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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Feb 03. 2021

완벽한 매너란 없다

<매너의 문화사-아리 투루넨& 마르쿠스 파르티넨>을 읽고

숨을 쉬는 것이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의자에 앉는 자세, 인사하는 모습, 식사할 때 도구 사용법 같은 매너같은 소위 ‘상식’들이다.

이런 상식은 기억도 못 하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고 교정된다. 나중에 성장한 후에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몸에 배어 행동한다. 이는 우리에게 너무 오래전 일이라, 사람 대부분이 자신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가족, 선생님, 친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행동을 고쳐왔다. 교육을 받아온 결과물인 것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지닌 상식들은 모두 이렇게 만들어지고 학습된 것이다.

그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얼마나 사소한 것까지 교육된 것인지는 미처 느끼지 못할 테다. 현대 사회에서 누가 침을 상대에게 뱉는 것이 예절이라고 여기고, 누가 배설물에 직접 접촉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과거에는 그런 모습이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만큼 많은 것이 변화하며 발전해 인식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며 자리 잡아 온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매너는 많은 상황과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책의 사례 중에서 가장 와닿게 이해한 것이 모자 인사였다. 우리나라에서야 존재하지 않았지만, 서양에서는 흔한 매너로 와닿았던 인사. 그 인사의 유래가 역병이 창궐한 몇 세기 동안 접촉을 피한 인사였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갖 접촉에 예민해지고 격리를 당연시하게 된 지금, 선거에서도 악수 대신 눈인사를 권장하는 모습에서 과거와의 데자뷰를 혁혁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볼 키스의 유래가 여성들의 음주를 감시하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모자 인사도 만만치 않았다. 있다면 기사들의 눈물 바람 정도일까? 스파르타 정신이 문제라고 지적할 만큼 강한 모습에 집착해온 남성들이 한때 눈물을 숭고하게 여기며 솔직한 감정 표현을 권장 받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래서 왜 과거에 기사들이 레이디들과 친밀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로 치면 농부나 평민이 아닌 괜찮은 직업인 ‘기사’이고 감정 표현을 뚜렷하게 했다면 여인들의 연정을 사기 충분했으리라. 이런 감정 표현이 드물어진 게 아쉽다. 이런 매너가 더 발전했더라면 냉전이나 전쟁은 보다 늦춰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런 매너가 있었기에 기사 시대를 개혁하려 ‘감정 없는’ 남자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물론 모든 과거의 예절은 한번 정점을 찍고 나서는 후퇴하거나 다듬어져 현대에 정착하지만 말이다. 오늘날은 공동장소에서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지만 미묘한 경계 속에서 억제되어있다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확고해지는 게 나날이 더해지는 것만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저자가 언급했듯 과거의 인간은 항상 전쟁을 해왔고 가장 잔인한 오락을 즐겼기에 늘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던 존재라는 것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낙담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은 결국 이런 것인가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소하고 끔찍한 게 인간인가? 그러나 다행히 저자는 이 점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인간에게 ‘본래의 특성’이란 없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지향하는 곳을 향하여 나아간다. 우리의 행동도 본질에서는 사회적 기준을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그러나 최고의 예절은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나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문명과 진정으로 문명화된 몸가짐은 규칙과 본보기를 기계처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초래한 미성년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의 건전한 오성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고, 결정한 바를 신청하는 사람이 문명인이다.”    

 

나는 지나친 문명과 발전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다. 굳이 발전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부분에 집착하며 나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발전으로 인해 문명이 생겨났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을 어찌 부정할 수 있을까. 단,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회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때로 지나치고 때로 이기적이며 잔인하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많은 매너가 생기고, 사라지고 바뀌었는가. 지금의 매너라고 완벽하단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이해시키는 매너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생각하고 바꿔가며 만들어내는 것이다. 갈수록 빨라지고 피로해지며 피폐해지는 사회의 흐름은 너무나 거세다. 그러나 그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와 흐름이 있었는가. 좋은 흐름도, 나쁜 흐름도 있었다. 이제는 마냥 함께 흘러갈 게 아니라 자신의 방향을 알고 그 판단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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