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모보다 더 진짜 같은 이모

일단 가까워지려면 무조건 이모라 부르고 본다

by 루나케이

출산 후 삼칠일 까지는 액운이 어쩌고 해서 꼬빡 독박 육아하고, 또 백일까지는 외출은 안된다고 양가에 할머니들께서 집에 있으라 하고.. 100일간 햇볕 한번 못 보고 집에서 아기하고 지냈더니 정말 체력도 바닥이고, 어른 사람하고 말도 하고 싶어지고 갑자기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남편이 미워 죽을 거 같았다. 화가 나는 이유가 딱히 없는데, 이런 상황이 나 혼자 힘든 것 같아서 화가 났던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24시간 아기와 지내는 매일이 힘에 부쳐서 나는 육아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아기를 보고만 있으면 좋은데, 아기의 모든 일과를 육체적으로 다 버텨 내는 게 수면부족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이겨 내는데 한계가 왔다. 엄마 같은 사람, 엄마처럼 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면서 잘 키워줄 수 있는 엄마 사람이 나와 같이 육아를 해나간다면 건강한 육아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아기를 봐 주실 분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나는 도우미 "이모"라고 부른다. 아기 봐주시는 이모. 아줌마, 선생님도 아니고, 엄마의 언니이거나 혹은 동생인 엄마와 같은 핏줄인 뭔가 좀 더 당기는 이름, 이모. 이모보다 더 진짜 같은 이모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를 집에 들여야 하는 것부터 받아들여야 했다. 코로나 시국에 출산을 하다 보니, 추가 조건으로 자가운전도 포함되어야 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다 누굴 만나다 오시는지 알 수도 없고, 야박하게 친정엄마한테도 못하는데, 어디 다니시지 말라고 하기도 그렇고.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서 잠시 마음을 접고 다시 독박 육아를 한 달여쯤 했다. 같은 아파트 지인을 우연히 만나 이갸기를 나울 기회가 있었다. 도우미 이모 이야기를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그런 거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진짜 이모고 뭐고 일단 도우미 이모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헐.. 이게 뭔 소리인지.. 아직 복직하려면 6개월 정도 남아서 천천히 알아보려고 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복직 못할 수도 있다고.. 나 도대체 뭔 진짜 이모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초초초 초보 엄마였다.


나름 사교적인 성격인데, 또 내키지 않는 건 아예 방향을 바꾸거나 얼른 접어 버리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성격이 아니라, 안 친한 엄마들한테 속 사정 이야기하며 도움 요청은... 휴.. 크게 심호흡을 하게 했다. 그러나, 그동안 친하게 지낼걸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여기저기 전화, 카톡 그리고 맘 카페까지 사방에 수소문했다. 관련 앱도 다운로드하여 시도해보고.. 성과도 없이 지치고, 오는 연락마다 시기가 안 맞다, 시간이 안 맞다, 아기가 너무 어리다 등등 하나같이 안된단다. 아,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임신을 간절히 바라던 그때 이후 최고의 간절함 이였다. 이를 어쩐다. 갑자기 하루하루가 조급하고, 밤에 잠도 안 오던 그런 하루, 하루를 지내는데, 신랑 지인의 지인이 외국에 가게 되면서 그 집 이모님을 소개해 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무조건 잘 보여야지 마음먹고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네네, 소개받은 엄마예요 안녕하세요"

이모님]"아.. 네.."

아.. 대답이 너무 짧으시다... 아.. 하...

" 아기 오래 보셨다면서요, 여기 근처에서 아기 보신다면서요" 한번 저희 집 오셔서 아기도 보고 하시겠어요?"

이모님]"아... 네... 아기가 말을 잘 들어서... 그리고 남편이 교수라고 하셨죠?

" 네네. 그렇습니다"

이모님] "교수님들 아침에 늦게 출근하시던데... 저는 아빠 있으면 불편한데..."

아... 이건... 뭐라고... 답을 해야... 아... 그게...

"아니에요 저의 남편은 8시면 나가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일단 아기 한번 보시고 결정하시죠?

"아.. 네.."


그렇게 어색하게 첫 통화를 하고, 나는 그렇게 매달리고... 겨우 만나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방문차 오시기로 한날 10분 전에 문자로" 비가 너무 와서 다음에 갈게요"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나 혼자 너무 들떴는지... 걸어서 10여분 거리,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10분 전에 문자로 취소를 하시니.. 그냥 혼자 서러워 그 자리에서 한참을 엉엉 울었다. 답변도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우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 애기 엄마, 저 소개받고 전화해요. 애기가 곧 백일 다 되어 간다고 했죠? 저는 지금 6살 여자애, 9살 남자애, 이렇게 3년째 봐주고 있어요. 여기 얘기 엄마가 이제 주말 부부 그만하고 남편한테 가서 살기로 해서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어요. 혹시 내일 제가 집에 들어 아기 한번 봐도 될까요? 3년 전에 백일 아기 봐주기 시작해서 7년 봐주고 이렇게 어린 아기는 처음이라 걱정이긴 하네요" 애기 엄마 듣고 있어요?

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울음을 꾹 참고 한마디 했다.

" 네네, 듣고 있습니다. 내일 와 주시겠어요? 지금 장마라 오시기 힘드시면 며칠 뒤에 오셔도 돼요?

" 자가운전 30년이라, 비하고는 전혀 상관없어요. 빨리 보고 결정해야 서로 안 치지 죠. 그럼 내일 오전 10시까지 갈게요. 주소 문자 남겨 줘요"


너무 감사했다. 나와 같은 마음이어서... 내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서... 그냥 어른 사람하고 이야기한다 생각하고 다음날 나는 마음 편하게 이모님을 맞이했다. 아기 본다고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아서 백발이라 첫인상을 걱정하시는 이모님과, 혹시 우리 아기가 이모님을 낯설어하거나, 내가 맘에 안 드실까 봐 난 친정엄마보다 더 살갑게 다가갔다. 아기 보면 기운이 달려서 당분 섭취가 잦아진다고 팥빵을 건네셨다. 그냥 너무 감사했다. 난 그냥 이모님, 이모님 네네 이모님 하며 편하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기도 다행히 낯가림도 하지 않아서 이모님도 힘들어하시지 않으셨다. 원래는 2022년 3월에 복직하면서 아기를 봐주시기를 말했는데, 이모님을 놓칠 것 같아서 당장 다음 달부터 일주일에 3일씩 서로 익히는 연습을 하자며, 복직 전 6개월부터 우린 함께 하기로 했다. 아주 아주 무덥고 습한 한여름, 내 마음은 그렇게 시원하고 뻥 뚫린 기분이었다. 감사했다. 그냥 다 감사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와 주셔서 누군지 모르지만 이모님을 보내주신 그분, 알고 보니, 나의 지인이 우리 아파트 아기 봐주는 분과 친분이 있어서, 그분께 문의드렸더니, 산후조리원 도우미 분들 중에 지인의 지인의 소개로 지금 이모님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절대 나와는 연결될 수 없었던.. 그렇게 이모님은 다리를 건너 건더 나에게 닿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와 옹졸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그냥, 이모님 하고 부르는 순간 편안하게 와닿은 느낌은 세상에 이모가 없는 사람도 아는 식당 이모님같이 포근해지는 엄마 다음으로 나에게 다 퍼주실 것 같은 세상 따뜻한 이름.. 우리, 너와 나의 이모... 이모님이 있어서 지금 이 순간 난 너무 행복하다. 조금은 거리감을 두고 위로도 건네고, 남편과 시어머니 험담까지.. 그렇게 진짜 이모보다 더 진짜 같은 이모님, 우리 아기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요~. 복직 후 저와 아기 모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다 덕분입니다. 이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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