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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생양 Dec 02. 2015

조선의 게발자

'조선의 게' 오마주

'조선의 게'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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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의 일이다. 물 한잔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느라 바쁜 이첨지는 사무실을 배회하다 쓸데없이 고뇌하는 게발자를 보고 시비라도 틀 참으로 다가갔는데,
마침 듀얼 모니터 양 옆으로 코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거기 이보시오, 여기 개발환경에 보이는 코드들이 모두 프로그램 기능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렇게 쓰지도 않는 기능 시킨다고 성급히 다 만들어주다가, 행여 버그나 만들면 어쩐단 말이오."

"당췌 조선의 프로그램이라는게 유별난거보다 남들 있는 기능 우리도 다 되야되는데 안되서 더 걱정인제라, 무서운 사용자가 큰 목소리로 엥엥거리거나 다른 곳에서 단가라도 후려친다 싶으면 일단 다 해주고 봐야되는데 버그는 무슨 사치스런 걱정이겠습니까"

그러자 이첨지는,
"과연 조선땅에서는 사람이나 프로그램이나 다를게 없구나!"

감탄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그렇다면 거 애매한 프로그램 말고 아침 계란이나 하나 얻어먹고 가도 되겠소?"

"하하하, 내 이미 아무리 만들어봐야 쓰지 않는다고 비웃음만 산지 오래인데, 하물며 내 아침 계란은 어떻겠는가? 먹지 마시고 구경이나 하시고 가시지요."

이첨지는 괜히 머쓱해져 조용히 스크램블에그를 집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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