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인물 관우를 생각하며
젊은 날에 민주화 또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열심히 소리치다가 어느샌가 다른 노선을 타서 욕을 먹는 정치가들이 더러 있다. 그들을 옹호하는 바는 아니지만, 젊은 시절부터 시종일관 민주화니 인권이니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던 사람보다야 그래도 젊은 날에 소리라도 꽥 지른 사람이 조금 더 낫다고 할 성 싶은데 사람들은 후자에게 더 매정하게 욕을 한다. 사람들이 타인을 평가할 때도 대부분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예를들면, (소설이라서 조금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 삼국지 충절의 캐릭터 관운장이 있다. 유비 형님 따라다니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마지막에 오나라군에게 허무하게 잡힌다. 그리고 사로잡혀갔을 때에 적군의 온갖 꼬심에도 눈깜짝하지 않고 주군을 향한 충절을 지키다가 결국 목이 뎅~강 하고 하직한다. 우리가 아는 관우는 이러하다. 그런데 조금 그가 젊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잠시 조조에게 의탁한 적이 있었다. 결국에야 유비를 찾아갔다지만, 조조 밑에 있으면서 원소의 장수 여럿을 죽이면서(유비에게는 심지어 해가 될만했던 행동) 공을 세웠고, 거꾸로 화용도에선 다잡은 조조를 놓아주고 만다. 이러한 인간도 또한 관우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은 그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했던 이들이 떠날때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도 관우의 뒷모습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 보였더라도 마지막이 하찮으면 결국 하찮은 존재로 기억된다. 어쩌겠는가 인간이라는게 망각의 동물인 것을! 빛나고 반듯했던 나의 옛모습을 망각한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나의 마지막 모습 아니 현재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더 바로잡아 보는 것이 더 쉽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화장실에 붙어있는 멋있는 말을 하나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생각해볼수록 구질구질하지만 여전히 멋진 관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