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우리의 단점에 대하여
자신의 단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좀 슬프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장점보단 단점을 술술 쓴다. 단점 10개는 순식간에 채우는데 장점은 쥐어짜 내야 나오지 않던가. 심지어 상대를 칭찬하는 건 정말 쉬운데 스스로에게는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나 역시 그런 대부분에 속한다. 보통은 이런 맥락에서 ‘나는 아니다’라고 말해야 멋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나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이럴 때 자주 깨닫는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보이는 모습이 흔히 보일 때. 누군가는 너무 특색이 없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개성적인 것보단 심심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평범한 건 평범한 나름의 멋이 있다. 사람과 만나길 좋아한다거나, 즐길 수 있는 게 많다거나, 공감이란 기쁨을 즐길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중 제일 좋은 건, 내 단점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나와 비슷한 단점이 많아서 별것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으니까! 사실, 세상에 심각한 단점이란 몇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단점은 대개 소심하다거나,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덜렁거린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이 단점들은 모두 내 단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단점들이 그리 못 봐줄 것들은 아니라고. 뭐, 좀 불편할 순 있다. 덜렁거려서 한두 번 더 확인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곤 하고, 소심한 탓에 속앓이를 하기도 하니까. 그걸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의 속이 더 답답할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이 마주하는 사람은 결국 나다.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면, 내가 가장 속상하다. 뭘 하든 그런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단점을 고쳐야 하는 이유라는 소리가 아니다. 단점이 있는 사람 그 자신이 가장 그 단점을 잘 알고, 잘 느낀단 소리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날 던져본다. 그 단점을 그렇게 오래 봤는데 그것 때문에 인생을 못 살 정도였는가? 혹은 그 단점이 주위 사람을 지독히 괴롭혔는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단점은 그리 무거운 것들이 아니다. 내 단점들은 정말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잘 웃고, 쉽게 행복해진다.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취향부터 인생의 곡선까지 아주 평범한 축에 속한다. 내가 유별난 에너지가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냥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못 믿겠다면, 내 단점의 배경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건 우리에게 생각보다 큰 힘을 준다. 나의 경우, 제일 싫어했던 단점을 다르게 바라본 후 스스로에게 좀 더 다정해졌다. 그 단점은 바로 귀가 얇단 점이었다. 이 말, 저 말이 그럴듯해 내 주장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건 고통스러웠다. 어떤 걸 하려고 하면 참고할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 진행 속도도 더디고, 주변인 말 한마디에 흔들리곤 했다. 그런데 내가 왜 귀가 얇은지 문득 궁금해졌다. 가만가만 과거를 떠올려보았다. 단순하고 명쾌한 답이 나왔다. 나는 실수와 실패를 피하려다 귀가 얇아진 경우였다! 소심하고, 새로운 걸 할 때 밀려오는 두려움에 예민한 아이가 택한 건 여러 조언을 듣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이었던 셈이다. 어쩜 이리도 단순하고 순수한 의욕에서 단점이 생겨났을까. 그게 좀 안쓰러웠고, 내 단점도 결국 더 잘해보려는 내 선의에서 나온 걸 아니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예전엔 단점이 무슨 부품처럼 떼어놓고 싶은 요소였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내가 왜 그런 요소가 있는지 알게 되어서일까? 훨씬 가뿐하게 단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천천히 나아져가면 된다. 애당초 좋은 마음으로 시작된 요소인걸, 그리 못할 건 뭔가.
뜻밖이었던 건, 내가 그렇게 단점을 정리하고 나니 떠오른 어느 동화였다. 그 동화는 이제 제목도 내용도 흐릿하지만 메시지만큼은 기억이 난다. 너의 요소는,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란 이야기. 어릴 땐 삽화 때문에 좋아했고 조금 커서는 뻔한 내용이라며 멀리했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그건 정말 위로가 아니라,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그냥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먼저 살아서 그 진심을 조금 빨리 깨달았을 뿐, 다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나는 나 자신이 온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다. 야금야금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생겨나곤 한다. 다만 이젠 그런 요소 하나하나에 예민해지지 않는다. 그게 생긴 건 다 이유가 있겠지, 그 시작은 생각보다 예전일지도 몰라, 그러니 천천히 바꿔나가면 된다는 생각의 흐름을 타기 때문이다.
단점을 가진 우리 모두 단점에게 너무 가혹해지진 말자. 그게 생긴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결국 단점은 내 일부다. 스스로를 더 좋은 길로 이끌되 야멸차게 굴지는 말자.
우리의 모습은 다 우리의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