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 어린아이가 된다.

별 걱정 없는 어린아이처럼

by 브릭

2주 만에 그림을 그렸다. 지지난주는 혼자 목표한 것을 마무리 짓느라 바빴다. 그걸 끝내고 나니 소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난주는 완전히 무기력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병에 걸려서 그 무엇도 하기 싫었다.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싫었고 그림 그리기도 귀찮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물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무기력에 풍덩 빠지니, 무엇을 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혼자 세운 1분기의 목표를 나름대로 성실히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기뻤으나 허무해졌다. 그다음 2분기 목표는 없었다.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데 의욕이 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안됐다. 일정이 없는 날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붙어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마구 먹었다. 그렇게 밑바닥까지 찍고 나서야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오늘 강의는 겨울 소품 그리기였다. 눈사람과 스웨터를 그렸다. 두 개만 그리니 아쉬워서 장갑과 핫초코도 그렸다. 커피는 못 먹어서 핫초코를 생각하며 그렸다. 핫초코까지 그리고 나니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와 맞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다. 우산과 개구리가 생각났고 그리는 중에 장화도 생각나서 그렸다. 개구리 뒷다리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해서 딱 그것만 검색해서 그렸다. 나머지는 온전히 내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들이다(강조). 그러고 보니 오늘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레인부츠를 주문했는데(매년 주문해야지 해놓고 드디어 주문했다) 무의식 중에 그게 생각나서 장화를 그린 것 같기도 하다.

항상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엄마한테 보여드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오늘은 색칠을 하고 싶어서 색연필로 색칠을 해봤다. 색칠하니까 더 생동감이 있다고 칭찬해주셨다. 엄마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림 앞에 서면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 쏟아지는 비를 우산으로 막듯이, 내 안에 쏟아지는 걱정도 막아내야겠다. 그 걱정으로부터 내 마음과 생각을 지켜내야겠다. 별 걱정 없는 어린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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