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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석 Jul 24. 2020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르네상스

마키아벨리, 종교개혁, 과학의 발흥

14세기, 프랑스와 잉글랜드 등 군주국이 출현하고 교회는 프랑스에 예속됐어요. 교황청에선 로마로 돌아가자는 로마 파와 프랑스에 남자는 아비뇽 파가 나뉘어 다투고 있었죠. 끝끝내 로마 파가 승리하였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유한 상인 계급이 등장하면서 교화와 상관없는 속인 지식인들이 생겨났고, 도시들은 교회에 저항하기 시작했어요. 잉글랜드에 위클리프라는 교구 사제가 등장해 성직자의 재산권은 시민 권력이 내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지요. 12 사도는 재산을 소유하지 않았으니, 성직자 계급도 재산을 소유해선 안된다는 논리였어요. 당연히 성직자들은 머리에 뿔이 났죠. 그러나 잉글랜드 정부는 돈을 낼 필요 없다니 위클리프를 지지했고요. 위클리프는 살아생전 수모를 당하진 않았지만 훗날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그 유골을 꺼내다 불태웠다고 해요. 그것뿐 아니라 화약 무기의 등장으로 국가의 중앙 정부가 강화돼요. 그러니 무정부 상태로 남는 지역이 적어졌고 교회가 할 일도 적어졌죠. 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피난민들을 통해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양질의 지식과 동방의 문화가 대거 유입되었고, 그로 인해 지식의 양상이 많이 바뀌었죠. 이 모든 영향이 중세를 끝네게 돼요.     



아무리 편견 없이 역사를 보자 해도, 중세 암흑기를 거쳐 르네상스기에 들어 철학이 빛을 보던 이 시기가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었던가 봐요. 러셀은 중세의 종말을 이렇게 묘사했어요. ‘달 아래 세계는 더는 눈물의 골짜기나 내세로 떠나는 고통스러운 순례의 장소가 아니라 이교도의 기쁨을 위해, 명성과 아름다움과 모형을 향해 떠날 기회를 재공 하는 장소로 나타났다. (중략) 정신은 새로 맛본 자유에 도취되었다. 도취는 지속될 수 없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공포심을 차단했다. 이렇게 기쁨에 찬 해방의 순간 속에서 근대가 탄생했다.’     



중세가 끝나고 마침내 시작된 르네상스, 르네상스의 첫 번째 인물은 마키아벨리예요. 마키아벨리 하면 대부분 군주론을 먼저 떠올려요. 좀 안다 싶은 사람은 로마사 논고도 같이 떠올리죠. 흔히 생각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결과 지향 자유주의자 정치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나왔어요. 로마사 논고에선 그보다 좀 더 순한 권력 견제 공화주의자 마키아벨리를 볼 수 있죠. 군주론은 당시 권력을 휘어잡았던 메디치 가문, 그리고 그 수장인 체사레 보르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쓴 책이에요. 군주론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래요. 교황까지도 부정하게 선출될 난세에, 교회는 진리라서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있는 거예요. 근데 현실의 교회는 악행을 저지르며 스스로 신앙을 훼손하고, 지상의 권력에 집착하면서 이탈리아 통일을 가로막고 있죠. 이 시국에 통치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통치자가 선하게 행동하면 금방 죽습니다. 통치자는 위선자가 될 필요가 있어요. 필요하면 신앙도 버리고 윤리도 버리고, 기민하게 주변인들을 속이고 이용해야 하죠. 자신의 기량과 덕을 뽐네면 뽐 넬 수록 효과적인데요. 적을 모함하고 자신을 띄우는 대중 선동 능력이 없으면 단순히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론 부족해요. 또 중요한 점 하나, 대중들은 결과만 좋으면 그 과정은 금방 잊어버려요. 따라서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장땡입니다. 그리고 일단 권력을 잡고 왕이 되면 교회에서 왕권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더더욱 과정은 상관없게 되요.



이렇게만 보면 그냥 지독해 보이지만 마냥 악당은 아니에요. 그는 통치자가 지독해져야 하는 이유는 통치권이 신성하다거나 특별한 권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마키아벨리는 에둘러서 권력은 하늘이 주는 게 아니라 대중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선전선동으로 대중을 속이라는 것이에요. 따라서 마키아벨리는 통치자에게 지독해지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평민에게도 지독해지라고 요구합니다. 평민의 정치 활동이 활발할수록, 또 권리가 아닌 대중의 인기를 기반해서 뽑힌 군주일수록 도덕적이고 한결같은 정부가 등장하기 때문이죠.



러셀은 마키아벨리 설명을 마치면서 마키아벨리 정치학을 비판합니다. 마키아벨리 같은 과거의 정치학자는 마치 이 전에 일어난 일과 상관없이 한꺼번에 공동사회를 창조했다 여기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해요. 이 말인즉슨, 통치자들의 개인적인 기량만으로 나라가 완성됐다 여겼다는 거죠. 그리고 나라가 완성된 이후에도 강철 같은 통치자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나라를 전부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도 하죠. 하지만 아무리 통치자가 강력한 권한을 가져도 모든 걸 다 할 수 없어요. 세종대왕님이 아무리 현명해도 당시 탐관오리는 있었고, 진시황이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졌어도 지방에서 하는 딴짓거리는 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요. 사회는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고, 지도자나 정치가들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영향을 준다는 게 러셀 당시 정치학의 정론이었어요. 다만 러셀이 덧붙이길 독일(히틀러)과 러시아(스탈린)는 왠지 과거 지도자 중심 정치학이 생각나는 행보를 보인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슬슬 지식인은 그리스도교 비판을 서슴지 않았어요. 당시 유명한 사회 비평가는 에라스뮈스나 토머스 무어가 있었어요. 에라스뮈스는 그의 저작 우신예찬에서 바보 신의 입을 빌려 당시 사회상을 비판했는데 특히 성직자 계급의 바보 같음을 꼬집었어요. 저들은 하나님의 유일한 명령인 서로 사랑하라는 말은 거들떠도 안 보면서, 돈이 더럽다며 장갑을 끼고 금전을 만지고, 고기가 아니라 생선만 먹는다던가 이상한 것들만 지킨다고요. 토머스 무어는 유토피아에서 최선의 국가상을 그려내면서 당시 사회를 비판했죠. 유토피아는 평등하고 단단한 공산사회로 플라톤의 이상 사회와 흡사한 면이 있죠. 이런 공산적 요소, 평등한 요소는 당시 흔한 이상 사회상의 모습이었으니 넘어가고, 유토피아에서 특이할 것은 종교의 자유와 관대한 형법이에요. 러셀은 다만 유토피아 사회에 다양성과 변화가 없는 게 아쉽다고 덧붙여요. 계획에 조작된 사회가 다 그렇다면서요.    


 

이제 슬슬 종교개혁 시대가 왔죠. 하지만 그에 반한 반종교개혁도 있었데요. 종교개혁은 교황의 권위를 거부하는 정치적 신학적 반항, 즉 교회에 돈 안 낼 거라는 운동이고요. 반종교개혁은 르네상스의 도덕적 자유에 대한 반항, 방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운동이에요. 종교개혁엔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교회의 권위를 부정했는데요. 개인이 회계하지 않으면 교회의 면죄부는 전혀 소용없다고 말해요.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고전 신앙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교회가 아닌 성경에 권위를 두었어요. 반종교개혁에는 로욜라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로욜라는 예수회를 창설해 전통 가톨릭을 수호하고자 했어요. 국왕에게 개신교 박해를 요구하거나 이탈리아에 종교 제판 소를 새우거나 했죠. 예수회는 그것 외에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는데요. 데카르트가 여기서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르네상스기 과학의 발흥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철학적 오류엔 철학적 반박을 하기보다 과학적 증거가 더 효과적일 때가 있으니까요. 사고를 뒤흔든 과학적 발견은 코페르니쿠스가 가장 먼저 소개됩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어요. 천동설이 주류였던 당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코페르니쿠스가 행성 괘도를 정원형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오류가 생겼고, 이 점이 약점이 되었습니다. 후에 캐플러가 나타나 행성은 타원궤도로 움직이는 사실을 발견해요. 이로서 지동설의 오류가 보완되어요. 갈릴레오는 가속도와 낙하 법칙을 발견했어요. 흔히 떠올리는 피사의 사탑 실험과 대표의 포물선 계산이 그것이죠. 사물을 직선운동으로만 생각하던 당시 물리학계에선 획기적인 발견이었어요. 마침내 뉴턴이 나타나 물리학 기본 운동법칙을 만듦으로써 우리가 아는 물리학이 모습을 갖췄고, 과학의 권위가 한층 더 올라갔죠.



이때 프렌시스 베이컨이 등장합니다. 베이컨은 과학적 방법론을 정립했어요. 우리가 무언가 알아내려 할 때 증거를 찾고, 연구해보며 수치로 나온 것 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이 바로 과학적 방법론인데요. 이전까진 연역법을 중요시하여 밀려나 있던 귀납법을 진리의 기준으로 새운 거예요. 베이컨은 당시 과하게 숭상받던 삼단 논법을 인정하지 않았고 수학마저도 실험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낮게 평가했어요. 베이컨은 우상의 목록표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해요. 우리가 과학적으로 보지 못하고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우상들이 4가지 있다고 했죠. 첫 번째는 모든 것을 인간 기준으로 여기는 종족의 우상, 적은 증거와 좁은 시각에 갇히는 동굴의 우상, 왁자지껄한 소란 속에서 휩쓸려 버리는 시장의 우상, 그리고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이 맞는 거라 여기는 극장의 우상이죠. 여기서 극장의 우상은 아리스토텔레스, 스콜라 철학을 의미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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