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갈수록 서로를 찌릅니다.
딸..
고2 커다란 딸이 있습니다.
아빠에 유전자를 고스란히 받은 174cm 큰 키와
커다란 눈,, 자그마한 입술에 앙증맞은 코,,
눈에 띄게 생겼네요.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얘길 참 많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한지,, 재주도 많아
피아노, 미술, 체육, 수학, 영어... 시키는 것마다 잘하고, 상을 받아올때면 잘 키워보시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네요.
제 꿈이기도 했습니다.
저와 정반대거든요,, 저는 작은 키에 눈에 띄지 않은
평범이 좔좔 흐르는 지극히 무난한 사람입니다.
음악과 미술은 좋아했지만 잘하지 못했고,
체육도 곧잘 했지만 신체적인 한계로 정규수업만
열심히 듣는 학생이었어요.
집이 넉넉지 않았던 어린 시절 그 흔한 피아노학원
한번 가본 적 없어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딸아이에게 많은 것을 시켜줬습니다.
그리고 잘하니까 여유 없는 살림이었지만 돈 쓰는
재미도 났어요.
뭔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뭔가 이룰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학년이 올라가면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네요. 키 크고 이쁘고 똑똑하고.. 착하기까지..
선생님들도 참 좋아해 주셨네요.
그렇게 잘만 클 것 같던 딸아이가 삐걱대기
시작한 건 초5.. 슬슬 사춘기에 발동이
걸리더라구요..
공부도.. 음악도.. 미술도.. 운동도..
모든 것을 내려놓더니 결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모를 등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사랑과 전쟁..
그동안 안 먹고 안 쓰며 모든 시간을
올인했던 지난날들을 버리기가 괴로웠습니다.
용납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네요.
지금처럼 허무해지기까지 긴 시간을 싸웠습니다.
물건이 날아다니는 건 여사고, 온갖 말로
가슴에 상처를 내가며 찢기고 너덜 해진 체
포기하고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이 울기도 했고, 원망스럽고,,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정신이 든 것일까요?
말이 귀에 살짝 들어가는 것 같은 신기한 순간이
오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꽝꽝 얼어있는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싸우며..
상처를 내기 바빴는지.. 이제 와서 후회스러웠네요.
정말 호적을 파버릴까라고 말했으니, 굉장한
질풍노도에 시기였습니다. 저 역시도 너무
많이 아프기도 했고 많이 울기도 했네요..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거든요..
그리고 꿈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내 꿈..
애초에 딸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에 욕심이 아닌 엄마에 욕심
이였다는 것을 알았네요.
잘한다고 열심히 하자며 여러 학원을 꾸역꾸역
보낸 것부터 잘못된 첫 단추였음을..
하나씩 천천히 아이에 소리에 귀 기울이며 찾아나갈 일이었는데.. 내 꿈을 강요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정신이 조금 들었는지,, 지난날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며, 배 잡고 웃습니다.
이런 날이 오긴 오구나하며 아이에 남은 학창 시절
여정을 응원합니다..
공부보다 기술을 선택했기에,, 후회 없이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아니 그렇겠지 하고 생각만 하네요.
생각과 마음에 거리두기!! 끝까지 이어나가려 합니다.
길기도 길었던 사춘기.. 이제 막을 내릴 준비를
하나 봅니다. 나 역시도 잘 들어주고,, 믿어주고,,
놓아줄 준비를 같이 해야겠습니다.
고슴도치 엄마에 사랑..
다가갈수록 서로를 찌르는 비참한 엔딩.. 일거라
울적했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를 믿고 나를 믿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단단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는 걸 기억하자'며 또다시 화이팅을
외쳐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