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면을 씁니다.

by 필독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만날 때는 가면을 쓰게 된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일로 만나는 경우가 아니면 아이와 관련되어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늘 가면을 쓰고 대하는 기분이다.

감정은 지우고 주변 분위기에 적당히 맞춘 표정을 하는 것이 나의 가면이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솔직한 편이었다.

그땐 어리다는 무기가 있었으니 내 감정을 드러내도 그게 커다란 흉은 아니었고 그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진짜 나를 감추고 사는 것 같다.


회사에서 몇 년을 본 사이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엔 어딘가 새어 나가지 않을까 찝찝한 마음이 들기 때문에 속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된다. 예전엔 회사 동료도 마음이 맞으면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일로 만난 사이는 일이 끝나면 남이다.

아! 일을 할 때도 남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늘 괜찮은 척을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누군가 나를 염려해 주는 상황에서도 괜찮은 듯 말투와 표정을 갖춘다.

그도 나를 정말 걱정해 준다기보다는 사회적인 도리로 물어볼 수 있겠지만 왠지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철벽을 치고 방어한다.


이 방어력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 또 그들도 나처럼 가면을 쓰고 다니는 걸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에 따른 학습효과랄까?


점점 더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건 우리 가족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또 약한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 드릴 수 없으니 엄마에게도 늘 괜찮은 척을 한다.


약하고 약한 내 모습을 솔직히 보여줄 수 있는 건 오직 남편뿐이다.

어디 새어 나갈 일이 없으니 밖에서 있던 일도 모두 털어놓을 수 있고 속 좁고 못된 내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으니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바라는 만큼의 공감과 반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들어주는 귀가 있다는 건 내게는 참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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