부유한 상업도시가 돼요. 이런 상업도시는 훗날 세속 학문과 부유한 상인 계급을 등장시키는데요. 이 둘이 교회를 무너트린 것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죠. 세 번째는 십자군이에요. 러셀은 긴 말 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십자군은 교황 권력 증대와 유대인 학살을 낳았다고 합니다. 또 콘스탄티노플과 문화 교류, 특히 베니스의 상인들의 교역이 이뤄졌지만 학문적으로 뭔가가 있었다진 않죠. 마지막은 스콜라철학의 성장이에요. 스콜라 철학은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철학 적 교리 해석 운동이라 보면 되는데요. 그래서 여타 철학과 다른 4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죠. 1. 신앙을 따르는 형태에 국한되고요. 2. 아리스토텔레스를 최고 권위로 치며 그 안에서 논의를 이어나갔어요. 3. 변증법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이겠죠. 4. 보편자 문제에 몰골했다는 겁니다. 플라톤 때 있었던 보편 고양잇과 보편 고양이 털 문제 있죠? 그 그리스도교 버전으로 다시 되풀이됩니다. 



스콜라 최초의 철학자는 로켈리우스에요. 들어가기 앞서서 전통 교회 입장에서 보면 보편자, 개별자 문제는 보편자의 개념이 곤고하면 곤고할수록 좋아요. 신이 곳 보편자이기 때문에 보편자가 개별자로 나뉘고 부정당할수록 이론적으로 나쁘죠. 한데 스콜라 철학을 시작한 로켈리우스는 보편자가 그저 발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어떤 물건의 개념이란 그 물건을 지칭하는 낱말을 발음할 때 생기는 물리적 사건이라고요. 즉 부분을 가지는 전체는 실채 하지 않는 낮말일 뿐, 무언가 실체 한다고 할 만한 것은 물건의 개별 특징을 만드는 부분뿐인 겁니다. 러셀이 말하길, 위와 같은 사고는 결국 원자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지만, 거기까지 나가진 않죠.

로켈 리우 스는 삼위일체에 대해서도 말했어요. 부분을 더 중요시한 학자이니 만큼 삼위일체의 부분인 세 위격들은 뚜렷한 실체라고 했어요. 삼위일체란 세 위격이 존제한 다는 방식에서 용법이 생긴다고 했고요. 하나 이러한 주장들은 이단으로 판명됐고 로켈리우스는 1092년 랭스 공의회에서 직접 자신의 주장을 철회합니다. 



로켈리우스의 제자였던 아벨라르는 스승의 주장과 정 반대의 학문을 펼칩니다. 변증법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칭송하면서 논리학은 그리스도교의 학문이라 치켜세웁니다. 여기서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을 뜻하죠. 아벨라르는 직접 스승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우선 보편자가 발음일 뿐이라는 말에 대해, 발음 역시도 사물의 하나라고 해요. 또한 부분만이 존 제한 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 부분끼리 서로 닮았고, 그 닮음 속에서 보편자가 생갸난다고 했어요. 개별 특성을 가지는 일반 개념은 보편 개념에 있어 혼란스러운 상상일 뿐이라 하죠. 러셀은 이런 아벨라르 류의 스콜라 철학을  세속에 대한 그리스 토교 순수성을 지켜낸 정치적 투쟁이라 평가합니다.     



한 세기가 지나고 13세기가 오고, 토마스 아퀴나스가 등장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어떤 것도 이성에 반대되지 않고, 신앙과 이성을 분리하는 동시에 그 결론이 일치한다는 것을 강조했어요. 신앙에 대해 이성이 가려지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죠.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의 논리를 사용해 5가지 신 존재 증명을 했어요. 첫 번째는 부동의 원동자로 증명해요. 세계가 움직이는데 무언가로부터 움직여지지 않으면 안 되기에, 신은 부동의 원동자로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1원인 증명으로, 무한한 후퇴 끝엔 시작이 있어야 하기에 신은 그 시작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거예요. 세 번째는 필멸 성 논증인데 이 세계의 필멸 성엔 궁극적 기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네 번째는 세계에는 종종 완벽한 것을 볼 수 있고, 그것들은 완전히 완전한 무언가에게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고, 다섯 번째는 생물은 내부적 목적이 있고, 물질은 외부적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인이 되는 신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논증은 역시 보편자 개별자 논증이에요. 당대 화두로 올라오던 문제가 있었어요. 신이 개별 사물을 인식하는가, 인식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거든요. 이건 그리스 시대 때 회의주의 학파가 말한, 신이 악을 안다면 사악한 신이 되고, 악을 모른다면 무능한 신이 된다는 문제와 비슷한 양항을 띄고 있죠. 당시엔 인식하지 못한다는 쪽으로 일곱 가지 논증이 돌아다니고 있었데요.

1. 개별자는 질료의 특성이고, 신은 비물질적인 존 제이므로 신은 서로 다른 존 제인 개별자를 인식하지 못한다.

2. 개별자들은 언제나 존재할 수 없고, 실존하지 않으니 인식할 수 없다.

3. 개별자는 우연적인 존재지 필연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개별자에 대한 확실한 지식은 있을 수 없다.

4. 개별자는 의욕의 대상이며 개인의 의지 활동으로 알려질 따름이다.

5. 개발자는 무한하고 무한수는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6. 개별자는 신이 주목하기에 너무 하찮다.

7. 개별자는 때로 악하나 신은 악을 모른다.

아퀴나스는 이 일곱 가지 논증에 대해 싸잡아서 반박을 해요. 신은 각각 개별자의 원인으로서 알 수 있고, 따라서 개개인의 의지와 그에 따른 개별자 역시 알고, 시간을 모두 알기 때문에 우연한 일 역시 알고, 완전히 하찮은 것은 없기에 모든 것을 알고, 선의 인식인 반대는 악한 것이기에 악한 것도 의식하며 알 수 있다고요.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스콜라 철학과 보편자의 지위는 최전성기를 맞아요. 그러나 점점 상황은 달라집니다.     



다음 철학자는 로저 베이컨이에요. 로저 베이컨은 스스로 성직자임에도 성직자의 무지를 많이 비판했어요. 그러면서 무지의 4가지 원인을 말합니다. 권위의 오류, 관습의 영향, 무식한 군주의 의견, 외견상의 은폐가 그것이죠. 여기서 무식한 군중이란 베이컨 자신을 제외한 다른 신학자를 의미합니다. 그는 완벽한 지식이 성서 안에만 있다는 말을 부정하지 않지만 이교도의 지식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죠.



베이컨에 이은 학자, 둔스 스코투스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학문적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에요. 그는 실제론 자인데, 실제론 자란 보편자가 아닌 개별자를 중요시했던 사람이란 뜻이죠. 스코투스는 존재가 본질과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이 둘 간 차이가 없어서 한 사물과 다른 사물을 다르게 만드는 건 본질적인 질료가 아니라, 개별적 현상이라고 하죠. 고양이 종과 검은 털 종, 다리 넷 있는 종을 가진 두 마리의 다른 고양이는 서로 같을까, 다를까? 종으로 따져 봤을 때 그 차이를 찾을 수 없다면 같은 것이 아닐까? 스코투스는 언제나 사물은 차이가 있다고 해요. 아무리 개체끼리 닮았더라도 공간적으로 물질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고, 결국엔 그 성질은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사물이 서로 다르면, 그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성질의 차이로 구별돼야 하는 것이죠. 러셀은 이런 사물의 개별화는 실체의 개념을 옅게 한다고 해요, 실체의 개념이란 플라톤의 이데아로부터 이어져온 본질을 의미하고요. 실체가 옆 옅어지면 사물은 본질적 계념이 아닌 성질의 다발이 되어가고. 절대성에 기인한 종교의 권위 역시 흐려져 가요.



마지만 중세 철학자는 오컴인데요. 오컴은 스코투스의 제자였어요. 한창 교황 반대 운동이 있던 시기, 황제에게 ‘당신이 칼로써 저를 지켜주시면 저는 펜으로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며 황제 편에 섰던 인물이지요. 오컴은 오컴의 면도날이란 개념으로 유명한데요. ‘더 작은 수로 할 수 있는 일을 큰 수로 하는 건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것이 오컴의 면도날입니다. 어떤 가설에 대해 이런저런 존재를 넣지 않고 해설할 수 있다면 그거로 됐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과학에게서 신과 천사를 때 놓았고, 논리학과 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죠.



오컴은 유물론자였어요. 유물론 자란 건 좀 더 극단적인 실제론 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물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을 너머서 물질 사물을 중심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한 것이 유물론입니다. 오컴은 보편 개념 유개념 종개념들은 결국 다 기호라고 해요. 모두 사물에 1대 1로 매칭 될 수 없고, 따라서 어떤 실제 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리 없지요. 그래서 그런 개념들은 그저 기호인 거예요. 기호는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나오죠. 따라서 보편자니 개별자니 하는 것은 발생 우위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익숙한지, 얼마나 기호화되어 있냐를 구별하는 것뿐입니다. 고양이는 이미 기호화되어 있으니 보편자로 나타나지만 처음 보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면 우리는 그 괴물을 개별 생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스코투스와 오컴,  실제론자 스승과 유물론자 제자 둘 다 보편자를 인정하긴 했지만 그건 창조를 설명하기 위해서 인정한 것에 불과했어요. 스코투스와 오컴은 인식론적 논리학과 신학적 형이상학을 구분하면서 과학적 연구를 촉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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