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말을 아껴야 하는 사이

by 축춤맘

"물 챙겨라. 아직 더우니까 꼭 챙겨~!!"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나간 아들에게 아침에 물 챙기라고 두 번이나 전화를 합니다.

초6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나이네요..

아들은 알겠다며 꼭 챙긴다고 얘기하는데,,

아직 낮에는 많이 더우니까 걱정만 가득입니다.

운동을 하는 녀석이거든요..

또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믿어보자 싶었네요.


딸은 깨워도 일어나질 못한 체 눈을 감고 기어 다니는데

'그냥 내버려 둘까!! 에효.. 지각하게 놔둬?'저걸 그냥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깨워줍니다.. 아빠는 다시 불을 끄고

문을 닫아버리는데, 저는 마음이 약해서 ㅎㅎ


중학교 때 일입니다.


남편은 아이가 직접 느껴봐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각도 본인에 책임임을 알아야 된다는 거죠.

불 켜놓고 서너 번 불러도 답이 없으면 조용히 불을 끄고 다시 문을 닫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10시까지 잠을 잔다고 지각을 한 적이 있네요.

처음에 그러고 나서 놀랬는지 불 끄는 스위치가 딸깍하면 두 번 세 번 부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일어나더라고요. 역시 경험이 약인가,,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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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열심히 불러 줍니다~그러면 되돌아오는 것은.. 기껏 깨워줬더니 "왜 이렇게 늦게 깨웠냐며"되려 큰소리..

그럼 그렇지 몇 번을 불렀는지 알 수가 없어터,,

전 같으면 악쓰며 소릴지를텐데 그냥 무음...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상책인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렸네요 ㅎㅎ

아마 이상할 것입니다. '분명 소리 지르며 짜증이 되돌아와야 되는데 뭐지? 조용함?엄마가 왜??'라고

궁금한가 봅니다.왔다 갔다 하면서 제 눈치를 살핍니다.


저는 또 '이 반응은 또 뭐냐? 틱틱거리면서 구시렁거려야는데, 조용하냐...'저 또한 이상했네요.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쳐다봅니다. 눈길도 주지 않고

출근 준비를 했네요. 이러면 되는거였네..

참 많이 돌아서 왔구나 우리..

그냥 말해주고 나서 뒷말을 아꼈더라면 딸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 지난 날을 돌이켜봅니다.

참 많이도 싸웠었네요. 사춘기는 태어날 때부터 왔다고 얘기할 정도로 티격태격~ 조용하게 지나온 날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른 집들 보면 딸이랑 엄마랑 그렇게 다정하고 친하던데 우리 둘은 눈만 뜨면 으르렁 거렸네요.

그러다 보니 초창기 애들 어릴 때 하도 싸워대서

남편과도 많이 싸웠던 기억입니다.

엄마인 제가 어질지 못하고, 생각이 짧았었네요..

그 순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하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운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도 혈기왕성했기에..^^;;


돌이켜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 세월이 아깝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쏘아 부치기만 했을까..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는다고만 생각했을까.. 싶네요.

그 버릇 어디 가겠냐만은..ㅎㅎ 그래도 이제는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거나..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됐습니다.

서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래도 속에 불이 나도록 끓어오르기도 하지만,, 많이 달라졌네요. 오늘만 봐도 그렇듯 말을

아끼기로 합니다.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한 번에 되는 건 없다 생각하거든요. 글을 쓰게 되면서 더

알게된것도 같습니다.


더 많이 쓰고 읽고 생각해보려구요^^

첫째가 딸인데 그래도 좀 더 크면 엄마 편이지 않을까요 ㅎㅎ 젊었을 때는 몰랐던 내편이 이제야 보이게 됩니다.

잘 지내보려고요.. 훗날 이 녀석과 마주 앉아 그때 그 시절 얘길 웃으며 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말을 아껴봅니다.


-25.09.15 Mo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