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주고 약주는 오늘

그래도 다행이다.고맙다.

by 축춤맘

진료실 앞 대기 쇼파에 덩그러니 앉았다.

늘 엄마와 함께였는데 다리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셔서 병원에 양해를 구했다.


오늘따라 병원은 사람이 많다. 대형병원이니

늘 그랬는데.. 정기검진 결과를 들으러 먼 서울까지

꼭두 새벽부터 설쳐대며 도착!!


새삼스럽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게 된다.

마치 처음 방문한 사람처럼..누군가를 기다리는..

낯선 곳에 앉은 아이가 화장실간 엄마를 기다리듯..




이제 5년차.. 적지 않은 시간을 이들과 함께했다.

세월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보내왔다.

담당 간호사님이 임신을 하고 육아 휴직을 하고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과정을 겪을 만큼에 시간,,


우린 늘보니까 알지만 교수님과 간호사님은

모르시겠지..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니까..

동네 병원이였으면 집안 구석구석을 알아내고도

남을 시간이다.


한참을 앉았는데 긴장이됐는지 안절부절했다

화장실로 갔다. 손을 씻고 여기저기 옷매무새를

보던 중, 아끼던 오래된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여기저기 흠집이 보인다.닳은 흔적도..


검정이라 자세히 못봤나보다.

검정이라 그런지 사이사이 눈치없이 꼬부랑대며

삐져나온 흰머리가 더 눈에 거슬린다..하...


그 아래로 20년이 넘은 티셔츠..가방을 사면

바꾸지 못하는 성격에 오래되서 때가 타버린

직물가방..비가 온 땅에 흙탕물을 밟았는지 더러워진

신발..오늘 그야말로 거지꼴이다..최악..


원래 성격이 털털한데다, 남눈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데..오늘따라 유독 없어보인다..

속상하게..


아둥바둥 살며 '나만 편하면되지'라는 생각에

옳은것 하나 살 생각 없이 막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오늘 나에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이 모자는...쓰지 말았어야했다.

오래됐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내 모자만 보는 것 같아 더 씁쓸하다.


급하게 나오느라 보이는대로 허겁지겁 썼던거다.

되게 초라하게 보인다..마음이 더 찹찹하다..

집에 가서 당장 쓰레기통으로 버려야지.


내려오는 열차 안.. 급하게 예매하다보니 자리가

없어 입석!! 통로 쪽 보조의자에 앉았다..

아주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량하다..


다행히 검진 결과는 나쁘지 않은..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