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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케이 May 30. 2022

브런치 작가 한 달 살기

꽤 괜찮은 삶이었다. 만약에...

작가 아닌 작가 같은 작가처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변하다.
 

지난 4월 22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무도 나를 작가라 부르지도 알아주지도 않는 나의 또 다른 이름 작가, 브런치 작가.. 한없이 설레었고, 늘 떨림이 함께 했던 지난 한 달.. 돌이켜 보니 꽤 괜찮은 삶이었다. 


노산에 유산을 겪고 퇴사를 거쳐 1년 반이상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고 살면서, 힘들게 임신을 하고, 그때는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혹시나 또 일어날 수 있을 아픈 경험은 출산 전까지 나를 트라우마에 살게 했고, 눈만 뜨고 감으면 하루가 지나가던 침대 생활은 6개월까지 지속되었다. 사실 마음은 그게 제일 안정감을 준건 사실이었다. 감사하지만, 답답하고, 여전히 불안한 끝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담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브런치 작가 도전의 첫발을 딛게 했다. 그때의 기록은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 위한 위로였다. 깨닮은 것은 별다를 것 없는 내가 나를 들여다 봐 준 그 시간이 지금의 나의 글쓰기에 조금 이남아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임신, 출산, 육아 그리고 현재 워킹맘,, 매일매일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기억하고 싶거나 마음의 기복이 심한 날 꺼내어 쓰던 글들을 모아 브런치 북을 처음 발간하면서, 알게 되었다. 작가를 꿈꾸던 시간, 작가를 지원하던 마음,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이 아직도 어제일 처럼 기억나는 것은 작가라는 직업의 그럴듯함이 아니라, 언제든 글을 써도 된다는 일종의 그들의 테두리에 in 했다는 인정된 삶의 영역에서 살아온 한 달이었고, 꽤 괜찮은 삶이었다.


그러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이 과분한  것은 아닌지.. 꽁꽁 숨겨둔 깊숙한 마음은 사실 내가 설마 작가가 되겠어라는 의구심이었다.. 정말 정말 브런치에 글을 한편이라도 발행해 보고 싶은 그냥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막상 실현이 되니, 두려웠다. 작가는 글을 쓸 때 작가라고 불려질 수 있는 "언제나 진행행으로 살아가는 가장 정적이면서 동적인 직업"인 것 같다. 어리석고 무지한 나에게 작가의 직함을 브런치는 어떤 기준에 부합하여 작가로 선정했는지 한마디 말도 없이 축하한다는 기쁨의 통보를 보냈다. 큰 실수였다. 용감무쌍한 이 신입 작가의 글쓰기는 그렇게 브런치 플랫폼에 낚여서 일주일에 2편씩 글을 쓰겠다 약속했다.


내 글을 담아낼 곳이 있어 마냥 신났다. 매일도 글을 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몰랐다. 나는 정말 브런치 플랫폼이 어떻게 구동되는 건지.. 첫 글을 발행하고 나니 생판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기 시작했다. 미치는 줄 알았다. 갑자기 누군가 " 좋아요(라이킷)"를 했다고, 댓글을 남겼다고 알림이 왔다. 혹시나 "싫어요"라는 표시가 없는지 얼마나 찾아 헤매었던지... 그러면서 한편으로 얼마나 다행이던지.. 싫어요 버튼이 없었기에 부족한 글도 나와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발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싫어요 대신 좋아요 버튼의 숫자가 나를 또 흔들었다. 얼떨결에 10 라이킷 알림이 오면, 어이없으면서 감사하고 다음 글도 최소한 10 이상은 돼야 할 텐데 고민하면서, 미진한 글들을 보완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라이킷을 더 받아볼까라는 주제에 매달리기도 했었다. 사실 나는 모른다. 왜 내 글이 라이킷을 받았는지.. 처음에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한 명 한 명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이유도 궁금해서 알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전 알게 되었다.  


꽤 오래전에 발행한 브런치 북중에 "Old엄마의 장점"이라는 글에 얼마 전 댓글이 달렸다. 

한 달 전 글에 댓글이 달린 사실도 기분이 좋았지만, 이 댓글의 메시지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울컥했다. 당시 내가 글을 쓰던 마음을 딱 알아봐 준 사람.. 다시 열심히 글을 쓰게 했다.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내 것을 하찮게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글을 쓰게 되면서 달라진 내 삶은 생각의 깊이가 좀 달라졌고, 조금씩 글을 머리에 담고 다니게 되었고, 남편과의 대화에서 표현도 좀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이제 작가 놀이에서 벗어나 제법 작가스러운 삶이 몸에 베여들랑 말랑한 어디쯤.. 꽤 괜찮은 삶이었다.  


지난 한 달의 작가 놀이는 고작 8편의 글과 1편의 브런치 북(10편의 글) 그렇게 18편의 글이 내 브러치에 담겨있다. 나름 일주일에 2편씩 글을 쓰면서 나는 지난 한 달간 그 약속을 지켰다. 오늘 이렇게 한 달의 마무리를 쓰는 이유는 이 약속을 지킨 기록을 남기고 또다시 한 달을 도전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여전히 자신 없고, 쓸 이야기가 있을지 나도 모른다. 작가의 서랍의 빈 종이는 나에게 자유다. 내가 허락한 자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자유.. 아무도 모르는 오직 나에게 허락된 내 인생의 서랍과도 같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 나올지..


만약에.. 좀 더 일찍 브런치를 알았더라면,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더라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생각해봤다. 내 답은 "한 번에 작가가 안돼서 포기했을 것 같다". 지금처럼 진지했었던 마음이 닿아서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고 합격 이유를 짐작해본다. 가슴 한편에 늘 함께 하는 브런치 작가.. 주변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작가라는 타이틀은 부담이기 때문이고, 평가받고 받아들일 마음이 넓지 못해서다. 아직은 기쁨이 아픔을 이겨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좀 더 기쁨을 누리고 싶다. 벌써 아프고 싶지 않다.  


제 글을 읽어주셨던 우리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꾸준히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지나온 길을 돌아봤을 때 꽃길이 아닌 글길로 뒤덮어 보고 싶습니다. 내 안에 항상 풍성한 이야기가 살아나도록 꿈꿀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 브런치에게 좀 빠른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10년이 되길 바라며.. 브런치 작가의 글쓰기 시간은 항상 설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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