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단, 교회의 박사들
그리스 로마 시대가 끝나고 중세 시대로 넘어왔어요. 중세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유대교의 역사를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중세 시대에 그리스도교 가톨릭 교황이 권력을 잡음으로서 지성사의 흐름에 종교의 영향이 많이 들어가게 돼요. 그래서 중세 시대를 이해하려면 그리스도교를 이야기해야 하고, 그리스도교를 이야기하려면 유대교를 이야기해야 하죠. 유대교는 원래 '야회'라는 신을 섬기는 민족 종교였어요. 한데 유대 민족의 국가였던 이스라엘이 바빌로니아와 전쟁을 하다가 패배하게 돼요. 바빌로니아는 유대인들을 포로로 대거 바빌로니아로 끌고 가게 되는데요. 이 사건을 바로 바빌론 유수라고 해요. 이런 바빌론 유수가 한 번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유대교 성전이나 신상 같은 것들이 많이 파괴가 되고, 바빌로니아의 문화와 유대인 문화가 섞여가며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율법이라 불리는 토라를 정립하는 등 종교의 기틀을 계혁함으로서 더더욱 강력한 민족 일신교가 되었고 따라서 갖은 풍파 속에서도 신앙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그 후 바빌로니아가 아닌 로마의 부흥기가 찾아오는데요. 로마가 부흥하면서 지중해 서쪽에서부터 그리스-로마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해요. 로마가 근동 지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유대인들은 다시 한번 문화적인 공격을 받기 시작했지요. 이때 유대교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요, 친 로마 파였던 사두개파와 반 로마 파였던 바리새파였어요. 사두개파는 전통적인 재사장 권력층들이었고, 바리새파는 로마 문화에 반발해 종교적 순수성을 주장한 자 들이었어요. 하지만 두 계파 모두 결국 사회 민초들이 보기엔 비슷비슷한 구패 권력층이었죠. 로마가 이스라엘 지방에 본디오 빌라도를 총독으로 네 보내고, 그리고 이스라엘의 왕인 헤롯이 있었을 무렵, 나라가 괴래 국가가 되었는데도 두 계파들은 정치적 책상 굴림만을 일삼았고 그 와중에 왕은 무리한 성전 공사를 감행하면서 세금을 더 쥐어짜니 민중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어요. 그런 시기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단순한 유대교 개혁이 아닌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게 돼요.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방인을 포옹했다는 점이에요. 이방인 포옹이란 점은 사도 바울에 들어서서 완전히 유대교와 분리되는 단초가 됐어요. 유대교는 유대 민족 종교이니 만큼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별하는 의식을 했었는데, 남자의 경우 성기 표피를 땜으로서 유대인이라는 특징을 지어 구별하는 할례 의식을 했어요. 한데 아무리 유대교 교리가 좋고 계종하고 싶어도 굳이 아프게 표피를 잘라가며 유대교로 계종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단 말이에요. 이때 사도 바울이 나타나서, 몸의 할례가 아닌 마음의 할례, 즉 계종 하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표피를 안 잘라도 된다고 이방인 계종을 원활하게 했습니다. 또한 유대교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유대 민족 선민사상을 거부했어요. 모두가 하나님의 자손이며 누구 하나 더 특별하지 않다는 개방적인 교리를 주장했어요. 이러한 개방성에 그리스도교는 급격히 팽창하게 되었고,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확연하게 구분되기 시작하죠.
그런데 그때 유대교에서 뻗어 나온 신흥 종교가 그리스도교만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노시스파와 마니교도 역시 유대교의 선민사상을 부정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는데요. 그노시스파 같은 경우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감각계에 대한 거부를 독자적인 요소로 가지고 있었지요. 감각계를 만든 아회를 알바 디오트라 부르며 불완전한 것을 만든 악신이라 여겼고, 아담과 하와의 눈을 뜨게 만든 뱀은 오히려 선하다 했더라나 뭐라나요. 마니교도는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래서 선과 악의 강력한 대립이 마니교도의 특징이었어요. 악은 물질에 구현되고 선은 정신에 구현되므로 물질을 탐하고 늘리는 행위는 전부 나쁘다고 했지요. 고로 육식이나 성교 역시 죄악이라고 말했어요.
이런 와중에 그리스도교에 오리게네스라는 사람이 등장해요. 오리게네스는 플루 티누스의 신플라톤과 히브리 경전을 융합시켜 일자와 누스, 물질의 삼위일와 흡사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강조했죠. 또한 이 성부, 성자, 성령 이외의 영적인 존재는 없다며 삼위일체에 대한 중요성을 더했어요. 이 삼위일체는 그리스도교의 강력한 특징 중 하나로 남게 됐는데요, 아시다시피 플라톤 철학 자체가 개별자 논쟁이라 하여 취약한 약점이 있었던 바, 그리스도교는 플라톤주의를 차용하면서 그 약점도 같이 얻어가게 됩니다.
가장 먼저 터진 약점은 바로 삼위일체 신성 논재였어요. 때는 로마에서 한창 그리스도교가 펴져나갈 즈음, 성부, 성자. 성령 중 성부만 신성하다고 주장하는 아리우스 파와 기존 삼위일체를 주장하던 그리스도교인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죠. 그때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인들을 니케아에 불러 모아 이 삼위일체 신성 논증에 대한 공식적 교통정리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니케아 공의회에요. 니케아 공의회에서 아리우스 파는 이단이라 결정되었죠. 그 후 그리스도교 내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해준 콘스탄니누스 황제는 대제라 불리며 존경받게 됩니다. 나중에 사벨리우스란 사람이 나타나서 신성성에 대해 성부와 성자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데요, 전에 성부만 특별하다고 한 아리우스 파가 이단이니 이 주장은 괜찮은가 싶지만 이게 웬걸, 사벨리우스 역시 이단으로 판명되었어요. 이토록 삼위일체 논쟁은 매우 민감했어요. 성부의 신성성을 강조하면 아리우스 이단이 되었고 세 위격의 동등함을 강조하면 사벨리우스 이단이 되었으니까요.
콘스탄티누스 이후 그리스도교를 자리 잡게 한 세 박사가 등장해요. 첫째는 암브로시우스입니다. 그는 열혈 민중 운동가였고, 우상 숭배 금지를 특히 강조했다 해요. 둘째는 히에로니무스, 성서를 번역해 보급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아우구스티누스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을 저술하였는데요. 죄와 악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에 특징은 인간의 나약함이에요. 인간은 스스로 선을 행하거나 죄를 범할 능력이 없지요. 아담이 선악과를 먹은 이후 인간은 어쨌든 죄를 짓게 되었죠. 그 죄란 무엇이냐, 바로 신에게서 멀어지는 거예요. 악한 자는 스스로 악해지려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서 버려져서/멀어져서 악한 것이죠. 신은 시간에 있어서도 전능하니까, 누가 멀어질지 구원받을지, 누굴 가까이 둘 지 다 알고 있죠. 그래서 죄인과 구원받을 자는 다 정해져 있어요. 이걸 예정 조화설이라고 해요. 이때 영국에 살던 펠라기우스라는 이단이 있었거든요. 펠라기우스는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어서 스스로 선과 죄악을 행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위에 말했던 논리를 바탕으로 펠라기우스를 비판했죠.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사람은 늘 죄를 짓는데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죠?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은 죄를 짓지만 교화는 죄를 짓지 않기 때문에 교회를 통해 신과 접선할 수 있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또한 인간만 아니라 국가 자체로도 교화를 통해 신과 이어지면 천년왕국에 더 가까워진답니다. 로마는 그리스도교를 믿어서 흥했다가 중간에 타락해서 망했다고요.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론에 의하면 그리스도교 교회는 유일한 구원의 통로로서 엄청난 권위를 지니게 돼요. 훗날 교황이 국가 정치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론적 바탕이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나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