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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양 Oct 29. 2015

피콜로의 탄생

마음의 의도적인 분리

우리의 오랜 명작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피콜로는 지구의 신이 자신의 악한 부분을 떼어냄으로써 탄생하게된다. 피콜로를 분리해냄으로서 신은 더욱도 고귀한 존재가 되었겠지만 악의 화신 피콜로도 그 존재감이 더욱더 커지면서 드래곤볼의 초전반부의 묵직한 캐릭터로 성장한다.


대학원생 시절, 연구와 생활에 찌들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했다. (알다시피 공대 대학원생의 현실이 정말 부정적이였을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그 무렵 싸이월드에 우울하고 슬픈 일기를 많이 적었는데, 처음에는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고 추스리려던 행동이었는데 어느샌가 그 자체가 나 자신이 되고있다고 느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런 느낌일까? 그래서 나도 피콜로의 탄생처럼 나의 감정을 분리하기로 하였다. 하나는 하얀색 일기장에 적을 수 있는 밝고 즐거운 자신, 하나는 검은색 일기장에 적을 수 있는 어둡고 칙칙한 자신이였다. (물론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제목만 하얀색, 검은색 일기장이다.)


직급이나 상황이 사람을 다른게 만드는 것처럼, 감정을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적을 곳이 생기니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일기장에 적기 위해 소소하게 즐겁거나 보람찬 일들을 찾아보고 그런 일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다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부정적인 생각들도 잘 정제되어 피콜로처럼 무섭게 응어리졌을 것이다. 핵폐기물마냥 잘 모아두어서 보관을 하더라도 쓰나미가 크게 몰려올 때면 속수무책일테니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피콜로 마냥 응축된 검은색 일기장의 기억이나 관성이 내 속에 남아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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