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정답이 있으려나?- KBS 대화의 희열>를 읽고
사는 데 정답이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접했다. 매체에서든, 친구들끼리의 한탄에서든. 그때마다 많은 사람이 끙끙대곤 했다. 쉽게 답이 나오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이 정답이 있는 것처럼 산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도 알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인생에 정해진 것은 없단 걸. 같은 직업을 가졌다고 같은 노후를 보내지 않는다.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학교를 가든, 어떤 직업이든, 돈을 얼마를 벌든 그것만으로 비슷하다고 보긴 어렵다. 사람들은 넘치는 경우의 수 안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옛날에야 차이가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업만 봐도 사농공상 네 글자로 나뉘었던 시대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생기는 직업의 속도는 사회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유튜버든, 사업가든, 예술가든….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사는 모습의 일부인 직업만 봐도 이런데 어떻게 인생이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든 그 일을 겪는 유사성은 있을지언정, 모두의 생애는 제각각의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인생에도 정해진 답은 없으리라.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찾고자 한단 점이다. 사람들은 확신을 사랑한다. 결코 안정적일 수 없는 시대를 지난 흔적이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투쟁이었다. 발전과 성장이 함께했지만 대부분이 힘겹게 지냈다. 그런 어려움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완벽히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조차 헤매고, 어려워하는 걸 보라. 어쩌면 평화롭고 여유롭게, ‘잘 살기’ 위해서 답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답을 유명인 몇몇은 찾았으리라 기대했다. 그들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잘 사는’ 사람이니까. 적어도 대다수를 보면 법칙이라도 나타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차근차근 평화롭게 자신의 분야를 넓히고, 계속해서 성공한 줄 알았던 아이유나 백종원도 생각지 못한 고충이 있었다. 가수로서 헤매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불안해하고, 사업이 망하고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삶 역시 그늘이 선명했다.
햇빛이 다시금 비추는 데에는 그저 그들의 움직임이 답이었다. 새삼스럽게도, 답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유는 가수로서의 불안함을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며 이겨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의 특성을 만들었고, 그게 지금까지도 화려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백종원은 진학한 대학과 관련 없는 업종이어도 자신이 원하는 쪽에 제대로 매진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걸 했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책임지려 하다 보니 점점 상황이 밝아졌다. 리아킴은 세계 1위를 했음에도 혼란스러워 한때 방황했지만, 곧 배움의 자세로 임했다. 한 가지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우고 창작해가며 댄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김숙 역시 예상치 못하게 퇴출당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갔고, 그게 자신의 캐릭터가 되었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들은 그 길에서 보낸 시간의 차이와 고난의 정도가 다를지언정 자신만의 고통을 겪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처럼.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저마다의 인생이 담긴 말일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잠시 매무새를 다듬어야 한다”
“내가 한 말을 지키려 노력하세요”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나에게 주세요”
“한 가지는 꼭 잘하는 게 있으니, 확신을 가지세요” 같은.
나는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보다 다른 것이 더 아른거렸다. 앞서 인생의 답은 없다고 했지만, 모두가 한 것이 말이다. 책에 실린 그들은 모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수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무턱대고 사업을 했다거나, 유복한 환경 덕에 어떻게든 뒤처리가 가능했다거나 하는 식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 모습을 알고 있었던 그들은 차근차근 경로를 탐색했다. 음악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면 프로듀싱을 배웠다. DJ 쪽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자신만의 특색을 만들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키웠다. 그게 방송이든 춤이든 연기든 사업이든 간에. 움직이되 자신을 잘 파악한 움직임만을 해온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그게 결국 자신을 유일한 햇살처럼 환하게 만들어주었다는 게.
나름대로 방향을 정하고 나 자신을 알아가고는 있지만, 갈 길이 멀단 걸 체감한다. 앞으로의 인생은 구만 리, 내가 어떻게 살지 고민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먼저 앞서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나 혼자를 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그 대신 해야 될 건 나를 더 분석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다. 쉬운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답이 아니라도 가치가 있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