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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Jul 23. 2021

작사가가 보여준 신세계

<김이나의작사법>을읽고

요즘 들어 더더욱 책에서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니 이건 전체적인 사회의 경향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매체든 한 분야만 다루는 법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식물을 다뤄도 그게 세계사에 미친 영향이 나오거나, 인문학을 다뤄도 영화가 나오거나…. 전부 그런 식이다. 하기야 유튜브만 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 경험자들이 넘쳐난다. 이젠 한 분야만 해선 팔리지 않나 보다. 사실 같은 역사여도 다른 것과 연관시켜 나오는 게 훨씬 재밌기 마련. 나도 그 재미를 부정할 수 없어 그런 책을 즐기곤 한다. 하지만 영화와 함께 다룬다고 해서 영화를 같이 보면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림이 안 실려있다고 그림을 일일이 전부 찾아본 적도 없다. 글을 읽는 도중 다른 걸 찾기가 번거롭기도 했고, 얼른 다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이나의 작사법>이란 책이 나왔을 때 약간 시큰둥했다. 평소 노래를 들을 때 가사에 열광하고 가사에 실망하는 사람인데 왜 그랬냐고? 작사에 대한 책이 아닌가! 당연하게도 노래 가사가 실릴 거다. 문제는 그 점이다. 내가 그 노랠 전부 아는 건 아니니 즐기긴 어려울 것 아닌가. 전부 모르는 노래는 아니어도, 제 맛을 느끼기 어려울 거 같아 별 흥미가 가지 않았다. 누가 알았을까. 안 하던 것에 갑자기 손이 가곤 하는 내 버릇이 여기에도 도질지.     


정말 갑자기 눈에 들어와 읽기 시작한 그 책은 신세계였다. 글을 읽고, 노래 가사와 그 작사 배경이 나올 때 노래를 듣고, 무대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무대 영상도 보며 끝낸 그 책은 황홀했다. 공감각적으로 읽은 유일한 책이어서일까? 어쩜 그렇게 생생하고 즐거운지! 가수가 어떻게 가사를 살렸고, 어떤 의미에서 그런 가사를 썼고…. 다양한 노래와 다양한 가수, 다양한 배경들이 내가 노래를 들었을 때 상상한 것과 비슷할 때의 쾌감,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을 담은 뒷이야기, 완성된 작품의 짜릿한 멋이 이토록 좋을 줄은 몰랐다. 중간중간 노래를 찾고 듣고 하느라 읽는 속도는 좀 더뎠지만 괜찮았다. 이런 경험을 하기로 한 과거의 나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고만 싶었다. 내가 작가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정말 이런 의도였구나’라고 바로 이해한다니. 이런 독서라면 책벌레가 되길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게다가 책의 매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예계란 세계를 현실적으로 소개해주기도 했다! 나는 보통 연예인이 쓴 자서전은 피하는 편이다. 무슨 논란이 될지도 모르고, 자신의 사건에 대해 너무 변명조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혹은 너무 어두운 일면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니까…. 그나마 그런 이유의 공통점을 찾자면 비현실성이겠다. 공감이 되지도 않고 잘 체감도 안 되는 그런 기분이라 읽는 이유를 몰랐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김이나 작사가님은 아주 현실적으로 분야의 이야길 담았다. 음악과 가수의 세계가 직업상으로 다가왔다. 회사, 프로듀서, 작곡가와 작사가, 감독까지 모두.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길 듣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세상처럼 느껴졌다. 친근하고 이해도 되고 공감도 가능한 그런 세상의 이야기로 말이다. 덕분에 새로운 계열의 사람들을 알게 된 것 같다. 연예계란 정말 주변에 흔하게 접하는 분야인데 실질적인 모습은 알 수 없었다. 너무 아름답기만 하거나 너무 지옥 같기만 하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그런 제한이 사라지고, 힘들고 뿌듯한 면 두 모습이 공존하는 현실을 비로소 본 기분이다. 

    

그런 점 말고도 작사에 대한 팁이나, 직업관에 대해 나온 점도 좋았다. 예술가로 보이는 직업인데도 칼같이 수레바퀴요, 일꾼이라고 하신 점도 멋졌다. 예술가란 겉멋에 취하기는 정말 쉽고 빠져나오긴 어려운 법인데. 어쩌면 그게 전설적인 작사가가 된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아, 만약 김이나 님께 한 가지 부탁만 할 수 있다면 이건 좀 하고 싶다. 

부디 이 책을 쓴 것처럼 작사가의 애환을 담은 가사도 하나 내주시길 바란다. 

그럼 정말로 책의 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작사가님이 노래까지 하셔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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