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22)_침 뱉는 얼굴에 웃기

'요즘 학교 어때요? 힘들죠?'에 답변하기 위한 '사회정서교육 연구기'

by 최순돌

2025년 8월 6일



2024년 6월 3일 존경하는 한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성함도 모르지만 뉴스로 알게 된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 학생의 욕설과 폭력, 심지어 침 뱉기 속에서도 맞폭력 없이 단호하게 언어로만 그 학생을 지도한 교감 선생님. 하지만 그 당시의 마음은 실제로 어떠셨을까?


나는 짐작만 할 뿐이었고, 한편으로는 언젠가 나도 겪을 일이라고 되뇌며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꼭 저 교감선생님처럼 해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일이 생각보다는 빠르게 왔다. 바로 올해였으니까.


다른 학생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나와 다른 선생님에게까지 욕설을 하던 그 아이. 사실 한순간의 욕설보다 더 고민되는 것은 의무교육 기간인 중학교에서는 '등교정지'의 징계 외에는 딱히 특별한 대책이 따로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다가 욕뿐만 아니라, 신체적 폭력과 더불어 나도 그 학생이 뱉는 침을 맞을 수 있겠구나 하는 걱정(지금 생각해 보니, 대화 도중에 바닥에 침을 뱉어서 내가 교실을 닦은 적도 있긴 있었다.)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즈음의 나는 그 학생 특유의 낯선 행동에 미리 정서적으로 적응하느라고, '이혼숙려캠프'와 같이 소위 막장으로 알려진 콘텐츠를 보면서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곤 했다. 그러면서 매일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엔 이런 가정도, 이런 사람들도 있어. 그러니 당연히 그런 학생도 있을 수 있어.'


아무리 낯선 행동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의연하기 위해서 안 좋은 쪽의 텐션을 끌어올려야 했던 나만의 고육지책이었다. 일부러 늘 단정했다. 그리고 굳이 웃진 않았지만, 미소를 잃지는 않는 학교 생활을 하고자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처럼 적극적인 해결방안으로서 웃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속담을 조금 바꾸어 새기고 살았다.


'침 뱉는 얼굴에 웃어라!'


내가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여유롭게 단단한지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클라쓰를 보여주고 싶었다.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와 내가 좋은 쪽으로 똑같아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이것을 김윤경 선생님의 책에서 재인용된 '인격교육'의 측면으로 볼 수 있을까?


'인격교육의 대표적 학자인 리코나Lickona는 가정 해체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대중매체, 탐욕과 물질주의를 학생들의 도덕적 일탈 원인으로 지적하고, 학교가 가정 대신 인격교육을 실행함으로써 윤리적 문맹ethical illiteracy을 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방법은 학교 공동체 전체가 덕을 계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좀 갑작스럽지만, 영화 '올드보이'에서의 오대수의 웃음을 생각해 본다.


나는 또 그런 일을 겪는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웃을 수 있을까?

가정교육으로도 안 되는 것을 학교와 학교에 속한 내가 할 수 있을까?


아직 확신은 없지만, 올드보이의 명대사로 알려진 한 시의 원문을 읽으며, 인격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고독

엘라 휠러 윌콕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슬프고 오래된 이 세상은

즐거움을 빌려야 할 뿐

고통은

자신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래하라,

그러면 산들이 화답하리라

한숨지으라,

그러면 허공에 사라지리라


메아리는

즐거운 소리는 되울리지만

근심의 목소리에는 움츠러든다


환희에 넘쳐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비통해하라,

그들이 너를 떠나리라


사람들은

너의 기쁨은 남김없이 원하지만

너의 비애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뻐하라,

그러면 친구들도 넘쳐 나리라

슬퍼하라,

그러면 친구들은 모두 잃으리라


너의 달콤한 포도주는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인생의 쓰디쓴 잔은

너 혼자 마셔야 한다


잔치를 열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굶으라,

그러면 세상은 너를 지나치리라


성공하고 베풀면

너의 삶에 도움이 되지만

너의 죽음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환희의 전당은 넓어서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우리 모두 한 사람씩

줄 서서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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