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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Apr 25. 2022

 여기 브런치 나왔습니다~ 땡땡

    저와 같이 브런치 하실래요?

4월 21일 목요일, 대망의 브런치 작가 신청일.. 사실 금요일 신청하고 싶었다. 탈락의 고비를 마실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현실은 뭐 준비고 뭐고 나한테 이제 그런 건 안 되는 거고, 우리 이모님 일정이 최우선이다. 금요일은 이모님이 환갑 기념일 울릉도 여행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어김없이 금요일은 내가 육아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사실 엄청 고민했다. 핑계 삼아 한주를 더 미루고 좀 더 준비를 할까도.. 아.. 아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내가 처음 브런치 글쓰기 시작할 때 나와한 약속 "10편의 글을 쓰면 무조건 작가 신청하는 거야" 


다 썼다 10편.. 일단 작가 소개란부터 채웠다. 작가라... 나를 작가라고 소개를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나는 그러니까, "지방대 이공계 박사를 졸업하고 10년간의 유학생활 끝에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국가 연구소 입사 1년 만에 팀장 승진하고 4개월 뒤 임신을 위해 퇴사, 비전임 연구교수 이직하고 부단한 노력 끝에 결국 임신 성공, 출산 그리고 육아 1년 차 새내기 워킹맘" 솔직한 나를 300자에 맞춰서 좀 추려서 소개했다. 작가 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내 이력이지만, 전문적 이력서에 쓰지 못했던 자발적 백수기간이 이 소개서에는 가장 중요했건 것 같다.  300자에 맞춰 나를 작가로 소개할 수 유일한 것은 살아온 흔적이었다. 내 삶을 다른 누구가가 들어다 보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었다.


다음은 브런치 활동 계획을 써야 했다. 이것도 300자에 맞춰서.. 그래서 사실대로 썼다. 내가 소중하게 지켜온 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그렇게 작가의 서랍에 10편의 임신과 출산 이야기가 장장 2년에 걸쳐 복직 후에야 마무리되었다. 어디까지나 나와의 약속이었다. 최소한 10편의 이야기를 내가 쓴다면 꼭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겠다고.. 만약 작가가 된다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다."    


주제: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44세 늦깎이 워킹 맘의 시에 퇴근해서 씨 다시 시작하는가(?) 학적 육아 이야기


준비한 기간 2년, 작가 신청시간 겨우 30여분... 작가 소개서를 사실 1시간 넘게 쓰고 다시 다듬고 다듬고, 신청란에 보니 짤 없이 300자를  맞춰야 해서 작성 시간은 30여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은 작성할 게 없었다. 퇴근시간 10분 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제출했다. 허무했다... 신청이 이렇게 간단할 줄이야.. 탈락한다면 2년의 시간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후련하지 않았다. 10편 중에 좀 더 잘 쓴 글을 제출할 걸, 좀 더 다듬을 걸, 다른 이야기를 다시 쓸 걸.. 후회가 되었다. 집에 가는 차 안에 내내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실패가 브런치가 된다면....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은데... 결과 나올 때까지 5일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일단 오늘 걱정은 여기까지!


금요일 오전 내 낸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리고, 오후 4시 아기 간식시간이다. 요구르트와 생딸기를 잘게 썰어 섞어주면 맛있어서 기절한다. 신맛에 미간을 찡그리는 그 모습에 엄마도 기절하고, 한 그릇 비울 때쯤 응가 소식도 같이.. 진짜 기절하겠다.. 비데를 하느니 차라리 목욕을 시켰다. 탈진하겠다. 머리 말리다 스마트 워치 이메일 알림이 왔다.    


From: brunch [mailto:noreply.brunch@kakaocorp.com] 
 Sent: Friday, April 22, 2022 4:47 PM
 Subject: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게 뭐지? 잘못 온건가? 이렇게 빨리 답이 왔다고? 내가 작가라고? 나 이제 진짜 브런치 하는 거야? 

" 아들, 아들~~~~~~엄마 작가래~ 이제 작가 되는 거래~우와~ 나 이제 브런치 하는 여자야???"

머리 말리던 수건을 던졌다. 나와 함께 축하해줄 사람은 지난주 돌잔치를 치른 아들뿐이었다. 괜찮다 너 하나만 있으면 엄마는 세상 모두가 축하해 준거나 다름없다. 주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여기는 내가 소통하고 위로받는 곳이니까.. 


나도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나의 이야기도 어떤 이의 삶이라고 인정받은 것 같았다. 정말 브런치는 내가 가장 힘든 시간 나를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준 곳이었다. 답답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 나와 마주하기에는 너무 지친 늦은 밤.. 코 고는 남편도, 새근새근 잠든 아들도 위로가 되지 않는 그런 날 난 브런치를 썼다. 화가 나서 글쓰기를 시작하면 마무리는 왜 감사한지 모르지만 감사한 이야기로 끝이 났고, 진심을 전달하지 못한 말다툼의 마무리도 브런치에서 했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 끝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지난 2년간 브런치를 훔쳐보며 보낸 짝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이루었다. 그 시간 동안 브런치에 대한 내 애정이 없었다면 절대로 한 번에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매달릴 수 있었던 나를 놓지 않게 해 주었던 브런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감사의 인사를 매주 2번 브런치로 전하고 싶다. 매주 월요일, 금요일 같이 브런치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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