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나케이 Jun 13. 2022

선택은 선:후를 정하는 일일뿐, 택:일이 아니다.

어차피 내가 삶아가야 하는 몫이다.

유학, 결혼, 퇴사.. 내가 선택했다. 인생의 뿌리를 뒤 흔들지 모르는 이 무거운 짐을 평생 누군가에게 내려놓고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 물었다. 정말 원하는 선택이냐고.. 쉽게 답이 나오질 않았다. 어디서부터 질문을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 거라고 생각하니 사심, 관계 그리고 미래까지 모조리 다 시커면 먹구름에 가려져 어떤 선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기억조차 희미한 저 단어들을 떠올리며 그냥 잘 살고 있다. 하루하루를..


그러나 지금도 나는 다른 선택지의 인생을 가끔씩 그려본다.


싱가포르를 가지 않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싱가포르에서 만난 인연을 뿌리치고, 싱글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임신을 핑계로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다행히 지금 내 삶을 버리고 싶을 만큼 지난날의 내 선택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래서가 아니라, 여전히 나는 어떤 선택을 했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니라, 나는 후회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했다.


힘든 기억을 머리에 그려 보면 아련한 고통이 행복보다는 선명하게 느껴져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 나는 그렇게 묻고는 한다. 행복하고 싶기보다 슬프고 싶지 않고, 잘 살고 싶기보다 못 살고 싶지는 않는 조금 더 나한테 와닿는 표현으로 묻는다.


지금 퇴사를 하지 않고 평생 이곳에 다니면 어쩌면 임신은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 안 할까? 지금 퇴사해서 임신을 위해 노력해서 물론 임신은 못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은 해 볼 수 있다. 이 노력을 해볼 것인가? 퇴사를 하면 후회할지, 하지 않으면 후회할지 단 1%라도 마음에 후회가 생기면 그 선택은 접자.  


그래서 고민은 하루 이틀 아니 몇 달까지도 붙들고 끙끙 앓고 모든 걸 걸고 하지만, 정작 선택은 정말 순간이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것 뿐이다. 선택 이후의 삶은 지금 이 순간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선택만 하는 것이다.


잘한 기억보다 못한 기억,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오래가는 이유는 상처로 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순간을 기억으로 공간을 살아가는 전체의 기운 속에 하나의 점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기운의 흐름에 쓸려가는 아주 아주 작은 하나의 점인 존재 말이다.


막상 선택이라는 거창할 것만 같은 직한 단어를 걷어내니, 어차피 얽혀서 살아가는 인생 속에 어떤 길에 먼저 들어설 것인지 선후를 놓고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로 나머지 하나를 영원히 접는 그런 어마 무시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먼저 고를 수밖에 없거나, 먼저 하고 싶거나 하는 그때 그 순간에 내 삶의 바운더리가 함께 결정되는 것이다.


 떤 선택을 해도 행복 가늠하긴 어렵지만, 금 덜 후회할 것 같은 선택 정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래도 어차피 우리는 다르게 후회는 한다.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 그 선택 뒤에 삶을 몰랐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다시 또 살아간다..


유학이라는 큰 틀은 먼저 살았고, 싱가포르에서 10년 유학생활 끝자락에서, 6개월간 구직생활 마지막에 오퍼를 준 한국에 마지못해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일본에서 제의가 왔다..

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가끔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 선택이 되어버린 삶을 누군가가 먼저 내어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할 필요가 없는 이미 결정이 되어버린 선택 같은 것 말이다...


각자의 그릇의 크기와 모양에 맞는 삶을 담아내고, 때론 덜어내기도 하고,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삶의 상태에 맞게 먼저 선택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선택하지 못한 나머지 인생 그냥 그렇게 별거 아닌 게 된다. 순쉽간에.. 좀 전까지 내 인생 목전까지 와 있던 인생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다 괜찮다.. 선택한 삶이나 나머지 삶이나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지금도 지난날 오랜 기억 속에 나를 괴롭히던 선택하지 못한 삶을 이제야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건 잊힌 이 아니라, 어딘가 머물러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또다시 열심히 흘러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감히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두 다 소중하다.. 하나하나 내가 만들어 놓은 인생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한 달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