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출산 후 바로 알게 되는 것

진짜 배가 그대로다.. 아기만 쏙 빠져나갔다..

by 루나케이

42세 첫 임신은 기쁨만 2배이고, 걱정도 2배, 살도 2배, 다이어트도 2배로 힘든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난국이었다. 처음에 아기를 유산하고, 1년 반여만에 다시 찾아온 천사는 가만히 품고만 있어도 당시에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임신 초기 그러니까 4개월인가 6개월까지 친정엄마 보호하에 먹고 눕고 먹고 눕고 그렇게 지내면서, 다 아기를 위한 거다라고 모두 그렇게 믿었다. 사실 그런 줄 았았다. 5개월쯤인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몸무게와 혈압을 재는데, 몸무게가 불과 몇 주 사이 5킬로가 넘게 쪄서 혈압도 동시에 빡 하고 치솟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겨우 1킬로 남짓인데, 나머지는 모두 다 내 살이 된 것이었다.. 흑흑 젠장..


"산모님, 도대체 얼마나 드세요?"

"아침, 간식, 점심, 간식, 저녁 간식.. 이요.. 속이 메슥거려서 억지로 먹고 있는.. 데.. 요.. 그만 먹을까요?"

"산모님, 친정에 계시나요?

"네네, 친정엄마가 엄청 챙겨주셔 가지고.. 요.."

"산모님, 옛날에는 음식도 귀하고 못살던 때고요.. 영양제도 다 챙겨 드시죠?

"네네, 다 먹어요.."

"산모님, 그러면 영영 과다예요. 이제 그렇게 안 드셔도 되고, 임신 전처럼 드시고, 특히 과일 안 드셔도 돼요. 당분이 높아서 권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출산하고 다이어트도 힘들어요"


세상에 어찌나 부끄럽던지.. 숨고 싶었다. 어쩐지 대기실에 만삭인 산모도 배만 볼록하지 죄다 말라가지고 나이까지 죄다 나보다 어려서 나 혼자 임신 말기처럼 후덕한 모습이었다. 히잉.. 이런 무지한..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는 선생님 말이 위안이 되긴 했다. 원래 입이 짧아서 매일 삼시세끼 먹는다고 나는 곤역을 치렀다. 엄마는 더 먹으라고 매 끼니마다 나를 힘들게 했었고. 이날 이후 나는 내가 먹고 싶을 때, 골고루 영양소에 맞게 적당히 먹게 되었다. 그러나 출산 일주일 전 빈혈이 심해서 자칫하면 제왕절개 못할 수도 있다고 해서 철분제 링거 투여와 액상 철분제 먹으면서, 매 끼니 소고기로 채웠다. 아기 몸무게가 900그람 정도 증가해서 3.3킬로로 적당했고, 철분 수치도 겨우 정상 범주에 들어갔다. 다행히 차질 없이 출산할 수 있었다. 감사함은 딱 여기까지 였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다. 아기는 건강하고, 산모도 건강하다는데 아하... 배가 배가 하하하하 아픈 건 모르겠고, 뱃살이 그대로네. 정말 놀랬다. 물컹하니 이게 뭐지... 분명 아기는 없는데, 배가 그대로 남산만 하다. 충격이었다. 지인들이 하던 말이 그때서야 떠올랐다. 아하.. 이 말이구나.. 아기는 나가고 살은 남는다는.. 그 말이.. 이 일을 어쩐다.


출산과 동시에 뱃살을 잡으려고 구매한 미디엄 사이즈 복대는 야속하게도 허리 절반도 감싸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실성한 듯 내뱉는 나의 웃음소리에 신랑이 왜 그러냐고 달려왔다. 매점 가서 당장 라지 사이즈 복대 사 오라고 했다. 이런 굴욕이... 내 생애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줄이야. 남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나도 뭐 별다르지 않았다. 이 상황은 출산과 동시에 눈뜨니 바로 맞닥뜨려진 내 현실이었다. 어제까지 내 뱃속에 있던 아기는 방금 나왔는데 너무 이쁘다. 초점을 못 맞추는 흐릿한 눈도, 촉촉이 젖은 머리카락도 가만히 누원만 있는 그대로 다 이쁘다. 엄마는 엄마는 차라리 만삭일 때가 더 사람 같았다. 감지도 못한 머리, 퉁퉁 부은 손과 발 제대로 펴지고 못하는 허리와 배... 고스란히 네가 떠난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내 모습은 처참했다. 이럴 줄이야. 수유실에 나란히 또는 마주 보고 앉은 사람들 모두 나의 거울 같았다. 절반 정도는 허리를 펴지 못했고, 절반 정도는 제대로 앉지 못했다. 간혹 스치는 몇몇 젊은 애기 엄마들은 부기고 금방 빠지고 살도 금방 빠졌다. 이 와중에 화장한 엄마도 있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배도 하나도 없고 무슨 저런 인형 같은 사람이 있다니.. 씨.. 짜증 나. 무슨 이유든 꼭 사람 같지 않은 그런 생명체가 조리원에도 있긴 했다. 진정 부러웠다.


나는 사실 정말 배가 덜 아프게 느껴졌던 것인지 정말 별로 안 아팠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안 아프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는 말을 누가 할까 두려워 더 안 아프려고 애를 쓴 것 같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참고 견디는 짬밥으로 견뎌낸 강한 정신력... 뭐 그 정도 고작 그 정도였다. 그 덕분에 우리 병동에서는 수술 후 만 24시간 전에 내가 처음으로 아기를 보러 간 산모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정말 뭐 독한 X 그 정도였다. 죽어라고 걸었다. 매 끼니마다 먹고 링거를 끌면서 걸어 다녔다. 하루라도 빨리 이 뱃살을 없애 버리고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기는 사람처럼 변해가고 엄마는 더디게 원상복구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글쎄 못 느낄 정도로 똑같았다. 임신 초기에 아기를 위해 무식하게 먹어대지 말걸, 먹고 싶다고 막 먹지 말걸, 좀 더 많이 산책하고 다닐걸 등등 출산하고 그대로인 내 뱃살은 모든 걸 후회하게 만들었다. 지난 10달 아기와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른 생명체와 함께 나를 나누어 쓴 시간들.. 배가 나와도 살이 쪄도 다 용서가 되는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나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지는 고귀한 시간들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사실도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자연 분만을 하던, 제왕절개를 하던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남산만 한 뱃살도 원상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잔인하게도 출산과 동시에 바로 알게 될 것이다. 난 이제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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